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청년투데이

성경과 통일 (4)

평화와 통일에 있어서 재외동포의 3 중 역할

" 재외동포의 글로벌 역량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한반도 통일은 세계사적으로 20세기 냉전의 역사를 종식시키는 시급한 일이다. 동북아 평화는 조선과 한국, 그리고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들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는 남과 북의 문제인 동시에 동북아 각 국가의 문제이며, 온 지구촌 시민의 소원이기도 하다.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는 세계 평화와 안정적인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작금의 국제 정세는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에 우호적이지 않다. 미-중 갈등과 우-러 전쟁, 조선의 국방력 강화와 무력 시위, 일본의 ‘해석개헌’을 통한 사실상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대전환 등 조짐들은 미일한 vs 러중조 중심의 신냉전시대를 걱정하게 만든다. 한반도는 또다시 세계대전의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남북통일’이나 ‘남북대화’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조차 움츠러들게 만드는 분위기다.

이들 국가들, 아니 정부들이 어떤 자국 이익을 위해서 이렇게 갈등을 키워가는지는 통 모를 일이지만, 어떠한 대의명분을 내세울지라도 그 주모자들은 국제적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 그리고 전쟁의 피해자는 지구촌 모든 시민이며, 그 중에서도 각국의 일반 시민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다. 그러니 동북아 지역 시민들은 온 마음과 힘을 다해 갈등 대신 협력, 분쟁 대신 화목, 전쟁 대신 평화를 만들기 위해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갈라진 남과 북 사이를 잇고, 벽을 쌓고 있는 당사국 사이의 브릿지 역할을 재외동포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재외동포의 글로벌 역량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재외동포는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지만, 특히 85% 이상이 동북아에 몰려 있다. 중국에 36.7%, 미국에 29.82%, 일본에 12.73%, 그리고 러시아다. 백악관 공공업무실의 2012년 6월 발표에 따르면 220만 미국 내 한인의 경제력은 도미니카 공화국이나 에콰도르와 맞먹는 세계 65위로 평가됐다(이진영, 2014. “통일과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재외동포의 역할을 중심으로,” 『문화와정치』 제1권 1호, 한양대 2014년 6월). 중국의 경우 180만 조선족이 벨기에 크기의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이 보유한 토지는 사실상 한반도 면적보다 더 넓다고 평가된다. 재일동포의 경제력은 소프트뱅크 회장인 손정의를 위시하여, 많은 상공인들의 존재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60, 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의 발전을 위해 재일동포들의 공헌이 컸다.

재외동포의 잠재적 경제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또한 이들의 정치적 운동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때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 내 재외동포들의 역할은 독립운동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현대에 들어와서 세계 각국 정치계와 국제기구에서 재외동포 정치인이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 있었던 제8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는 미국, 독일, 캐나다,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아르헨티나 등 14개국에 거주하는 한인 정치인 7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 중 많은 정치인이 거주국의 국회의원 혹은 시의원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외동포의 글로벌 역량은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그 역할을 세 가지 방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통일 공공외교

통일 공공외교란 한반도를 제외한 외국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한반도 분단이 가져오게 될 동북아의 군사적 불안을 공유하고, 20세기 냉전이 낳은 이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 세계 평화에 유익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을 포함해, 통일을 위해 이루어지는 외교활동을 의미한다. 공공외교의 콘텐츠는 크게 문화공공외교, 지식공공외교, 정책공공외교라는 세 방면이 있다. 문화공공외교와 지식공공외교는 각각 문화와 지식이라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세계 시민의 마음을 얻고 한반도의 불안 상황을 널리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듯 통일 공공외교에 있어서 재외동포의 역할 중 하나는 한반도 통일에 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이다. 재외동포들은 언론 및 기고 활동, 출판 활동, 강연회, 세미나 및 컨퍼런스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을 통해 이를 이룰 수 있다.

재외동포를 통한 한-조 간접적 경제협력

재외동포가 경제 교류 및 협력이 용이한 이유는 조선과 한국에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외동포는 거주국의 정책과 결합되어 한-조 간접 경제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중 관계이다. 조선의 나선(나진, 선봉)경제특구 산업 인프라 개발과 결합된 중국의 창지투(长吉图) 계획은 재중동포 집거 지역인 연변과 결합되어 있다. 조선 나선경제특구에 진출한 중국 기업인의 다수가 조선족 기업인이다. 이것은 재외동포가 한-조 관계 국내 정치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 그리고 거주국의 정책과 결합하여 거주국의 경제 자원, 인적 관계를 통해 조선과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나선경제특구에 진출한 재중동포 기업인의 경우, 한국과의 무역 왕래를 통해 한-조 간접 경제협력 관계를 만들었다.

이와 같이 재외동포는 분단과 남북교류가 막힌 상황에서도 조선과 한국 모두를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하는 존재이다. 재외동포의 투자와 인재 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조 상생에 기여할 수 있다. 이렇듯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요소가 재외동포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재외동포를 통한 한반도 평화협력

2010년 설립된 평양과학기술대학 김진경 총장은 재미동포이다. 이 대학의 교수진은 미국과 유럽 국가의 국적 보유자로서 다수가 해외 동포 사회의 고급 인력이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은 조선의 실정에 맞는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학문의 발전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으로 연결되는 산업지향을 교육 과정에 채택하고 있다. 저는 2019년 10월, 평양과학기술대학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조선의 미래와 통일 한반도를 이끌어갈 조선 청년들과 며칠간 함께 있었다. 많은 재외동포가 참여한 이 행사에서 진정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재외동포들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한-조 경협의 대표 사업으로 상징되고 있는 평화자동차 역시 재미동포 박상권 사장을 통해 추진해 왔다.

일본 동포 사회는 1957년 이래 조선으로부터 교육 지원금을 받아왔고 이를 통해 조선학교가 설립되고 재일동포 커뮤니티인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 형성되었다. 일본은 한국과 1965년 정식 수교를 하면서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라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재일동포는 조총련과 민단이라는 두 단체가 대립적 관계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재일동포들은 조선 관광과 사회문화교류 그리고 사업성 투자도 예상된다. 이로 인한 조-일 관계의 개선에 따라 한반도 평화협력의 중요 행위자로 재일동포가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브릿지의 역할

동북아 당사국의 재외동포들 중심으로 동북아 평화를 지지하는 민간인이 연대하여 “브릿지평화공동체”를 구성한다면,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다. 브릿지는 이런 꿈을 가지고 현재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평화통일교육, 독서모임, 조선관광을 진행하거나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평화운동을 기획하거나 참여하고 있다. 브릿지는 한국과 조선, 중국과 일본,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지구촌의 평화 시민을 찾아내고 함께 평화공동체를 형성함으로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주: "브릿지"는 한국에 등록된 비영리단체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등록할 예정입니다.)

원처치 저자 신비한 목사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생물화공을 전공하고, 한국 합동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그리고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실천신학으로 신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수원제일교회에서 통일선교부에서 사역을 하였으며 현재 뉴질랜드 충현교회 목사이다.  "브릿지" 대표이며 인터서브 선교단체 NEAR(동북아샬롬) 팀 멤버 중 한명으로 사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