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과 진료 ©지구촌선교센터
다음 날 토요일은 인근의 “나마따꿀라” 마을의 회관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마을회관 옆 교회는 피지의 초기 선교사로 식인종들에 의해 순교한 토마스 베이커 선교사 기념 교회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진료 부서는 내과에서 박재복 교수, 검사실은 병리 기사인 최 장로께서 혈당 검사 등을 했고, 피부과는 필자가 뉴질랜드에서 가져간 사마귀 제거용 기계를 사용했다. 간호사들과 봉사자들은 각 과와 약국과 접수부를 도왔다. 치과는 피지에서 사역하는 “Marine Reach”라는 치과 의료팀이 함께하였고, 필리핀 치과의사와 권용철 원장이 전 날에 이어 다음 날에도 이곳 마을과 비전 칼리지를 오가며 발치, 레진 치료 등 여러 진료들을 했다.
피부과는 두 찬양팀들이 도왔다. 피부과 환자들의 상태는 상처가 너무 심해 마음이 아팠다. 발과 다리에 염증이 심해 한 번의 치료로는 되지 않겠으나 연고와 복용약을 줄 뿐이었고 병원에 가기를 권유했다. 더운 곳에서의 흔한 질병인 백선 같은 곰팡이 환자도 많았는데 환자가 병명도 모르고 치료도 하지 않아 심한 상태이나 곰팡이 연고만 줄 수 밖에 없었다. 사마귀가 있는 환자들도 많았고 얼굴과 몸에 사마귀들이 많아 모두 제거하기가 어려웠다. 몇몇 분은 사마귀가 제거된 것을 보고 기뻐하기도 했다. 피지는 모든 사람들이 국가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데, 건강에 너무 소홀한 것 같았다. 다음의 진료하는 날은 주일 예배 후에 학교에서 하기로 했다.
피지 마을 주민들 ©지구촌선교센터
20일 주일 예배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조남건 목사가 목회하고 있는 교인들과 학교 식구들, 코이카 발런티어들, 독일 교환 학생들이 있었다. 11시에 시작한 예배에서는 처음에 “찬미팀”에서 준비한 워쉽 댄스가 있어 중간 중간에 많은 박수 소리가 나왔다.
이어서 필자는 설교를 시작하기 전, 아내와 이중창으로 옛날에 배웠던 피지안 찬송가 “롤로마 이 지수” (Loloma I Jisu 예수님의 사랑)를 불렀고, 피지 학생들이 중간에 와! 와! 하는 소리와 박수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필자가 준비한 설교의 제목은 “중생과 성령세례” 였다. 요약하면 성령 받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성령세례를 받으라고 하셔서 기도하여 성령세례 받고 놀라운 증인이 된 것처럼, 우리도 성령세례 받고 능력 받아 예수님의 증인이 되자는 내용이었다. 자막을 띄우면서 설교를 했지만 영어로 다 표현하기에 부담이 되어 필자가 체험한 내용을 말씀과 연결하지 못해 아쉬웠다.
오후에는 교회 성도님들만 와서 진료를 받았다. 진료가 마무리된 후에는 성도님들 전체가 우리팀들을 위하여 “이싸 이싸 (이별의 아쉬움 나타내는 감탄사)”라는 피지 전통의 작별 노래를 불러 주었는데 그들의 찬송은 전문 합창단의 목소리 같았다. 3일간의 진료를 마친 우리는 비전 칼리지에서 철수하여 짐들을 챙겨 난디의 토카토카 리조트(Tokatoka Resort)로 이동했다. 하루 반 동안 난디를 떠나기 전 해변을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진료를 위해 이동 ©지구촌선교센터
21일, 오후에는 마마누다 제도(Mamanuca Islands Group)중에서 육지와 제일 가까운 작은 섬인 남해섬(South Sea Island)에 반나절 여행(Half-day Trip)으로 가기로 했다. 데나라우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데, 데나라우는 난디 인근의 모든 섬 관광의 주심지였다. 우리는 섬에 내린 후 곧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뷔페식의 음식을 가져와 식사를 했다. 우리 부부와 팀원들은 큰 모래 주머니 위에 누워 바닷 바람을 즐겼다. 다른 일부 팀원들은 스노클링, 조끼와 물갈퀴를 착용하고 약간 깊은 해안가로 나갔다.
그런데 박 교수와 한 여자 전도사가 해파리 종류인 젤리피쉬(Blue Bottle jellyfish)에 물려 심한 통증과 가려움을 호소하며 돌아왔다. 박 교수는 비교적 잘 견디었는데, 여 전도사는 창백한 얼굴로 심각한 호흡곤란을 호소하였다. 이를 본 우리 팀들은 섬 지휘 본부에 가서 현지 의료인들을 대동하여 산소통을 가져와 산소 마스크를 부착시키고 기관지 확장 주사를 놓았다.
좀 시간이 지나자 점차 호흡이 좋아졌다. 산소 마스크를 제거했다. 상태는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현지 의료팀들은 하루 입원하라고 권했지만, 거절하고 우리 팀들은 갈 시간이 되어 전도사님을 부축하고 승선 1시간 만에 육지에 올랐다.
배에 탄 호주 부부에게 젤리피쉬를 아느냐고 물으니 호주와 이곳 해안에 많다고 하면서 촉수가 달린 실 같은 것이 다리를 휘감으면서 쏘기 때문에 아프고 가렵다고 했다. 호텔에 와서는 밤에 시원한 해안가에 나갔는데 물뱀들이 보였고 때로는 해안가로 올라와 문다고 했다.
22일, 5박 6일의 피지 체류의 마지막 날로 우리 부부는 오후 2시에 뉴질랜드행 비행기로 이동했다. 한국팀들은 밤중에 동경 나리따 공항을 경유, 피지 항공으로 14시간 후, 23일 인천공항에 도착한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아침 식사 후에 난디 근처의 박영일 목사 가족을 만나기 위해 피지 아가페 선교학교(Fiji Agape Mission School)로 향했다. 박 목사 부부는 우리가 23년 전에 피지를 떠나면서 박 목사의 집에서 쉬었다가 뉴질랜드로 온 후 처음 만나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박 목사의 헌신으로 사립 초중고등 학교의 교장으로서 교과목에 성경도 넣고 예배도 드리는 현지 기독교 학교를 세웠다. 아침 수업 시간에 교문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니 교복 차림의 절도 있고 단정한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리 부부는 다시 팀원들이 있는 호텔로 와서 석별의 정을 나누고 난디 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2시에 탑승하여 3시간 30분 만에 무사히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짧은 6일간의 선교 여행이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새로운 경험들을 가졌던 시간들이었다. 다시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기사 제공: 지구촌선교센터 선우형식 선교사
송성한 기자 onechurchnz@gmail.com
<저작권자 ⓒ 원처치 뉴질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