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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한인교회, 함께걷는 교회의 노숙자 사역을 이어받아 나아가다

posted Ma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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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목사(좌)와 최지원 목사(우)©트리니티한인교회


함께걷는 교회(담임 김정우 목사), 지난 22년간의 노숙자 사역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오클랜드에서 매주 토요일 아침,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온 함께걷는 교회의 사역이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동안 함께걷는 교회는 토요일 새벽이면, 성도들과 청소년들이 모여 소시지 시즐과 따뜻한 스프를 준비하며 노숙자들에게 사랑을 전해왔다. 노숙자들의 옷을 세탁해주는 봉사도 진행했으나, 코로나 이후로 중단되었다.


김정우 목사는 "아기를 안고 엎고 성도님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었었는데, 어느덧 그 아기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 아이들이 지금은 봉사에 큰 역할을 해주고있다"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 함께걷는 교회는 새로운 사역에 집중하기 위해 노숙자 봉사를 트리니티한인교회(담임 최지원 목사)로 인계하기로 결정했다.


함께걷는교회 새로운 비전은 무엇인가?
함께걷는 교회는 이제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예배 사역을 준비한다. 코로나 이후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수가 증가했지만, 이들이 예배를 드릴 공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접하며 새로운 비전을 품게 되었다. 현재 중고등학생 8명이 이 사역에 함께하기로 했으며, 장애 아동을 돌보는 선생님과 협력해 준비하고 있다. 김정우 목사는 “노숙자 사역을 멈추게 되는 것이 아쉬웠지만, 트리니티한인교회에서 사역을 이어받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오랜 사역기간 동안 많은 순간들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큰 기쁨은 노숙자의 삶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들이다. 김정우 목사는 한 노숙자와의 특별한 만남을 떠올렸다. 어느 날, 한 노숙자가 기도를 부탁하셨다. “영어로 기도를 잘 못한다”고 하니, 그분이 “한국어로 기도하면 나는 못알아 듣지만 하나님은 다 듣고 이루신다”고 하셨다. 그 말에 감동을 받아 기도를 해드리자, 그 분은 모자를 벗고 머리를 내밀며 안수기도를 받으셨다. 그 후, 그 노숙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김 목사는 "그가 노숙자의 삶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 하나님이 이끄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것을 믿는다"고 전했다. “길에서 그분을 다시 보지 못한 것이 오히려 기쁘다. 그는 더 이상 노숙자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니까. 하나님이 그를 일으켜 세워주셨음을 믿는다”며 그 때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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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전 기도 ©트리니티한인교회


트리니티한인교회가 사역 이어받아 첫 봉사를 진행하다. 첫 봉사 소감은?
3월 1일(토), 트리니티한인교회(담임 최지원 목사)가 함께걷는 교회의 노숙자 사역을 이어받아 첫 번째 봉사를 진행했다.


최지원 목사는 “청년부와 성도님들이 함께 모여 봉사하는 시간이 정말 뜻 깊었다. 서로 협력하며 음식을 준비하고, 직접 나누어 드리면서 우리가 하나 되어 섬길 수 있었던 것이 감사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첫 봉사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었다. 스프에 물을 넣지 않아 지나치게 걸쭉해졌고, 예상보다 양이 부족했다. 또한, 빵과 종이컵, 케첩이 모자라 일부 노숙자들에게 충분히 나누어주지 못하는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이를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경험을 쌓아가면서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한 청년봉사자는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첫 봉사를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 더 익숙해지면서 더욱 잘 섬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청년 봉사자는 “이른 새벽이라 노숙자분들이 과연 계실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고, 길을 터주며 환영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며 감동을 전했다.


주일 오후에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봉사와 노숙자들을 위해 헌금을 하며 지속적으로 섬겨온 성도분도 계셨다. “하나님께서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던 것이 아닐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끼며, 사역에 기쁨으로 동참하는 마음을 전했다.


한 성도 가족에게도 의미있는 시간 있었다. 몇 년 전, 이 가족은 샌드위치와 호박스프를 만들어 노숙자들에게 나누어준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노숙자가 가족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한국인이지?" 가족은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아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노숙자는 따뜻한 미소로 답했다.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먹을 것을 나눠주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밖에 없어. 정말 고마워." 이 가족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인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노숙자를 섬겨오신 분들을 직접 만나게 되어 영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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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랑을 나누며 ©트리니티한인교회


트리니티한인교회, 노숙자 사역을 인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최지원 목사는 “사역을 인수받게 된 과정 자체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 고백했다. 최 목사는 “지난 11월 말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었다. 이후 12월에 김정우 목사가 노숙자 사역을 내려놓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제 마음에 강한 울림이 있었다. 기도하며 성도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향해 주신 비전임을 확신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트리니티한인교회는 여섯 가정과 청년 넷으로 구성된 작은 교회다. 하지만 최 목사는 “우리 교회가 비록 작은 교회이지만, 우리에게 소망을 주신 하나님께서 능력도 주시고 책임져 주시리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라며 사역을 맡게 된 계기와 그 안에서의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간증했다.


노숙자 사역은 교회의 규모나 자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섬김의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트리니티한인교회를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작은 교회였지만 큰 믿음을 품고 이 사역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이어진 이 사역이 앞으로 더욱 깊은 사랑과 나눔으로 확장될 것을 기대하며, 트리니티한인교회의 봉사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었다.


트리니티한인교회가 새롭게 시작한 노숙자 봉사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또한 함께 걷는 교회의 장애아동 예배 사역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송성한 기자 onechurchn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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