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누이 교회이야기] (4)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님의 방법대로.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면서 찍은 사진]
왕가누이 교회 이야기 (4)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님의 방법대로.
"...와서 우리를 도우라..." 행 16:9
왕가누이 한인교회는 2009년 11월 창립 후 약 16년 동안 St Andrew’s 장로교회 건물을 빌려 예배를 드려왔다. 하지만 두 교회의 관계는 그 긴 세월에 비해 그리 깊지 않았다. 갈등이나 문제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밝게 인사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교류는 드물었다. 물론, 매년 한인교회 창립기념주일에는 St Andrew’s 교회 리더 두세 분을 초대해 함께 식사했다. 그러나 교회 전체가 함께 교류한 것은, 필자가 부임하기 전 단 한두 차례 있었던 연합예배뿐이었다. 그나마도, 예배 후에는 각자 따로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는 못했다고 성도들은 기억한다. 왕가누이에 정착한 한인들이 거진 전부 1세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필자 또한 1.5세대로, 뉴질랜드에서 자랐지만 여전히 현지 언어나 문화가 마냥 편하지는 않다. 비율로 치면, 7:3으로 한국 문화에 더 친숙하다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부임 초기에는 굳이 St Andrew’s 교회와 교류를 시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2021년, St Andrew’s 교회의 담임목회자가 은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당시 코로나19(Covid-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기에 은퇴를 잠시 미루고, 사역의 일선에서는 물러나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안정된 뒤, 결국 은퇴가 이루어졌고, 교회는 청빙위원회(Minister Settlement Board)를 꾸려 새로운 목회자를 찾기 시작했다. 지원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번 결정적인 이유로 청빙이 무산됐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에는 장로 두 분과 교육부 목사님이 돌아가며 설교를 했고, 당회(Session)의 장로들이 헌신적으로 교회를 지켰다. 그러나 담임목사 공석이 남긴 여파는 결코 작지 않았다.
2023년 8월, 장로님 중 한 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10월 예배에 와서 설교를 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다. 부담은 되었지만, 용기를 내어 승낙했고, 말씀을 전했다. 필자는 그 설교가 특별히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영어로 설교를 하다 보니 버벅거리기도 했고,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는 한국말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셨나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설교를 부탁받았다. 두세 번 더 설교를 하던 중, St Andrew’s 교회 측에서 공식적으로 문의해왔다. "어떤 형태로든 필자를 공유(share)할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었다. 소유의 시대는 가고 공유의 시대가 왔다고 하는데, 목회자까지 공유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출처: iconsumer.or.kr
당시 필자는 여러 현실적인 한계 앞에서 기도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한인교회 또한 사례비와 복리비 삭감 문제로 안타까워 하고 있었기에, 필자나 교회 입장에서 이 일은 하나님께서 열어주신 뜻밖의 문으로 여겨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수차례 논의 끝에, 필자는 왕가누이 한인교회의 Full-time 담임목사이자, St Andrew’s 교회의 Part-time 목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6개월 후, St Andrew’s 교회와의 사역 시간과 범위를 확장하여 "Stated Supply Minister"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을 불필요하게 느낄만큼 상세히 기록한 이유는 단 하나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루어졌음을 증언하기 위함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계획에도 없었던 일을 주께서 친히 이루신 것이다. 그러니, 주님 홀로 모든 영광을 받으시기에 합당하다.
다음 주 이야기: 당회에 반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온다고?
원처치 칼럼은 저자의 주장이 담긴 글입니다. 정치적, 신학적 의도나 방향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원처치 저자 임경헌 목사
임경헌 목사는 Laidlaw College(B.Min)와 장신대 신대원(M.Div)을 졸업했다. 오클랜드 온누리교회 및 금호중앙교회 등 부목사를 역임하고, 현재 왕가누이한인교회와 St Andrew's 장로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임경헌 목사는 사랑스런 아내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빠이고, 뉴질랜드 1.5세대 목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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