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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가곡에서 말씀을 만나다 8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로 : 공감과 공명(김춘수의 꽃)

by 원처치 posted Sep 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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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에서 말씀을 만나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로 : 공감과 공명(김춘수의 꽃)

 

"예수님은 표면적인 기적을 베푸시기 전에, 이미 그 외롭고 병든 한 사람 한 사람의 슬픔에 당신의

온 마음을 맞춰 함께 울고 계셨던 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학창 시절 마음 깊이 품었던 김춘수 시인의 〈꽃〉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시인이 노래했듯, 누군가 그 존재의 가치를 알아보고 아늑하게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타인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무의미한 ‘하나의 몸짓’일 뿐입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을 담아 그 이름을 진심으로 불러줄 때, 비로소 그는 나에게 다가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납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요?' 오늘날 세상은 타인보다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정교한 지식을 쌓는 ‘해결 능력’에 열을 올립니다. 그러나 차가운 지식과 예리한 문제 해결 능력만으로는 닫힌 사람의 마음 문을 열지 못합니다. 냉철한 분석은 때로 날카로운 비판이 되어 타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존재를 피어나게 하는 것은 ‘지식(Knowledge)’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지혜 (Wisdom)’, 곧 ‘공감(Sympathy)’의 능력입니다.

 

 

와인 잔을 깨뜨리는 소리의 마술, 공명(Resonance)

 

 음향 분야나 물리학에서는 이를 ‘공명(共鳴, Resonance)’이라는 멋진 단어로 설명합니다. 어떤 외부의 물리적 타격 없이, 오직 연주자의 소리만으로 견고한 와인 잔을 깨뜨리는 신기한 현상이 있습니다. 와인 잔이 지닌 고유한 음역대와 똑같은 주파수의 소리를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낼 때, 잔 스스로가 함께 울리며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명입니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음역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내 마음의 음역대와 같은 결의 소리를 내어줄 때, 우리의 심금은 조용히 떨리며 함께 울리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역시 지적인 명석함이 아닙니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 결을 맞춰 함께 울려주는 심리적·영적 공명입니다. 최고로 격조 높은 음악 연주회에서 관객이 보내는 가장 극진한 찬사는 "기술이 훌륭했다"는 말이 아니라, 연주자의 울림에 관객의 마음이 동화되어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고백인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의 기적, 그 이전에 있었던 ‘민망히 여기심’

 

 성경을 깊이 묵상해 보면,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행하신 수많은 기적이면에 언제나 흐르고 있던 하나의 거룩한 전제조건을 발견하게 됩니다. 복음서는 맹인의 눈을 뜨게 하실때도, 오병이어로 굶주린 무리를 먹이실 때도, 나병 환자의 몸에 손을 대실때도, 죽은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실때도 한결같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민망히 여기사..." ‘민망히 여긴다(Moved with compassion)’는 것은 단순한 동정이 아닙니다. 상대의 고통과 아픔의 음역대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 영혼의 떨림을 당신의 가슴으로 똑같이 느껴주신 ‘극진한 영적 공명’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표면적인 기적을 베푸시기 전에, 이미 그 외롭고 병든 한 사람 한 사람의 슬픔에 당신의 온 마음을 맞춰 함께 울고 계셨던 것입니다.

 

 사실 진정한 예배(Worship) 또한 정보의 교환이나 일방적인 행사가 아닙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룩한 공명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찬양과 기도, 선포되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한 울림에 우리의 영혼이 공명하고, 우리의 야위고 아픈 울림에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안다"며 공명해 주시는 자리가 바로 예배입니다. 이 거룩한 울림을 경험할 때, 우리 삶의 굳어버린 문제들은 거짓말처럼 깨어지고 참된 회복의 기적이 시작됩니다.

 

 

서로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12장에서 크리스천의 참된 사명을 이렇게 권면합니다. "기뻐하는 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지식의 향연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영혼의 갈증을 느낍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교하게 짜인 설득이나 차가운 논리가 아닙니다. 나지막이 다가가 상대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게 이름을 불러 주는 따뜻한 관심, 그의 슬픔과 기쁨의 주파수에 내 마음을 맞추는 진실한 공감입니다.

 

 오늘 하루, 내 곁에 있는 성도와 이웃의 아픈 마음을 지식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그들의 삶의 음역대에 조용히 마음을 맞춰보면 어떨까요?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그러하셨듯,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따스하게 온기를 전하는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자 ‘아름다운 공명’ 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으며, 원처치의 신학적, 정치적 등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원처치 저자 박성열 목사

profile

박성열 목사는 뉴질랜드 남십자성어린이예술단 음악감독으로 8년 간 봉사했으며, 뉴질랜드 시온합창단(성인혼성) 지휘자로 또 8년 간 봉사했다. 또 뉴질랜드 오페라단 단원으로 12년 간 활동했다. 오클랜드 장로합창단 지휘자로 13년 째 봉사하였으며, 현재는 오클랜드 오라토리오코랄 운영위원장으로 13년 째 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 예수찬양교회 시니어 목사로 20년 째 사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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