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톨로지 속으로 달린다”…틱톡 ‘스피드런’ 열풍

손잡이를 없앤 사이언톨로지 건물입구 ©AP
SNS 놀이에서 현실 충돌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할리우드(Hollywood) 거리에서 기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외계인 복장에 핫도그, 심지어 예수 복장을 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한 건물로 몰려 들어갔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Church of Scientology' 시설 안을 가능한 한 빠르게 훑고 나오는 것이었다.
이른바 ‘사이언톨로지 스피드런(Scientology speedrunning)’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인 소셜미디어 트렌드다. 게임에서 특정 목표를 최단 시간 안에 달성하는 ‘스피드런’ 개념을 현실에 적용한 것으로, 참가자들은 시설 내부를 신속히 돌아다니며 구조를 파악하거나 정보를 확보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한다.
이 같은 행위는 단순한 온라인 놀이를 넘어 실제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최근 한 달 사이 관련 신고에 여러 차례 출동했으며, 일부 사건은 증오범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조사됐다. 사이언톨로지 측은 대응 차원에서 할리우드 지점 건물의 외부 문 손잡이를 모두 제거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사이언톨로지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사이언톨로지 대변인 데이비드 블룸버그(David Bloomberg)는 “이곳은 신도와 방문객을 위한 평온한 공간”이라며 “이를 바이럴 콘텐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언론 활동이나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무단 침입과 괴롭힘, 종교 시설에 대한 방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 사건에서는 직원이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는 일도 발생했다.

재미일 뿐 vs 명백한 침해
현장에 있던 이들 상당수는 10대 청소년으로 보였으며 온라인에서는 이 같은 집단 행동을 ‘급습(raid)’이라고 부르며 소비되고 있다.
이 트렌드가 왜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명이 없다. 다만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의미 없는 듯한 콘텐츠가 확산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브레인 로트(brain rot)’로 불리는 무의미한 유행 콘텐츠가 SNS를 장악하면서, 이유보다는 재미 자체가 행동의 동기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틱톡 이용자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자, 다른 이용자가 “그냥 재밌으니까”라고 답한 댓글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할리우드 거리의 사이언톨로지 건물 ©AP
할리우드에 거주하는 배우 찰리 테노리오(Charley Tenorio)는 “틱톡을 보면 관련 영상이 넘쳐난다”며 “댓글에는 ‘끝까지 가면 톰 크루즈(Tom Cruise)를 만날 수 있다’는 농담까지 돌고 있다”고 전했다. 톰 크루즈는 사이언톨로지의 대표적인 신자로 잘 알려진 배우이기 때문이다.
사이언톨로지는 작가 L. 론 허버드(L. Ron Hubbard)의 저서 『Dianetics: The Modern Science of Mental Health』을 기반으로 한 종교로, 인간의 정신적 성장과 자기계발을 핵심 교리로 삼는다.
현장을 지켜본 또 다른 목격자는 “사람들이 경비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곧바로 직원들에게 쫓겨났다”고 전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음악가는 “영상이 웃기긴 하지만, 이런 일이 오히려 그 장소에 대한 신비감을 더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가벼운 놀이가 현실 공간을 침범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공공질서, 종교 시설 보호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문수아 기자 onechurchn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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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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