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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숨겨진 것

by 문지기 posted Jul 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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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숨겨진 것

 

"나를 은밀한 데서 지으시고 땅의 깊은 곳에서 기이하게 지으신 분께서 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며 나의 모든 길과 내가 눕는 것을 살펴 보신다는 것이다"

 

주일 한인 청소년 예배를 10여분 남겨두고 키위 청소년 수련회 책임자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온갖 오물이 하수에서부터 넘쳐 세탁실 뒤쪽 백야드로 뒤범벅이 되어 버렸다고…

갑작스런 소식에 소위 멘붕에 빠져 버렸다. 주일 예배 직전, 몸을 뺄 수도 없고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창 부엌을 사용해야 하는 점심시간에 건물의 오수처리 전체가 마비되었을 뿐만 아니라 절대로 세상 밖으로 나오면 안되는 온갖 배설물들이 지면 위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급한대로 수시간만에 달려가 보니 가관이었다. 아이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오염된 구역 전체를 차단하고 라텍스 장갑 한 장에 의지해 배설물부터 치우고 여기저기 닥치는대로 물로 닦고 쓸고 소독처리했다. 하지만 심하게 막혀 있는 정화조배관은 능력 밖이어서, 본관의 상하수 사용 전체를 폐쇄한 채 다음 날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일체의 물을 못쓰게 하니 피자만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과 관계자들에게 여전히 미안하다.

 

오래된 부지를 관리하면서 알게 된 것은 눈에 숨겨진 것들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대체로 더 치명적이고 더 유용하며 그리고 더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기와 물이 그렇다. 전기가 잘못되면 어두움을 이길 수 없고 모든 기기들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며 더 잘못되면 화재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 처리가 잘못되면 부엌과 화장실의 제약 뿐만 아니라 건물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뼈대와 골조를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썩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지지난 달에는 천정 속 상수도 파이프가 새어 전선을 따라 물이 새어 나왔었고, 지난 달에는 땅속에 묻힌 상수도 배관이 터진 것을 몰랐다가 두 배로 뛴 물세 고지서를 보고 파악하였으며, 이번 달에는 땅속에 묻힌 정화조 배관이 막혀 역류한 것이다.

 

눈에 숨겨진 것은 대체로 장시간에 걸쳐 문제가 은밀히 축적된 후 가시적 현상으로 제 존재감을 투덜거리 듯 드러낸다. 마치 누가복음 12:2에서 감추어진 일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겨진 일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고 말씀하신 것과 같다. 건물도 그럴진데 사람의 마음은 더더욱 그렇다. 이미 인격과 행동으로 문제가 드러난다면, 그 전에 장시간에 걸쳐 많은 상처와 아픔이 마음에 내재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히 축적되는 것들이 더 굵직하고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그래서 특별히 시편 139편의 말씀을 주신 주님께 참 감사하다. 나를 은밀한 데서 지으시고 땅의 깊은 곳에서 기이하게 지으신 분(시139:15)께서 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며 나의 모든 길과 내가 눕는 것을 살펴 보신다는 것이다(v2,3). 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문제가 터져 눈 앞에 드러난 후에야 허둥대는 나의 모습과는 달리, 그 분은 나의 숨겨진 것들까지 미리 아시기에 그만큼 많은 생각으로(v17) 나를 살펴보시는 것이다. 주님의 사랑과 신실하심을 전적으로 신뢰한 다윗의 선포를 나도 되뇌어 본다.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v23,24)”.

 

 

원처치 저자 김후영 선교사

profile

태국 방콕과 서울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였고 2015년에 뉴질랜드로 넘어와 Carey Baptist college에서 Graduate diploma of applied theology를 취득. 현재는 All World Mission NZ Trust 소속으로 캠브리지 인근 TheArk라는 선교관 관장을 맡으면서, 뉴질랜드에 머무는 다양한 국적의 사역자를 섬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profile
    이홍규 2021.08.03 23:06
    생생한 예화로 성경 말씀의 의미가 적절하게 드러나 있어서 아주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profile
    여름하늘 2021.08.06 17:06
    눈에 숨겨진 것...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너무나 감사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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