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후 1세기 로마 식민도시 빌립보에서 묵상하는 빌립보서 (4부)

(주후 19-20세기 프랑스 조각가 죵-밥티스테 클루드 유진 귀욤[Jean-Baptiste Claude Eugène Guillaume]이 만든
주전 2세기 로마공화국의 평민출신 정부관료로 활동했던
그라쿠스 집안형제들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와 가이우스 그라쿠스] 묘사동상 )
신약성경의 세계 속에서 묵상하는 신약성경
주후 1세기 로마 식민도시 빌립보에서 묵상하는 빌립보서 (4부)
"빌립보 성도들은 ... 로마 식민지 빌립보에서/이 땅에서 하늘의 시민들로 자신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인식/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지고 오는 여러가지 혼란들로 인해 좌충우돌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를 위한 것이, (곧) 그분을 신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분을 위해 고난 받는 것이,
여러분에게 은혜로이/특권으로 주어졌기(하나님에 의해 [신적 수동태]) 때문입니다.”
(빌립보서 1:29 [필자번역])
이번 칼럼 글부터 빌립보서 1:29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빌립보서 1장을 펼쳐놓고 이 글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모든 성경해석, 묵상, 그리고 적용에 있어서 문맥/맥락(Context)는 왕처럼 아주 중요하다. 따라서 빌립보서 1:29이 최소한 어떠한 바울의 주장적(argumentative)-문학적(literary) 문맥/맥락을 전제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서면의 한계상 그 문맥/맥락을 살펴보고, 필자의 묵상적 단상을 나누고자 한다. 1:29의 구체적인 면들은 다음 칼럼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겠다.
빌립보서 1:29의 가장 가까운 전 주장적-문학적 문맥/맥락은 1:28이다. 그 이유는 1:29이 설명하는 헬라어 접속사 ὅτι로 시작하는데, 이 접속사는 1:28c(“이것이 그들에게는 멸망의 징조이지만, 그러나 우리에게는 종말적 구원의 징조이며, 이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필자번역])를 설명한다.[1] 빌립보서 1:28c이 1:27–28b를 가리키고 있기에, 1:27–28b를 최소한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I. 빌립보서 1:27
빌립보서 1:27은 1:12–26에서 바울이 알려주는 자신의 투옥된 상황과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이해 위에 서있다. 이 점은1:30절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1:30이 1:12–18에서 바울이 언급한 바울의 싸움/씨름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1:29에서 언급된 은혜로이/특권으로 주어진(하나님에 의해 [신적 수동태]) 고난의 의미는 최소한 1:12–22을 떠나서는 적절히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유익과 기쁨을 재구성하는 “복음의 전파됨과 그리스도가 사는 것” (빌 1:18, 20–21)에 대한 바울의 경험적 관점도 1:27을 지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빌립보서 1:27에서 바울은 무엇을 소통하고자 하는가? 빌립보서 1:27은 바울의 사도적 지침(빌 1:27a)을 중심으로 공전하고(revolve around)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지침은 다음과 같다: “오직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에 존귀한/합당한 방식으로 [하늘의 시민으로] 여러분의 삶을 이끄십시요 [πολιτεύεσθε]” (빌 1:27a [필자번역]). 바울은 이 지침을 구체화하기 위해, 자신이 빌립보 성도들과 함께 있든 없든 (빌1:27b-d), 빌립보 성도들의 다음의 3가지 행실들에 대해 듣고자 하며/들을수 있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ἀκούω [목적/결과의 가정법]) 언급한다:
-
한 성령의 손 안에서(ἐν ἑνὶ πνεύματι[케어-능력-다스림 안에서][2]) [그들이 신뢰한 복음에 관하여] 굳건히 헌신하는 것 (στήκετ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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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이 생산하는 (τοῦ εὐαγγελίου [생산의 속격])[3] 신뢰를 위하여(빌 1:12–21에서의 바울처럼) 하나로 연합하여/하나가 되어 함께 분투하는 것 (συναθλοῦντε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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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립보 성도들을 대항하는 자들로 부터의 어떤 것에도 겁내지 않는 것 (πτυρόμενοι).
정리하자면, 이러한 빌립보 성도들의 행실들이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에 존귀한/합당한 방식으로 [하늘의 시민으로]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
II. 빌립보서 1:28
이어서 빌립보서 1:28에서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이 위의 3가지 행실들을 실천함으로 자신의 사도적 지침에 순종할 때, 그 실천이 빌립보 성도들을 대항하는 자들에게는 멸망의 징조이고, 빌립보 성도들에게는 종말적 구원의 징조로 기능한다고 1:28c에서 설명한다. 즉, 그 실천은 빌립보 성도들이 종말 때 구원받는 자들임을 드러낸다고 이해해 볼 수 있다.
바울은 빌립보서 1:28d에서 이 종말적 구원의 징조가 하나님으로부터 기인함(τοῦτο ἀπὸ θεοῦ [빌 1:28])을 언급하며,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에 존귀한/합당한 방식으로 [하늘의 시민으로]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이 하나님의 프로젝트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빌립보서 1:6 (“여러분의 존재/삶 안에서 선한 일을 시작하신 분이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그 일을 끝내실것을 저는 확신해오고 있습니다” [필자번역])에서 언급된 하나님께서 시작하셨고 끝내실 선한 일과 1:27a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에 존귀한/합당한 방식으로 [하늘의 시민으로] 삶을 이끌어 가는 것” (위에 언급된 빌립보 성도들의 3가지 행실들)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III. 묵상적 단상
지금까지 살펴본 빌립보서 1:27–28은 (지난번 칼럼 글에서 살펴본) 빌립보 성도들이 로마 사회로부터 받았을 것이라 추정 해볼수 있는 핍박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대해야 하는 지를 빚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빌립보 성도들은 바울이 빌립보에서 사역할때에 항상 순종했고 (πάντοτε ὑπηκούσατε [빌 2:12a]), 바울이 마케도니아를 떠날때에 바울을 재정적으로 지원할만큼 (빌 4:15) 꾀나 성숙한 면을 보였지만, 로마 식민지 빌립보에서/이 땅에서 하늘의 시민들로 자신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인식/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지고 오는 여러가지 혼란들로 인해 좌충우돌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이 되기 전, 빌립보 성도들은 평생 이 땅의 것들로만 살았기 때문이다. 빌립보 성도들이 하늘의 것들로 이 땅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바울은 신학을 가르치며, 빌립보 성도들이 신학적 사고를 할수 있도록 돕는다고 볼수 있다. (그러기에 신학적 사고를 통해 하늘의 시민으로 이 땅에서 신실하게 살고자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언젠가는 [개인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필자는 감히 주장한다.)
빌립보 성도들처럼, 복음에 동참하며(빌 1:5), 복음의 진리를 끌어안고 살아가고자 몸부림 치는 그리스도인들도 여러모양으로 좌충우돌하게 된다. 그리스도인들로 살아가기전 익숙했던 뉴질랜드 사회의 가치관들/관점들을 이제 어떻게 재조정하며 재정리 해야할 것인가? 그 가치관들/관점들을 향유하는 직장동료들, 친구들, 지인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그 가치관들/관점들중 어떤 것들을 받아들이고 거절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복음의 진리를 고수할 때 겪게 되는 핍박들을, 심지어 상실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로 고민하는 뉴질랜드 그리스도인들에게 빌립보서 1:27–28 속 바울의 사도적 지침과 3가지 행실들은 의미 있고 위로를 주는 표지판이 된다. 비록 뉴질랜드 사회속에서 복음의 진리를 고수하는 것이 숨막히게 어렵고 때로는 두렵게 하지만, 이 길은
-
성령님께서 함께하시는, 즉 성령님께서 다스리시고/케어하시고/능력을 주시는 (ἐν ἑνὶ πνεύματι) 길이자, 종말적 구원받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선명한 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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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라, 나의 동료 성도들도 함께 분투하며, 서로를 돌아보며 걷는 길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님의 생명을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누게 되는 것을 위한 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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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걸어가는 것이 두려울 수는 있으나, 하나님께서 시작하셨고 끝내실 길이기에 (빌 1:6), 늘 하나님께서 함께 동행하시는 길이라는 것!
바울은 이 길을 걷는 것을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의 울타리 안에서 설명하며 (빌 1:29), 이는 바울이 염원하는 그리스도의 부활의 현실에 참여하게 되는 삶으로 이끈다 (빌 3:9–11).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각자의 하늘의 시민으로서의 삶을 복음에 합당한/존귀한 방식으로 이끌어 가며 복음의 진리의 빛 아래 살아갈 때, 필자와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바울처럼 “그리스도께서 나의 삶/존재의 영역속에서 사시게 되며, 높아지시며 (빌1:20), 복음이 전파되는 것을 경험함으로 하늘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유익 (빌1:18)”을 경험하게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이를 통해, 종말적 구원에 참여하는 정체성과 현실을 더욱 확인하게 되며,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영혼들에게 복음이 더욱 가슴 깊이 전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각주>
[1] Douglas J. Moo, A Theology of Paul and His Letters: The Gift of the New Realm in Christ, ed. Andreas J. Köstenberger, Biblical Theology of the New Testament (Grand Rapids: Zondervan Academic, 2021), 606–607.
[2] 헬라어 전치사 ἐν+여격 구조에 대한 역사적 개연성이 확인되며, 신선한 관점을 제공한 테레사 모건의 주장에 바탕한 해석. 이와 관련해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학술전문서적을 보길 추천: Teresa Morgan, Being ‘In Christ’ in the Letters of Paul: Saved through Christ and in His Hands (Tübingen: Mohr Siebeck, 2020).
[3] Mark J. Keown, Philippians, vol. 1 of Evangelical Exegetical Commentary (Bellingham, WA: Lexham Press, 2017), 297; Richard R. Melick, Philippians, Colossians, Philemon, vol. 32 of The New American Commentary (Nashville: Broadman & Holman Publishers, 1991), 90.
원처치 저자 신찬기 교수
신찬기 교수는 미국 텍사스 침례대학에서 인문학를 전공하고, 고전어(헬라어, 히브리어, 라틴어)를 부전공 했다. 미국 달라스 신학교에서 신학석사(Th.M)를 졸업했으며 신약성서학을 전공했다. 현재 오타고 대학에서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 사용하는 아버지 은유에 관한 박사(Ph.D) 연구논문을 집필중이며, 뉴질랜드 알파크루시스 컬리지 한국부 학장으로, 미국 미드웨스턴 침례 신학대학원과 스펄전 컬리지에서 신약성서학 객원교수로, 오타고 대학에서 신약성서 헬라어 조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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