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지방 회의서 '카라키아 기도 안 돼' 묵살 논란
©Newshub
오클랜드 북부의 지방자치단체가 공식적인 첫 회의를 시작하면서 의례히 하는 마오리식 기도 '카라키아(karakia)' 순서를 두고 마찰을 빚었다.
오클랜드 북부 지방인 카이파라 구의회(Kaipara District Council)는 지방 선거 후 첫 공식 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구청장과 마오리 구의원 사이에 약간의 말다툼이 발생했다.
첫 공식 회의가 시작되기 몇 분 전, 마오리구를 대표한 페라 파니오라(Pera Paniora) 구의원은 카라키아(마오리식 기도)로 회의를 시작하자고 요청했다.
카라키아는 좋은 결과를 얻도록 영적 인도와 보호를 구하는 마오리식 기도로, 뉴질랜드에서는 회의나 지방의회를 시작할 때 카라키아를 공식 순서로 두는 경우가 흔하다.
파니오라 의원은 "죄송하지만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카라키아를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고, 새로 선출된 구청장 크레이그 젭슨(Craig Jepson)은 "그럴 수 없다"며 단호하게 잘랐다.
그러자 파니오라 의원은 구청장에게 "카라키아로 회의를 시작하는 것은 티캉아(관습)입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젭슨 구청장은 "이 의회는 종교를 가진 사람과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 다양한 민족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게 종교색이 없는 구의회를 운영할 생각이며 거기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카라키아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파니오라 의원은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젭슨 구청장은 회의를 방해하지 말 것과 사과를 요청했다.
파니오라 의원이 다시 카라키아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 하자 젭슨 구청장은 가로막으며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회의를 계속하겠습니다"하고 묵살했다.
회의장에 있던 다른 구의원은 두 사람 사이의 긴장된 상황에 불편을 느꼈다.
파이오라 시의원(왼쪽)이 카라키아 기도로 회의 시작을 요청했지만 젭슨 구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단호하게 잘랐다.
©Screenshot / Kaipara District Council
20분 뒤, 자신의 취임 연설 차례가 오자 파니오라 의원은 "아침에 카라키아를 못 했으니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하는 게 났죠"라며 카라키아를 한 뒤 마오리 전통 민요 'Tūtira Mai Ngā Iwi'를 불렀다.
구청장과 시의원의 마찰로 회의장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논란이 일자 뉴질랜드 언론 뉴스허브(Newshub)는 두 사람의 입장을 듣고자 접촉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한편, 지난 2018년 뉴질랜드 국회에서도 기도문 논란이 일었던 당시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ssion)의 수석 법률자문은 일부 공공 기관에서는 회의를 마오리 문화의 공존을 인정하는 선언과 함께 시작하기도 하며, 오랜 전통에 따라 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의 종교 역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매시대학교(Massey University)의 피터 라인햄(Peter Lineham) 교수는 기도로 회의를 여는 의회들은 대부분 "매우 오랜 기간 동안" 그렇게 해온 경우라고 했다.
라인햄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가 큰 의회들은 대부분 기도를 하지 않게 되었다. 항의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국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유럽 기독교식 기도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자리에서는 카라키아가 대신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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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이티아나 기자 onechurchn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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