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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마음 이야기

친구 (1)

by 낮음 posted May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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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1)

 

“은퇴자, 노숙인, 신체 장애인, 정신 지체자, 가택 연금자, 실직자, 알코올 중독자, 마약 중독자, …”

 

모든 분류가 기억 나진 않지만 라누이 캐라밴 빌리지에서 처음 만나게 된 사회복지사는 그곳 주민들을 이와 같이 나누어 구분했다. 그들 각자의 상황을 평가해 WINZ를 통해 수당 신청을 도와야 하는 그의 책무상 그가 보여준 구분표(?)는 너무나 객관적이어서 누구든 그 분류의 항목을 듣고 있노라면 그 날카로움에 쉽게 가슴을 베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다. 이곳은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가난한 노인이, 장애를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소외 당한 장애인이, 범죄자가, 그리고 삶의 일부를 술과 마약에 빼앗겨 시간을 잃어버린 우리 이웃이 서로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그들의 간단치 않은 삶의 여정과 정체성은 하나의 물리적 공동체 안에 있지만 공동의 삶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140여 가구의 현재를 잘 설명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들에게 다가서며 먼저 친구가 되기를 소망했던 내게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한마디를 들은 건 그로부터 일년 즈음의 시간이 흐른 뒤일 것이다.

 

“넌 친구가 아니야.”


극심한 불안장애로 주변이웃들과 다툼이 잦았던 키위 할머니 한 분과의 대화 끝에 들을 수 있었던 한마디였다. 푸드뱅크에서 내려놓은 음식 중 작은 치즈 한 조각을 서로 가지려 다툼이 일어난 상황에서 그들을 중재하려 나선 나의 설득에 보인 그녀의 노기 어린 한마디는 이처럼 강한 거절의 뜻을 담고 있었다. 조금 머뭇거리긴 했으나 명료하고 또렷하게 들렸던 목소리였다. ‘친구가 아니라니…’ 그간 내가 새벽잠을 설치며 그들을 만나기 위해 달려온 시간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남겨놓은 유일한 보상이 ‘그들과의 친구 되기’ 였음을 그녀가 알았을 리 만무하지만, 그렇게 뱉어내듯 던져진 한마디는 나 스스로에게 부여한 그 마을에 대한 나름의 동질성과 새로운 나의 정체성을 간단히 무너뜨리고 말았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들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일 것이다. 단순히 시간을 나누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서로에게 줄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주고 받음은 믿음의 한계단 한계단을 쌓아가듯 신뢰를 완성하는 도구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쌓아진 신뢰는 종국엔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발전 될 것이다. 심지어 생명 까지도. 돌이켜 생각 해보면 내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보상한 “친구됨”의 자격은 그렇기에 이토록 쉬운 무너짐이 예견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친구됨의 가장 첫발을 내디디면서 그 길이 가져다 줄 자격을 먼저 꿈꾸었던 것은 아닐까?

 

나의 섣부른 친구됨의 욕심은 그리스도께서 그의 제자들 사이에서 보이신 우정의 나눔을 통해 다시 한번 더 철저하게 부서진다. 역사 속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않았을 유대 하층민 이었던 그의 제자들과 나누신 우정은 그렇기에 어쩌면 이 친구됨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다고 평가되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의 적의와 비판이 그들의 삶을 위협하던 그 시간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그들 곁으로 오시어 친구가 되어 주셨다. 그렇기에 “사람이 친구를 위해 그 목숨을 바치면 그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 는 요한 복음의 말씀은 그 친구됨의 마지막 열매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남기는 바가 크다. 사랑이 나누어지고 비밀이 나누어지며 종국엔 생명 까지도 나누어지는 그리스도의 친구됨은 우리가 쉽게 불러보는 친구의 모습을 새롭게 한다.

 

“넌 나의 친구가 아니야.”

 

그녀가 던져내듯 뱉어낸 이 한마디에 나의 친구됨은 그렇게 그 순간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의 명확한 거절은 반대로 이 사역의 본질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나는 아직 그들의 친구가 아니었다. 이 사역은 아직 그들의 친구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난 그들 삶의 긴 여정 가운데 아주 짧은 잠시의 시간만을 나누고 있었을 뿐, 그들이 경험했을 척박했던 어린 시절도 분리의 고통도 나누지 못한 그저 그런 외지의 이방인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마디로 정리되어 버린 나의 실체는 그러나 그 공동체 안에서 이 사역이 겪어야만 하는 친구됨의 과정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됨의 과정은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고난을 이해함으로 비로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임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은 이제 더 이상 그들을 노숙인과 장애인으로 그리고 실직자와 범죄자로 구분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방인의 관점에서 서로를 구분 지을 때 필요한 구분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린 이제 하나의 관계 안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로부터 함께 초청 되어진 친구. 그 새로운 정체성을 우리 모두가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친구로 그리스도의 친구됨의 초대에 응답하여 얻을 수 있는 그 관계 안에서 하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 이다.

 

원처치 저자 이익형 간사

profile

레이드로 대학 (Laidlaw College)에서 각각 성서연구 (Biblical Study)와 공공신학 (Public Theology)으로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오클랜드 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나눔공동체 낮은마음(Lowly Heart Charitable Trust / 이하 “낮음”) 의 대표간사로 일하고 있다. 성도와 사역자 그리고 교회가 함께 섬기고 있는 “낮음”의 사역 안에서 교회와 세상의 연대를 통해 이루시는 하나님 나라에 비전을 두고 세상의 낮은 곳에서 일함을 즐거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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