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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과 ‘울타리’가 없었더라면 동물들은 살았을까?

by OneChurch posted Apr 11, 2019 View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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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지난 주 강원도에서 있었던 최악의 산불은 진화됐지만 이를 계기로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동물 구조'를 둘러싼 논란에는 불이 붙었다. 지난 7일 동물해방물결(동해물)이라는 동물권 단체는 "사람만 챙기는 국가 재난 대응, 이대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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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번 산불 사태에서는 유독 비인간 동물들의 피해를 조명하는 기사가 많았다. SNS 상에서 묶여있는 '목줄' 때문에 다가오는 불길을 피하지 못한 동물들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아무리 급해도 목줄은 풀어주고 대피했어야 한다'는 주장과 '사람도 도망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가축의 생명까지 챙길 여력이 어디 있느냐'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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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때문에 화마로부터 도망치지 못하고 발이 까맣게 그을린 백구의 발.

그나마 이런 동물들은 불길이 몸에 닿기 직전까지만 미쳐 겨우 살아남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목줄이 묶여 있던 개집이나 무언가가 전소되는 과정에서

불길과 가장 가까웠을 부분만 화상을 입은 것 같다는 이야기다. ©KBS

 

사진들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주위에 물어보기도 하고 자료도 찾아보았다. 이런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이 아닌 '비인간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이나 컨트롤 타워 등이 있는지 알아봤지만 현재로선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했다.

 

또한 국민재난안전포털 '비상대처요령'과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에는 '피난소(대피소)에 봉사용 동물을 제외한 애완동물은 데려갈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유기동물 입양 및 실종동물 찾기 앱인 '포인핸드(Paw In Hand)'의 개발자 이환희 수의사는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매뉴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재난·위기 상황에서 동물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 등을 겪으며 일상에서 재난을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일었고, 그 일환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재난 대책의 필요성도 대두되었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는 아니지만 민간 차원에서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우리동생)'이 나서서 '반려동물 재난위기 대비 매뉴얼'을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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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하지만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번 산불 사태가 난 것이다. 사상 최악의 피해가 났다는 이번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인제·고성군과 속초·강릉·동해시 등 강원도 5개 시·군에선 920여 축산시설(소실)과 가축 4만여 마리(폐사) 피해 등을 포함해 유례없는 야생·가축·반려동물 피해가 났다. 특히 가축과 반려동물의 경우 대부분 '울타리'에 갇혀 있거나 '목줄'에 묶여 있어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러한 제약이 없이 행동이 자유로왔던 동물들은 스스로 목숨을 부지한 경우가 종종 목격되었다. 강원도의 한 교회에 딸린 농장에 사는 백구는 주인이 불길에 가로막혀 목줄을 풀어주지 못한 채로 대피했다가 돌아왔지만 다행히 목줄이 길어 바위 옆에 굴을 파고 들어가 살아남았는가 하면, 고성의 한 축사에서는 물 내려가는 수로에서 닭들이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또 흙을 파고 살아남은 토끼들도 있었다. 동물들의 생존 본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으로 '목줄을 풀어주었다가 잃어버리면 어떡하느냐'는 일각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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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한 마리가 다 타버린 축사 안에서 코에 화상을 입고 줄에 묶인 채 힘없이 앉아 있다. ©KBS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동물들은 아예 삶의 터전 자체를 잃어버린 야생동물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대개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 곁에서 함께 살다가 피해를 입게 된 경우이다. 우사의 소나 양계장의 닭·병아리, 사슴체험농장의 사슴 같은 농장 동물들, 불법 개농장의 개들, 집을 지킬 목적으로든 위안과 기쁨을 주고 받을 목적으로든 인간의 손에 의해 길러지는 많은 반려동물들. 그러나 이들은 평상시에는 '함께'였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선 철저하게 '따로'였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이유로 대피 사각지대에 방치된 동물들은 살기 위해 도망칠 수조차도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살아남아 구조된 동물들은 수의사협회와 동물보호단체들의 주도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후엔 유기동물 보호소로 옮겨지거나 수용할 곳이 없어 폐허 속에 방치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화재 피해 동물들을 위한 치료비 모금과 지원 프로그램 운영은 오롯이 민간 동물보호단체 또는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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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재개발예정지역에서 사람들이 버리고 간 동물들을 구조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은 재난 발생시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구조한다"며 "아직까지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나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 나라들에서도 큰 재난·재해를 계기로 동물 구조가 점차 체계화된 만큼 국내에서도 이번 산불을 계기로 동물 구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보호 매뉴얼이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동물은 동물이고 사람은 사람이다라는 논리로는 발전적 소통을 할 수 없다"며 "사람·동물 할 것 없이 모두 존엄한 '생명'이라는 가치 아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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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대피소에서 피해 주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반려견. 주인 한모 씨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준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반려견은 우울감에 빠지기 쉬운 이재민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동물과 사람을 함께 구하자는 게 동물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결국 사람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안다”라는 한 네티즌의 말이 실감나는 현장이다. ©KBS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정부 차원의 재난 관리 시스템도 이번 산불을 계기로 동물까지 포함하는 대책으로 보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포인핸드' 이환희 수의사는 "동물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고통받는 상황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목줄을 풀어주는 것은 최소한의 도리"라고 재차 당부했다.

 

 

출처: KBS NEWS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176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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