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침례교회

이근택의 선교보고서

러시아의 극동 연해주 순회 집회 (3)

by 이근택 posted May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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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순회 집회 (3)

 

나호드카에서 만난 고려인, 하나님의 사람들

 

러시아에 사는 고려인들의 역사는 멀게는 1860년대 조선시대까지 올라가지만 대부분은 러일전쟁이 일어났던 1904년 전후를 중요한 시기로 이해합니다. 1937년 9월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지역으로 강제 집단 이주되기 전까지 연해주는 그들의 삶의 근거지였습니다. 나호드카는 그중의 하나였습니다.

 

레닌동상1.jpg

▲ 나호드카 시내에 있는 레닌동상

 

뉴질랜드에서 한국인 사역자가 왔다는 소식에 한 고려인 가정이 저녁 식사를 초대해 주었습니다. 그 가정의 안주인인 로마는 한국어와 러시아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통역관이었습니다. 이들도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사할린에서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되어 생활하다가 그곳에서 태어난 이들이 장성하여 다시 나호드카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자녀들은 이미 장성하여 부모의 품을 떠나고 이제는 두 부부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의 러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은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한답니다. 그나마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정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배운 말이 전부라고 하였습니다.

 

로마 가족.jpg

▲ 고려인 통역관 로마 부부

 

8개월 전 허리를 다쳐서 걸음이 불편하다는 로마는 남편과 함께 산에 가서 손님을 맞기 위해 두릅을 따고 산나물을 채취해 왔습니다. 그리고 정성껏 마련한 식탁은 마치 고국의 어느 시골집을 방문한 것 같았습니다. 일부러 고려인의 옛 맛을 내보았다는 말이 혹시나 하는 염려로 제 입맛을 고려한 듯한 따뜻함에 마음이 울컥하였습니다. 그분들의 사랑에 제가 보답해 드릴 수 있는 것이 딱히 없었습니다. 오직 치유를 위한 기도뿐이었습니다. 주님의 은혜였습니다. 허리의 통증이 사라진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주일날 교회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역시 이역만리에서도 같은 한국인의 뿌리를 가졌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훈훈한 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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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채취해온 산나물, 더덕, 두릅으로 마련한 풍성한 고려인 식탁

 

다음날, 박광배 선교사와 저는 시내에 나가 한 러시아 정교회를 방문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예배 광경이었습니다. 교회 뜰에는 성도들이 오가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 손에는 양초가 들려 있었으며, 어떤 커플은 꽃을 들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내부의 분위기는 매우 정숙하였고, 성도들은 자유롭게 서서 기도하고 나가곤 하였습니다. 사제들이 예식을 집전하고 있는 장소와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는 장소는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작은 문을 통해 안쪽의 사제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사제 혹은 주교처럼 보이는 사제가 저 안쪽에서 향로를 흔들며 법궤처럼 만들어진 궤 주변을 돌고 있고, 신분이 낮은 듯 보이는 사제는 문 입구에서 성도들을 향해 서 있었습니다. 사제들은 저 안쪽에서 자기들의 예전 예식을 행하고 있었고, 성도들은 이쪽에서 안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도하였습니다. 이것은 주일 예배와는 다른 평일 날 오전에 드려지는 미사(?) 혹은 예배라고 하였습니다. 후에 알았지만 러시아 정교회에는 예배 시간에 성경을 읽는다거나 설교하는 것이 없답니다. 그냥 예전에 의한 예식이 예배였습니다. 그들은 이 예전 예식에 참석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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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정교회 토요 예배-저 앞 작은 문안에서는 예전 예식이 행해지고 있다

 

이곳저곳 성도들을 만나며 내일 있을 주일 예배로의 초청을 하였습니다. 점심시간에 방문한 한 음식점은 캐나다에서 러시아로 이주해 온 한 장로님의 사업장이었습니다. 나호드카 시 외곽에 위치한 이 음식점은 그 지역의 주요 행사들이 열리면 이용되는 제법 큰 레스토랑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갔던 이분들은 자녀들이 장성하고 구소련이 붕괴 된 후 다시 캐나다에서 러시아로 이주해 와 정착한 분들이었습니다. 특별히 저희들을 이곳으로 초청해주신 분은 한국에서 러시아로 이주해와 북한의 나선경제특구를 오가며 사업하는 이장균 사장이었습니다. 그분으로부터 그동안 한국과 러시아, 북한을 오가며 사업을 성사시킨 간증을 듣는 것은 또 다른 하나님의 섭리를 알게 하는 기회였습니다.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만나는 첫 만남이었지만 나름대로 지역 사회에서 인정받고 안정되게 살아가는 동포들을 만나는 것은 남다른 감격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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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케이 건설 이장규 사장과 캐나다에서 이주해온 성도들과 함께

 

저녁에는 또 다른 한 고려인 가정에서 초대해 주어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연세가 많은 할머니가 수개월 동안 거동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계셨습니다. 아들은 그 지역에서 크게 성공하여 유지가 되어 살고 있는 고려인이었지만, 딸이 북한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그 북한에 남아있는 딸을 위해 국적을 북한에서 러시아로 바꾸지 않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침대에서 한 번도 내려와 보지 못했다는 할머니는 주님의 은혜로 침대에서 내려올 뿐 아니라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였습니다. 이 방 저 방을 다녀보시던 할머니는 흥분된 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식탁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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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호드카 고려인 가족

 

남편은 고려인이고 아내는 러시아인인 그 가정에는 두 딸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러시아 리듬체조 선수들이었습니다. 큰 딸은 러시아 중등부 1등을 하였고, 둘째는 유치부 2등을 한 아이였습니다. 거실은 온통 그 아이들이 받아온 상장과 트로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리듬체조 국가인 러시아에서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겨루어 1, 2등을 한 선수가 고려인 가족이라는 것은 같은 동족으로서 또 한편의 뿌듯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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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리듬체조 선수들과 함께

 

그 땅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 그들의 역사 이야기는 언제나 발해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의 삶의 문화는 이미 러시아 속에 깊이 젖어있어 한국말 보다 러시아어를 훨씬 편해하며 살고 있었지만, 그들의 뿌리 속에는 늘 한국인의 정서가 남아있어 한국말을 하고 얼굴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쉽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그 낯선 땅에 들어와 복음을 전하는 박광배 선교사님 부부를 보며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 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 이분들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을 꼭 전해드리고 가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밤이 지나면 다음날은 러시아 나호드카에서 러시아인들과 함께 드리는 주일 예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주님이 행하실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설레는 토요일 늦은 잠을 청했습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기대합니다.”

 

Who's 이근택

profile

총신대학교(BA) 및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미국 Fuller Theological Seminary 박사원(D.Min)을 졸업한 이근택 목사는 GMS (Global Mission Society) 뉴질랜드 지부장과 GMS 태평양 지역대표부 부대표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GMS 선교사 및 오클랜드 커뮤니티 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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