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평화의 소녀상’ 논란…지역 이슈 넘어 한·일 외교 갈등으로

계획된 조각상. /오클랜드 시의회
오클랜드 ‘위안부’ 추모상 설치 논란 확산…지역 이슈 넘어 외교 문제로 비화
뉴질랜드 오클랜드 북부 타카푸나(Takapuna)에서 추진 중인 ‘위안부(comfort women)’ 피해자 추모 조형물 설치 계획이 지역사회를 넘어 한·일 간 외교적 긴장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공원 조성 사업으로 시작된 이 계획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공원 미관 개선”에서 출발…뒤늦게 드러난 상징성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클랜드 시의회는 배리스 포인트 보호구역(Barrys Point Reserve) 내 한국정원에 기증된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안을 검토했고, 일부 권한을 위임받은 지역위원들이 이를 승인하면서 절차가 진행됐다.
당시 제출된 자료에는 ‘공원의 미적 가치 향상과 한국 문화 소개’를 위한 설치물로 설명됐고, 의자 옆에 앉아 있는 여성 형상의 실물 크기 청동상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해당 조형물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Statue of Peace)’이라는 점은 초기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본 총영사관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 8월, 외교적 민감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오클랜드 시 국제관계팀과 지역위원회로 전달되면서 사업은 일시 중단됐다.
한·일 공관·외교부까지 관여…사안 급격히 확대
논의는 곧 국가 간 문제로 확대됐다. 주뉴질랜드 한국 총영사관과 뉴질랜드 외교통상부(Ministry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MFAT)가 잇따라 관련 사안에 관심을 보이면서, 단순한 지역 조형물 설치가 아닌 외교적 사안으로 비화됐다.
해당 조형물은 한국 정의기억연대(Korean Council for Justice and Remembrance)가 기증한 것으로, 2011년 서울을 시작으로 세계 여러 도시에 세워진 유사 조형물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19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된 수십만 여성들의 피해를 기억하기 위한 상징물이다.

일본 대사관은 해당 동상이 분열을 초래하고 뉴질랜드와의 자매 도시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클랜드 시의회
일본 측 “지역사회 분열 우려”…공식 반대 입장
2026년 들어 일본 정부의 입장은 더욱 분명해졌다. 주뉴질랜드 일본대사관(Japanese Embassy)은 해당 조형물이 지역 내 일본계와 한국계 커뮤니티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유사 사례로 일본 오사카(Osaka)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 설치된 위안부 조형물 문제를 이유로 60년간 유지해 온 자매도시 관계를 단절한 전례를 언급하며, 뉴질랜드 내 도시 간 국제 교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치 찬반 아닌 ‘장소의 적절성’ 문제
지역위원회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위원들은 이 사안을 단순히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이 조형물이 해당 장소에 적절한가”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미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진 만큼 추가 공청회는 열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정학 분석가 제프리 밀러(Geoffrey Miller)는 “양측 모두 감정의 골이 깊다”며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한쪽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교 공관의 의견은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율성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최종 결정…“누구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선택”
데번포트-타카푸나 지역위원회(Devonport-Takapuna Local Board)는 이달 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지역사회뿐 아니라 한·일 간 외교 관계에도 일정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공공미술 설치를 넘어, 역사 인식과 외교, 그리고 다문화 사회에서의 기억과 공존이라는 복합적 과제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문수아 기자 onechurchn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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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z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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