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Asian Music Showcase Night 2026', 무대에서 시작된 연결, 사회를 향해 넓어지다

뮤지션 ©ONECHURCH
'Pan-Asian Music Showcase Night 2026' Auckland Asia Festival 공식 초청. 한인들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담는다.
한인 주도 NGO 'AEDT'도 출범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안 아티스트들을 잇기 위해 시작된 'Pan-Asian Music Showcase Night'가 올해 Auckland Asia Festival 공식 프로그램으로 초청되며 한 단계 도약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한희(Han Lee) 대표가 그리는 그림은 더 큰 음악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통한 연결에서 출발해 연구와 교육, 워크숍, 커뮤니티 개발과 사회서비스까지 잇고, 궁극적으로는 아시안 커뮤니티가 가진 강점으로 새로운 사회적 해결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NZ On Air 지원 아티스트와 독립(Indie) 뮤지션들에게 더 많은 공연과 성장의 기회를 주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뉴질랜드에는 다양한 배경의 아시안 음악가들이 활동하지만, 음악을 발표한 뒤 실제 관객을 만나고 다른 아티스트·미디어·지역사회와 연결될 기회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한희 대표는 한 번 서고 끝나는 무대보다, 아티스트들이 서로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고 그 관계가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지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렇게 2025년 Spark Arena 내 The Tuning Fork에서 첫 행사가 열렸다.
올해 주제는 "From Many Cultures, One Harmony".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음악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협력할 때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공연 모습 ©ONECHURCH
세대와 장르를 가로지르는 무대
이번 행사는 10월 11일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이어지는 'Artist Panel Discussion'으로 문을 연다. 참여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창작 과정과 문화적 배경, 뉴질랜드에서 아티스트로 살아온 경험을 관객과 직접 나눈다. 오후 1시부터 이어지는 본 공연에는 Bharatanatyam을 비롯해 Angela, Kevin Kim, One Square, XPLSV, Han Lee & Julia가 오른다.
Angela는 Pop과 R&B, Hip-hop을 결합한 음악과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 싱어송라이터다. 한국에서 솔로 아티스트 개발 과정에 참여해 프로듀서들과 작업했고, 2026년에는 Rina Chae의 디렉션 아래 K-POP LIVE 뉴질랜드·호주 투어에서 리드 보컬로 활동했다. 회복과 자기발견, 사람 사이의 연결을 주제로 보컬과 랩, 댄스를 아우른다.
Kevin Kim(김기환)은 1990년대부터 활동해온 한국의 싱어송라이터다. 1996년 MBC 록 음악제에서 밴드 프리버드로 입상한 이후 밴드와 솔로 앨범을 통해 창작을 이어왔고, 작곡과 편곡에도 직접 참여해왔다. 2000년대에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의 음악 작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One Square는 2024년 오클랜드에서 결성된 인디밴드다. 보컬 Kiki, 기타 Jay, 베이스 Lemon, 드럼 Jukka로 구성됐으며 Indie Pop과 City Pop, 컨템포러리 R&B에서 영감을 받아 향수를 자아내면서도 현대적인 사운드를 만든다. XPLSV('Explosive')는 12세에 랩을 시작한 15세 Japanese-Kiwi 뮤지션으로, Boom Bap부터 Melodic Rap까지 시도하며 하나의 장르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
기획자인 이한희 대표도 아티스트로 무대에 선다. 그는 Auckland Council World of Cultures에서 'K-pop Culture Night'를 통해 음악을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했고, 이후 한인 정치인과 지역사회가 만나는 커뮤니티 행사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이번에는 댄서 Julia와 협업 무대를 준비한다. 그가 노래로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면 Julia가 이를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각기 다른 문화와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마지막에 하나의 무대를 함께 만든다는 점에서 행사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BMW MINI, Love Asia, Ongi Restaurant 등 지역 비즈니스는 단순 후원을 넘어 협력 파트너로 참여했다. 레스토랑과 함께 제작한 'Artist Performance MV'는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홍보 콘텐츠를, 비즈니스에는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될 기회를 제공했다.

행사 모습 ©ONECHURCH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
이한희 대표는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며 일회성 행사만으로는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기존 사회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시안 커뮤니티의 이민 경험과 가족관계, 언어, 정체성과 소속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봤다. 그렇게 설립한 것이 한인 주도의 비영리조직 Asia Equity and Development Trust(AEDT)다. 한인이 시작했지만 다양한 아시아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Pan-Asian 조직을 지향하며, 혁신과 연구, 교육·워크숍, 커뮤니티 개발, 문화행사, 사회서비스를 서로 연결해 아시안 형평성(Asian Equity)을 높이는 것이 장기 목표다.
그가 특히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중심으로 사람과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결핍 모델(Deficit Model)이다. 문제를 정확히 발견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부족함에만 초점을 맞추면 아시안 커뮤니티가 이미 지닌 문화적 다양성과 전문성, 창의성, 언어 능력, 국제적 네트워크 같은 강점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커뮤니티에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미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그 강점으로 어떤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시안 커뮤니티를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뉴질랜드 사회의 문제 해결에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파트너로 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AEDT가 말하는 혁신도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뜻하지 않는다. 연구는 연구로, 문화행사는 행사로, 사회서비스는 별도로 운영되는 구조를 넘어 연구에서 교육, 커뮤니티 참여, 프로그램 개발, 사회서비스, 평가와 개선으로 이어지는 순환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실행도 시작됐다. 그는 University of Auckland와 협력해 Asian Equity 관련 워크숍과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앞으로 커뮤니티 기반 조직들과 함께 아시안 커뮤니티의 경험을 반영한 새로운 사회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인 주도로 출발했다는 점도 그가 중요하게 보는 대목이다. 다만 그가 말하는 리더십은 다른 아시아 커뮤니티와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인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되 중국계·인도계·일본계·동남아시아계 커뮤니티와 서로의 강점을 연결하는 협력적 리더십(Collaborative Leadership)에 가깝다. 신진 리더들이 실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때로는 실패하며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것도 과제로 꼽는다.
그는 이런 접근을 새로운 형태의 애드보커시(Advocacy)라고 설명한다. 문제를 알리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의 공백을 발견했다면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직접 설계하고 실행해 대안을 보여주는 것 역시 애드보커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안 커뮤니티를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문화, 전문성, 창의성, 경험과 네트워크라는 많은 자원이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 부족한지를 이야기하는 것과 함께, 우리가 이미 가진 강점을 어떻게 연결하고 뉴질랜드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를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Pan-Asian Music Showcase Night가 여러 문화의 음악을 한 무대에서 잇는 프로젝트라면, AEDT는 그 연결을 문화예술 너머의 사회적 변화로 확장하려는 다음 단계다. AEDT는 이 비전에 공감하거나 경험과 전문성을 나누고 싶은 개인, 협력을 원하는 기관과 커뮤니티의 참여를 열어두고 있다.
기사 제공 : 이한희
송성한 기자 onechurchn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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