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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Empathy을 넘어 동정Compassion으로...

by 아람 posted Dec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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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Empathy을 넘어 동정Compassion으로...

 

"그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나도 함께 하는 것이기에 그 감정의 중심에는 ‘내’가 아닌 ‘너’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감은 ‘너’와 ’나’를 묶어 주는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의대 입학을 위해 면접시험을 본 것이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때가 생생히 기억 납니다. 개인 면접 당시 제대로 답하지 못 했던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연민Sympathy과 공감 Empathy의 차이를 아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연민은 상대의 고통이나 아픔을 보며 안타까워 하는 감정이라면, 공감은 상대의 입장에서 그 고통과 아픔을 느끼는 것이라고 간략히 설명하며 그 면접관은 제게 의사로서 연민이 아닌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습니다.   

 

의사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공감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몇 년전 한국에는 ‘공감’을 타이틀이나 목적에 담은 여러 토크쇼가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또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한 자기계발서나 육아서적, 혹은 공감을 성공의 열쇠로 표현한 책들도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공감 능력은 ‘언택트’ 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2020년에 어쩌면 더더욱 중요해진 단어이기도 합니다. 바로 옆에 있지 않아도, 내 눈 앞에 보이지 않아도, 불편하고 힘든 타인의 상황에 공감 할 능력이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감의 능력은 개인들간의 관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유대감을 높이고 각 개인과 그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연구들이 이제 공감Empathy을 넘어 동정Compassion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정Compassion이나 연민Sympathy이라는 단어가 동의어처럼 쓰이기 때문에 여기서 그 미묘한 차이를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공감과의 차이도 마찬가지입니다. DAUM사전을 찾아보면 연민(sympathy)의 뜻을 “불쌍하고 가엾게 여김”, 그리고 공감(empathy)은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연민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면 공감은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민의 중심에는 ‘내’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상황을 ‘내’가 바라보며 ‘내’가 느끼는 감정인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과 다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보여도 본인은 그 상황이 감사하고 행복한 사람을 보며 누구는 애처롭다며 연민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연민은 비록 본인은 선한 의도로 느끼는 감정일지라도 상대방에게 위로가 되기보다는 모욕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공감은 상대의 감정과 생각에 나를 맞추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나도 함께 하는 것이기에 그 감정의 중심에는 ‘내’가 아닌 ‘너’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감은 ‘너’와 ’나’를 묶어 주는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정Compassion은 무엇일까요? DAUM사전에서는 동정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1.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알아주거나 가엾게 여기는 마음

 2.남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여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와줌”

 

즉 동정은 공감 더하기 행동입니다.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동일하게 느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짐을 함께 지는 것입니다. 어떨 때는 이것이 실제로 상대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그런 변화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이런 동정의 표현은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에게도 큰 혜택을 줍니다. 세포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행복감은 높여주며,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수명을 연장하고, 나 자신의 문제를 넘어 세상을 바라보도록 도와 주고, 친밀감과 소속감을 높여줍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일하면서도 이것을 실제로 계속 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의료인들이 발휘하는 동정compassion이 환자분들에게 끼치는 긍정적 영향 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이 발휘하는 동정의 힘도 매우 자주 보게 됩니다. 그룹 심리치료를 하면서 이런 부분을 특히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룹에 속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주며 남을 돕는 그 행위가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말하는 것을 꾸준히 듣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주위의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 중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도우며 자신이 치유 받는 것을 나누는 것을 자주 듣게 됩니다.

 

아마 그런 경험들은 다들 있으실 겁니다. 내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내게 큰 힘이 되었던 경험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한 사람을 향한 애끓는 마음을 담아 건넨 진정한 위로의 한마디나, 반찬 한가지, 편지 한통이 큰 힘이 되어진 이야기들 등…

 

이런 동정의 정점에 아버지 하나님이 계십니다.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 그리고 아버지 뜻에 순종함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바로 내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에게 가르치신 것도 바로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고통 받고 (고전 12:26),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며 (롬12:15), 환난 중에 돌보라는 (약1:27) 것이었습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큰 일이 많았던 2020년 한해를 마무리하며 2021년 새해엔 우리의 삶이 공감을 넘어 동정이 가득하기를 소원하고 기도합니다.

 

 

 

 

 

원처치 저자 김아람 전문의

profile

오클랜드 의대를 졸업, 메시대학에서 인지행동심리치료 준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경력을 쌓고, 영국왕립정신과협회와 호뉴정신과협회 정회원 자격을 취득, 모성, 영유아, 교차문화 정신건강의학 분야 등에서 전문의로 활동해 왔다. 오클랜드 대학에서 명예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칼럼과 세미나, NGO단체 활동 등을 통해 교민 및 지역 사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노스쇼어 한인교회 장로와 뉴질랜드장로교단 목회자후보생선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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