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로 유니폼 착용 거부한 럭비 선수들에 호주, 뉴질랜드가 들썩
맨리 씨 이글스의 '프라이드' 유니폼 ©NZ Herald
이번 주 스포츠와 종교 이슈로 호주와 뉴질랜드가 들썩이고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동성애자 지지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고 선언한 럭비 선수들이 비난을 받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국민 스포츠인 NRL 럭비 리그에서 일부 선수들이 남성 동성애를 지지하는 게이 프라이드(gay pride) 유니폼을 착용하기로 한 구단의 결정에 반발해 주요 경기를 불참하기로 했다.
28일 경기를 치르기로 되어있는 맨리 씨 이글스(Manly Sea Eagles) 구단은 LGBT(성소수자)를 포용한다는 취지의 무지개 로고 유니폼을 입고 시합에 나서는, NRL 사상 최초의 팀이다.
하지만 구단측은 이러한 결정을 사전에 선수들과 협의하지 않았고, 일부 선수들은 종교적·문화적 이유를 내세워 경기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구단측은 이 문제를 소홀하게 처리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팀의 코치인 데스 해슬러는 구단측이 너무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 “특히 인권을 고려해야 할 단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과 불편, 고통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그는 26일 열린 기자회견 석상에서 LGBT 공동체 및 관련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해슬러 코치는 선수들로부터 최소한의 의견 수렴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을 잘못으로 인정했다.
선수들에 대한 비난 쇄도
구단이 동성애자 지지를 뜻하는 무지개 줄무늬 유니폼을 시드니 루스터스와의 경기에서 착용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7명의 선수가 이를 거부하고 경기 불참을 선언했다.
선수 7명 Josh Aloiai, Jason Saab, Christian Tuipulotu, Josh Schuster, Haumole Olakau'atu, Tolutau Koula, Toafofoa Sipley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무지개 유니폼 착용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선수들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쏟아졌고 럭비 리그 팬들은 유니폼 구매에 더 열을 올리며 반발을 표하기도 했다. 뉴스 기사도 7명의 선수들을 비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7명의 선수가 경기 불참을 선언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무지개 유니폼은 온라인에서 매진되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구단은 이 유니폼의 의도가 성별, 인종, 문화, 장애에 따른 차별을 반대하고 LGBTQ(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것이었지만, 구단 내부, 외부 관계자들과 협의 없이 진행하는 실수로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오히려 고통과 혼란을 야기했다고 사과했다.
다른 문화적, 종교적 견해를 가진 이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음도 인정했다.
해당 선수들이 거센 비난을 받자 그들을 지지하는 선수들도 나왔다. 과거 맨리 구단에서 5년 간 활약했던 애딘 포누아 블레이크(Addin Fonua-Blake) 선수는 7명의 선수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선수들 각자의 신념과 견해가 다르며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므로 존중한다는 것이었다.
호주 럭비 리그 협회장은 해당 선수들이 경기를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럭비 리그는 모두를 위한 경기이며 포용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과 문화적 신념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 선수들은 자신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그렇게 할 자유가 있습니다."
협의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사실, 유니폼 앞면에는 무지개 말고도 'Pointsbet'이라는 로고가 박혀 있다. Pointsbet는 "언제 어디서나 베팅"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온라인 스포츠 베팅 플랫폼으로, 맨리 구단의 주요 후원사다. 도박을 홍보하는 베팅업체의 로고가 종교적인 선수들로부터 긴장과 불만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도 높다.
맨리 씨 이글스의 '프라이드' 유니폼, 무지개 로고와 Pointsbet 로고가 박혀있다. ©NZ Herald
로버트슨 뉴질랜드 부총리 '선수들에 실망'
한편, 뉴질랜드 부총리인 그란트 로버트슨(Grant Robertson)은 선수들이 프라이드 유니폼 착용을 거부한 것에 실망감을 표했다.
스포츠부 장관이기도 한 로버트슨은 남성 동성애자이며 남성 파트너와 사실혼 관계이다. 로버트슨은 뉴질랜드 최초의 게이(남자 동성애자) 럭비 팀 크레이지 나이츠(Krazy Knights)에서 함께 럭비를 하면서 만난 남성과 혼인 관계에 준한 시민 결합식을 올린 후 배우자로 맞이해 살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선수들의 결정에 정말 아쉽다. 맨리 구단이 계획대로 해당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진행하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로버트슨은 "뉴질랜드에서 우리는 스포츠계의 포용적인 문화를 만들고 선수들과 스포츠 팀이 포용적인 문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실망감을 밝힌 로버트슨 뉴질랜드 부총리 ©STUFF
오클랜드 세인트매튜인더시티(St Matthew-in-the-City) 성공회 교회의 헬렌 자코비(Helen Jacobi) 목사는 종교가 동성애 혐오를 위한 변명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선수들의 결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자코비는 뉴질랜드 성공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제로, 그동안 동성애자 결혼 주례 옹호 등 성공회에서도 진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헬렌 자코비 성공회 목사 ©NZ Herald
원처치 뉴질랜드 onechurchn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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