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소환에 응답하지 않는 뉴질랜드인 급증…5년 새 두 배 이상

뉴질랜드 배심원 소환자 3명 중 1명 불참…“제도 제대로 작동하나”
뉴질랜드에서 배심원(juror)으로 소환된 사람 가운데 법원에 나오지 않거나 소환에 응답하지 않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배심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질랜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배심원 소환장을 받은 사람 중 31.5%가 소환에 응답하지 않거나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13%와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배심원 소환을 받은 사람은 법원에 출석하거나 최대 12개월까지 일정을 연기할 수 있으며,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면제를 신청할 수도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지만, 실제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배심원 불출석으로 거둬들인 벌금은 한 건도 없었다.
하루 수당 20년째 그대로
배심원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낮은 수당이 꼽힌다.
배심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반나절 기준 31달러로, 2004년 이후 인상되지 않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직장에서 정상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근로자가 상당한 소득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 배심원으로 참여했던 한 근로자는 2주간 연차를 사용해 재판에 참석했으며, 전체 기간 동안 법원에서 받은 수당은 310달러였다. 그는 연차를 사용할 여유가 없었다면 배심원으로 참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심원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직업이나 상황도 있다. 변호사와 판사, 경찰·법무부·교정 관련 직원, 국회의원 등은 원칙적으로 면제 대상이며, 사업이나 직장에 심각한 지장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배심원 구성도 대표성 논란
배심원 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실제 배심원단이 뉴질랜드 사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 시험이나 수업 때문에 배심원 참여를 미루거나 면제받는 학생들이 있고, 어린 자녀를 돌보는 부모 역시 배심원 수당만으로는 보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배심원 소환장은 선거인명부에 등록된 사람 가운데 법원에서 45㎞ 이내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발송된다. 주소를 제대로 갱신하지 않았거나 선거인명부에 등록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환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정부 피해자 자문관 루스 머니(Ruth Money)는 이 때문에 배심원단에 마오리와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 구성원이 충분히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 장기화도 부담
배심원 제도에 대한 부담은 재판 자체가 길어지는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배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2018년 2,000건에서 2023년 3,400건으로 늘었고,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도 349일에서 498일로 증가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문자메시지와 휴대전화 자료, 위치정보, 사진, 초인종 카메라 영상 등 재판에서 검토해야 할 증거가 크게 늘어난 것도 재판 장기화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해 배심 재판이 적용되는 범죄 기준을 조정하는 등 제도 개선안을 놓고 의견을 수렴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배심원 수당 인상 역시 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최근 배심원 설문조사에서는 실제로 재판에 참여한 사람의 87%가 배심원 경험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배심원 참여가 시민의 권리이자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을 알리고, 참여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수아 기자 onechurchn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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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spin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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