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위키백과

 

일기쓰기(9)

 

도전! 아침에 질문하기

 

"어쩌면 한 사람씩 오는 게 아닌지도 몰라.

수많은 사람들이 희미하게 번지고 서로 스며들어서,

가볍디 가벼운 한 몸이 돼서 오는 건지도 몰라."

한강, <소년이 온다>, 77쪽.

 

 

인간 내면에서 시작한 '행동'이 노벨 문학상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저항의 언어로 이해하기도 전에, 문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온 세상에 먹먹한 듯 슬픈 듯 담담하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한국인의 마음이 고마워 울컥하는 이유이다. 뉴질랜드 차가운 꽃샘 추위가 여린 새싹을 강하게 단련하고 있다. 아침마다 가슴 조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건 나만의 심정이겠지. 

 

온난화, 전쟁, 인공지능.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한 폭력이 무서운 시대. 이런 시대에 필요한 언어가 노벨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겠지. '폭력에 저항하는 인간 내면을 이보다 더 아름다운 시적 소설로 표현할 수 있을까?' <채식주의자>는 오클랜드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다. 한국인의 마음이 세계인의 내면 세계를 밭갈듯 뒤집어 엎는 충격이 온다. '오천년 역사를 지켜온 한국인의 마음씨가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한강 작가는 일기쓰기에도 커다란 영감을 준다. 

 

"도전, 일기쓰기, '그리스도인의 완전'"에서, '아침'이 있는 이유를 질문하신 분이 계셨다. <채식주의자>와 '아침'이 겹쳐진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행동"이라는 주제 때문일 것이다. 존 웨슬리 목사는 이같은 행동을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faith working by love, 갈라디아서 5:6)"이라고 했다. 

 

그리스도인의 완전에서 소개한 아침 질문 세 가지를 다시 소개하는 이유이다.

 

[왜? 아침일까?] 

편견, 차별, 프레임에 갇힌 세상을 깨뜨리는 시간이 아침이었다. 온 맘 다해, 완전한 하나님 사랑을 마주하는 시간. 세상을 잊고, 생각까지 멈춘 시간. 어둠이 물러가는 희미한 새벽 여명에 깨어나면서 기도하는 시간. 온전히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 그 때가 '아침'이다. 

 

"질문1. 하나님을 생각했나. 시작할 때, 마무리할 때, 하나님을 생각했나?"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 그 새벽에 하나님을 생각하는 훈련을 해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맨 처음 하나님을 생각하다가도, 어느 날 아침에는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한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사람의 생각은 천지 사방으로 쉽게 흩어지려는 경향이 있다. 세상 유혹에 둘러싸여 끌려가는 습성이다. 그런 유혹을 이기고, 오롯이 "하나님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완전, 그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은, 하루 일과를 끝내고 온전히 세상을 잊고 자신을 비우는 저녁 기도 시간을 갖는다. 자신을 비우는 내면의 행동. 그 기도가 아침까지 이어진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하나님과 은밀히 대화하는 마음. 그 온전한 사랑을 묵상하는 골방 기도는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뜻밖에,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랑은 십자가 사랑. 세상의 아픔과 하나님의 눈물에 공명하는 시간이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며 하나님을 생각하는 훈련은,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을 깨워 행동으로 실천하는 하루의 첫 걸음이다. 그리스도인의 완전을 실천하는 새벽 기도이다.   

 

[아침에 스스로 점검]

'매일 점검하면 될까? 아니면, 한 주에 한 번이면 괜찮을까? 그것도 아니면, 한 달에 한 번은 어떨까?' 아니다. 매 시간 점검하는 것이 좋다. 

 

존 웨슬리는 매일 저녁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점검할 결심을 하였다. 그렇게 10년을 실천하던 어느날, 갑자기, 한 시간마다 자신을 점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러더니, 덜컥, 매일 아침,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질문2. 나 자신을 살펴봤나. 하루 세상 일과를 마치고 지난 밤에,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나?"

 

동시에, 아침에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한번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기도한 결과였다. 저녁 시간에는 세상 일과 생각을 피하려고 노력했더니, 아침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습관까지 생겼던 것이다.   

 

아침에 깰 때 3초. 하나님께로 방향을 맞추는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하나님의 마음에 공명(resonance)하는 시간이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일기장을 펼쳐 기록하든지, 개인 기도를 시작하든지, 교회로 달려가 새벽 기도회에 참석하든지. 

 

그 때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하나님이 사랑하는 나 자신을 점검한다. 몸과 마음과 영혼이 모두 건강한지. 아픈 곳은 없는지. 충분한 쉼을 가졌는지. 온갖 유혹과 아픔 가득한 세상을 만날 만큼 단단히 준비되었는지. 

 

[아침에 오늘 할 일]

날마다 하나씩만 훈련하기로 하자. 주일: 하나님 사랑, 월요일: 이웃 사랑, 화요일: 겸손, 수요일: 십자가, 목요일: 온유, 금요일: 십자가, 토요일: 감사. 

 

"질문3. 결심했나. 착한 일을 찾아서 하자고, 내게 맡겨 주신 그 모든 착한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결심했나?"

 

하루 한가지 목표. 일년이면 52회를 반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각각의 목표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본받는 삶이다.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하기 전에 기도하면, 내 인생에 어떤 일이 생길까?'

 

실제로 이렇게 실천한 홀리클럽 멤버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소수의 멤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실천하려고 알람 시계를 임대하기도 했다. 시계가 귀하던 18세기 학생들로서는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몇 사람이 모여 알람 시계 하나를 임대하고, 아침마다 기숙사를 돌며 서로를 깨워 주기도 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는 훈련을 계속했고, 일어나면 자신을 점검하며 기도했다. 개인 기도, 그리고, 아침 기도모임.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할일"을 계획하고, 온 세상의 유혹을 이길 결심을 새롭게 하였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친구들의 비웃음이 담긴 "거룩한 놈들(Holy Club)"이었다.

 

[채식주의자, 그리고 암호일기]

오클랜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채식주의자>를 다시 생각했다. 18세기 홀리클럽의 일기쓰기가 그의 글과 겹쳐졌기 때문이다. '한 시간마다, 또는 15분마다, 그렇게 일기를 쓰면서, 친구들의 비웃음을 어떻게 견뎠을까?' 인간 내면 저항의 언어를 끄집어낸 한강의 인내와 갈등과 아픔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홀리클럽 멤버들의 일기쓰기를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인간의 탐욕과 폭력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그의 글은 너무나 여리고 너무나 솔직해서 무섭다. 인간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한강이 고맙다. 그를 통해, 300년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 18세기 홀리클럽 멤버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