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누이 교회이야기] (9) 합병, 그리고 그 후
왕가누이 교회 이야기 (9)
합병, 그리고 그 후
"그렇게 합병이 이루어졌고 새로운 교회가 시작됐다."
2024년 12월 투표를 통해 합병을 결의한 이후의 6개월은 매우 빠르게 흘러갔다. 그 기간 동안 합병을 위한 Task Force 모임을 통해 상당 부분을 미리 조율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 과정 중에 교회의 뼈대를 세울 필요를 보여주셨다. 기도하면서 교회의 다섯 가지 사명을 정리했다. 예배(Worship), 교제(Fellowship), 교육(Teaching), 봉사(Serving), 그리고 선교(Mission)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사도행전 2장에서 처음으로 보여주신 교회의 모습에서 추출한 요소들이다. 지금까지 교회가 해 온 사역들은 대부분 이 다섯 가지 카테고리 안에 들어간다. 그래서 성도들과 이 사역에 대해 나누고, 장로님들을 리더로 세웠다. 장로님들께는 다섯 사역의 기초를 잘 닦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이것이 교회의 뼈대가 될 것이며, 신앙의 후배를 세우는 장이 될 것임을 전했다. 먼저 장로님들과 미팅을 통해 사역의 방향성을 정리했고, 이후 성도들 가운데 동참하고 싶은 이들을 모집해 팀을 이루었다. 많은 이들에게는 익숙한 형태일 수 있으나, St Andrew 교회에는 다소 생소한 과정이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은혜로 팀이 잘 구성되어 합병 한 주 전에 ‘5대 사역 임명식(Commissioning Service)’을 가졌다.
6월 8일, 드디어 합병 예배를 드렸다. 합병 예배에 관한 내용은 이미 기사로 다룬 바 있다.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링크를 첨부한다. (합병 예배 기사 보기)

그런데 은혜와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교회에 큰 사건이 터졌다. 4월부터 출석하기 시작한 젊은 가정(부부와 6세, 4세 자녀)의 집에 불이 나 전소된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너무나도 큰 일이었다. 봉사팀이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성도들이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해주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며, 재정을 모아 전달했다. 위기 속에서 성도들은 한마음이 되어 이 가정을 위해 힘썼다. 다행히 집을 구해 어느 정도 안정은 되었으나, 전소된 집을 철거하고 새 집을 지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 이 가정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린다.

합병 후 4개월이 지났다. '키위 성도들과 한인 성도들이 가족처럼 가까워지고, 매주 함께 예배드리자는 의견이 나오고, 서로 집에 초대해 식탁의 교제를 나누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은 여전하고, 문화와 개인 성향의 차이로 아직은 서먹하다. 그러나 마음이 급하지 않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5대 사역 중 교제팀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면, Father’s Day에는 아내와 자녀들이 아버지를 위해 breakfast를 준비했다. 키위 성도들이 중심이 되었지만, 한인 성도들도 함께 요리하고 나누며 교제를 가졌다. 또 10월에는 Fellowship meal을 계획해, 3~4그룹으로 나누어 식사를 나눌 예정이다. 감사한 것은 키위 성도들이 한인 성도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려 애쓴다는 점이다. 어떤 성도들은 새벽기도와 주일예배에도 참석한다. 이런 노력이 이어진다면, 서로 친해지고 알아가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열매 맺을 것이라 믿는다.

[St Andrew's 교회 Father's Day Breakfast]
이 기간 중에 해외한인장로교단(KPCA)에서 뉴질랜드 장로교로 소속을 옮기는 과정도 있었다. 여기서도 하나님의 세밀한 인도하심을 경험했다. 우선 지난 5년간 KPCA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다. 지방의 작은 교회를 품어주고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준 노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KPCA에서 뉴질랜드 장로교단(PCANZ)으로 옮기는 과정도 은혜로웠다. 보통 뉴질랜드 장로교 소속 목사가 되는 과정은 길고 까다롭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비교적 수월했다. 필자가 안수받고 소속되었던 한국 장로교단(통합 PCK)과 뉴질랜드 장로교단이 2012년에 상호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복잡한 절차 없이 소속을 옮길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 “굳이 신대원 졸업과 안수 과정을 한국에서 밟아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 의문이 10년이 지난 후에 해소되었다. 하나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 계획이 있으셨다.
PCANZ은 규모가 큰 교단답게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 목회자는 3년마다 Good Standing 인증을 위해 도덕·윤리 세미나에 참여해야 하고, 정기적인 Supervision을 받아야 한다. 또한 목회 발전 프로그램(Ministry Development Program)을 이수해야 하며, 교단 자체 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목회자 사례와 복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분명하다. 현재는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다.
이렇게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 가운데 합병이 이루어졌고, 새로운 교회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이 교회를 통해 행하실 주님을 기대하며 기도한다.
다음 편: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 (마지막 화)
원처치 칼럼은 저자의 주장이 담긴 글입니다. 정치적, 신학적 의도나 방향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원처치 저자 임경헌 목사
임경헌 목사는 Laidlaw College(B.Min)와 장신대 신대원(M.Div)을 졸업했다. 오클랜드 온누리교회 및 금호중앙교회 등 부목사를 역임하고, 현재 왕가누이한인교회와 St Andrew's 장로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임경헌 목사는 사랑스런 아내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빠이고, 뉴질랜드 1.5세대 목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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