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전에 속하게 하라”… 美 교회의 문턱 낮춘 환대

24시간 열려 있는 교회를 뜻하는 네온사인이 미국 네바다주 헨더슨의 센트럴교회에 걸려 있다.©국민일보
믿기 전에도 교회 온다
주차장에서 예배당으로 걸어가자 잔디 구장이 먼저 나왔다. 아이들이 잔디에서 뛰놀았고, 예배당 입구 옆에서는 햄버거 패티 굽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늘막 아래 대형 화면에는 스포츠 중계가 흘러나왔다. 술은 팔지 않았다. 대신 커피와 음료, 햄버거를 든 남성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 주일 오전 교회 앞마당은 예배 대기 공간이라기보다 지역 축제 현장에 가까웠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크라이스트 처치 오브 더 밸리(CCV·애슐리 울드리지 목사) 교회는 주일뿐 아니라 토요일과 월요일에도 예배를 드린다. 잔디 구장과 그릴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예배당 문 앞에서 곧바로 예배 참석을 권하기보다 가족의 주말 동선이 자연스럽게 교회 부지에 머물도록 돕는 일종의 통로였다.
레지 라이스 CCV 부목사는 “신앙이 없어도 교회 부지에 머물고 공동체 분위기를 경험하며 교인들과 얼굴을 익힐 시간을 먼저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공간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빌롱잉 비포 빌리빙(Belonging before believing)”이라고 강조했다. 영어 라임을 살린 표현인데, 믿기 전에 먼저 속하게 하라는 의미다.
피닉스는 뜨거운 곳이다. 여름 기온이 높기에 가족 단위 참석자들은 대개 차를 타고 교회에 온다. 신앙생활을 하는 가족을 따라왔지만 예배당 안으로 곧장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남성이 많다. 식당과 카페 TV에 예배 실황이 아닌 스포츠 중계를 틀어두는 것은 이들을 위한 배려다.
라이스 목사는 “기존 교인과 사역자는 서둘러 복음을 제시하기보다 같은 경기를 보며 음식을 나누는 이웃의 역할을 우선한다”며 “소속감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관계에서 형성된다”고 말했다.

피닉스의 크라이스트 처치 오브 더 밸리 교회 로비 모습 ©국민일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인근 헨더슨의 센트럴교회(Central Church·저드 윌하이트 목사) 곳곳에는 “잇츠 오케이 낫 투 비 오케이(It’s Okay Not to be Okay)” 문구가 걸려 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다. 실패와 상처를 감추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환락의 도시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와 가까운 이 교회는 완성된 사람보다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센트럴교회는 현재 여러 캠퍼스를 합쳐 매주 2만 1,000명이 출석한다. 교회는 성장의 배경으로 급진적 환대(Radical Hospitality)를 꼽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예배당 로비의 대형 침례탕이다.
처음 방문한 사람도 지나가며 볼 수 있다. 트래비스 맥고니글 부목사는 “누군가 삶을 돌이키기로 결심하면 수개월의 교육 과정을 요구하기보다 언제든 침례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둔다”고 설명했다. 첫 방문자에게는 새가족 선물 키트도 제공된다. 그 안에 담긴 카페 할인 키체인과 3주간의 미션 카드가 새가족의 다음 방문을 돕는다.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이스트사이드교회(Eastside Christian Church·진 애플 목사)는 환대를 예산에 반영했다. 어머니의 날에는 예배당 밖에서는 바비큐가 구워졌고 새가족들은 음식 쿠폰을 받아 식탁에 앉았다. 이 교회는 헌금 1달러 중 15센트, 즉 15%를 지역사회 구제와 세계선교에 고정 지출한다. 그레그 커티스 이스트사이드교회 총괄디렉터는 “모든 캠퍼스가 굶주린 이들을 위한 100만끼 식사 포장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세 교회의 환대 방식을 한국교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물론 쉽지 않다.
넓은 잔디 구장, 대형 로비, 항공기 격납고 규모의 예배당은 미국 서부 교회가 가진 물리적 조건이다.
그러나 핵심은 면적이나 설비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미국교회의 외형이 아니라 그 교회가 놓인 지역과 사람들의 삶을 읽어낸 방식”이라며 “한국교회도 자기 지역의 문화와 필요를 성경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안에서 복음이 흘러갈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수아 기자 onechurchnz@gmail.com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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