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누이 교회이야기] (2) Sans Dieu Rien

출처: fromasmallcity.nz
왕가누이 교회이야기
Sans Dieu Rien_Without God, Nothing
"이는 우연(Coincidence)이 아닌 하나님의 역사(God-incidence)였다."
왕가누이는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다. 산과 들, 강과 바다를 두루 갖춘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150년이 넘은 역사적인 건물들이 늘어선 빅토리아 거리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2019년, 왕가누이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선정되었고, 이듬해에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도시로 뽑혔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마다 도시의 독특한 매력을 칭찬한다.

출처: teara.govt.nz
비록 지금은 소도시로 분류되지만, 1936년까지만 해도 왕가누이는 뉴질랜드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였다. 강과 바다가 연결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무역이 활발했으며, 참치로 유명한 동원의 지사가 위치할 정도로 상업적으로도 중요한 도시였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가 타우랑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왕가누이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가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스스로 놓치기도 했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학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많은 시민이 대학이 들어서면 도시가 소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했다. 결국,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파머스턴노스에 메시 대학이 세워졌고, 그 결과 현재 파머스턴노스는 왕가누이보다 두 배 이상 도시로 성장했다.
그 선택 덕분에 왕가누이는 여전히 조용한 도시로 남아 있지만, 동시에 젊은층의 유출로 인해 정체되고 고령화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왕가누이의 평균 연령은 42.9세로, 오클랜드(35.7세)나 뉴질랜드 평균(38세)보다 훨씬 높다. 또한, 15~64세의 생산 가능 인구가 전체의 58%에 불과하고, 65세 이상이 22%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왕가누이에서 태어난 이들이 자녀를 키우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만나본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대한 향수도 있지만, 자녀를 키우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네 명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 점에 깊이 공감한다.

출처: Whanganui District Council
어느 도시든 영적인 명암이 존재하듯, 왕가누이 역시 그러하다. 왕가누이의 모토는 "Sans Dieu Rien", 즉 "Without God, Nothing"(하나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이다. 기독교인들에 의해 형성된 도시이며, 곳곳에서 기독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영향으로 도시 규모에 비해 교회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뉴질랜드의 여러 도시 모토를 살펴보았지만, 이처럼 기독교적 의미가 뚜렷한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목회자로서, 이러한 모토를 가진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왕가누이는 ‘죄의 도시(Sin City)’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갱단이 거주하며 잦은 충돌과 범죄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상황이 크게 변화했다. 지난 4년간 갱단과 연관된 범죄율이 40%나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고 확신한다.
필자는 2020년 말 왕가누이에 도착했다. 흥미롭게도 그 시기부터 지역 교회들이 연합하기 시작했고, 부흥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도시를 위한 기도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갱단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도시는 점차 평안을 찾아갔다. 물론 내가 온 것과 이런 변화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수십 년 전부터 신실한 성도들이 왕가누이를 위해 기도해왔고, 하나님께서 변화와 부흥을 일으키시려는 바로 그때에 나를 이곳으로 보내신 것뿐이다.
왕가누이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께서 이 도시를 얼마나 사랑하시며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를 깨닫게 된 순간이 있었다. 2021년 1월 13일, 뉴질랜드 전역의 다섯 개 한인교회 아웃리치 팀이 왕가누이에 모였다. 오클랜드 참된교회, 크라이스트처치 남포장로교회, 타우랑가 드림교회, 타우랑가 한인교회, 그리고 왕가누이 한인교회가 함께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원래 왕가누이 한인교회를 제외한 네 교회는 두 교회씩 짝을 지어 각기 다른 루트로 국내 선교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정이 왕가누이에서 교차되었다. 그날, 다섯 교회가 연합하여 시내 중심에서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도시를 위해 중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뉴질랜드 동서남북에 있는 성도들을 모아 왕가누이를 축복하신 것이다. 이것은 우연(Coincidence)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God-incidence)였다.

하나님의 사랑은 개인과 가정, 그리고 교회를 넘어 도시와 나라를 향한다. 성도와 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무릎 꿇고, 도시와 나라를 위해 간절히 기도할 때, 반드시 그곳에 부흥의 역사가 임할 것이라 믿는다.
♪ Cuz you’re my girl~ you are the one that I envisioned in my dreams ♬
다음 이야기: 하…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나? 여기 계속 있어야 하나?
원처치 칼럼은 저자의 주장이 담긴 글입니다. 정치적, 신학적 의도나 방향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원처치 저자 임경헌 목사
임경헌 목사는 Laidlaw College(B.Min)와 장신대 신대원(M.Div)을 졸업했다. 오클랜드 온누리교회 및 금호중앙교회 등 부목사를 역임하고, 현재 왕가누이한인교회와 St Andrew's 장로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임경헌 목사는 사랑스런 아내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빠이고, 뉴질랜드 1.5세대 목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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