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처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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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비와 늦은 비의 기적

고통스러운 가난 중에도 함께하신 하나님 Ⅲ

by AIC posted Sep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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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문을 열고 부어 주신 하나님

 

"고통스러운 가난 중에도 함께하신 하나님"

 

 영어 학교로 복귀
—“다시 학교 일을 하라고요?”

 

 그러던 중 함께 영어 과정을 운영했던 크리스천 랭귀지 스쿨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의 부학장(Vice President)으로 일해 달라는 것이었다. 말이 부학장이지 한국에서 학생들을 모집하고 그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힘든 일이었다. 학교 측에서는 사무실도 마련해주고 여러 가지 혜택을 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다시는 학교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상태라 학장직을 준다 해도 일하고 싶지않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 일을 하도록 내 마음을 강하게 밀어붙이셨다.

 

 학생 모집을 어떻게 하나 생각하니 눈앞이 막막해졌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기도 중에 ‘이번에 한국에 가게 되면 큰 기관과 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 놓을 테니 어느 장로를 만나라’라고 하셨다. 그 길로 나는 또 한국행을 감행했다. 하나님께서 연결해 주신 분은 기독교방송(CBS)과 연관이 깊고 교계에서 존경받는 귀한 장로님이었다. 나는 하나님의 응답대로 그 장로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의 도움으로 CBS문화센터와 연계해서 일하게 되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약속하신 일을 반드시 이루셨다. 결국 첫해 영어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의 수가 70명, 그 다음 120명이 될 정도로 큰 성공을 이루었다.

 

 하나님께서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마음을 주셨다. 당시 초등학생들은 언어 연수를 떠나면 실패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피하고 싶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일을 추진하게 하셨고, 나는 30여 개의 뉴질랜드 현지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한국에 가야 하는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어느 곳에서도 긍정적인 대답이 없었다. 하나님의 뜻이 아닌가 보다, 하며 반쯤 포기하고 있는데 한국으로 가기 전날 한 초등학교로부터 연락이 왔다. 6개월만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프로그램 설명회를 진행하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많은 학부모들이 기도 응답을 받고 왔다고 간증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는 일로 몇 년 동안 기도하고 있었는데, 광고를 보자마자 하나님의 응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뜻밖의 반응을 접하면서 나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는 어린 자녀들의 영어 연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크리스천 부모들의 기도에 응답하시려고 나를 사용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놀랍게 일하신다. 결국 나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적 속에서 시작했지만, 아홉 살부터 열두 살 사이의 영어도 못하는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외국 가정에서 지내야 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떤 아이들은 밥을 못 먹고, 어떤 아이는 울면서 집에 가겠다고 떼를 썼다. 부모들과 홈스테이 가정에서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왔다. 정말 기도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일뿐이었다.

 

 영어 공부보다 시급했던 건 아이들의 신앙 문제였다. 믿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서 일주일에 두 번씩 성경 말씀을 가르쳤다.많은 어려움에 부딪쳤지만 아이들이 신앙으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 어린아이들도 헤어스타일에 얼마나 민감한지, 한 아이가 뉴질랜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와서는 크게 상심해 있었다. 이러다 이 아이가 우울증 걸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결국 나는 직접 아이들 머리를 손질해 주기로 했다. 바리캉이라는 이발기로 한 명 한 명 해주다 보니 나중에는 요령과 기술이 생겨 5분에 한 명씩 해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달랐다. 남자아이들은 이발기로 밀면 되지만 여자아이들은 아니었다. 게다가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멋과 스타일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어려웠다.

 

 하루는 한 여자아이가 와서 귀밑 5센티미터로 잘라 달라고 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밑 10센티미터를 기준으로 머리카락을 잘라 나갔다. 그런데 나중에 아이의 머리를 보니 어느새 귀밑 5센티미터가 되어 있었다. 그 아이의 머리를 자르는 내내 얼마나 진땀을 흘리며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초등학생 프로그램은 이렇게 작은 일부터 신경 쓸 것이 많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며 공부시키려니 일을 진행하는 것이 너무 힘에 부쳤다. 그런데 6개월의 과정이 끝날 무렵 부모님들로부터 2단계 영어 과정을 만들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게 되었고, 결국 7년간 초등학생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약 700여 명의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영어 연수를 마쳤다. 뉴질랜드 교육부와 현지 언론은 우리의 교육 과정을 가장 성공적인 영어 연수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어느 학부모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이렇게 변화되었냐며 신기해했다. 집에 돌아간 초등학생 아이가 말끝마다 “주님의 은혜이지요”, “주님이 하시는 일이지요” 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믿음 안에서 성장했고, 또 믿지 않는 가정은 아이들을 통해서 하나님 앞으로 나오는 역사가 일어났다.

 

 그때 뉴질랜드에서 공부했던 초등학생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는 한다. 그 모든 일이 가능했던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능력과 은혜를 구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함께하셨기에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들을 지혜롭고 넉넉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환경에서, 초등학생같이 작은 자들을 섬기는데 충성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

 

 뉴질랜드 법마저도 바꾸신 하나님
—“대학도 대학 나름이지”

 

 뉴질랜드의 삶 속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건 영주권이었다. 영주권이 있으면 자녀를 무상으로 교육하고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영주권이 없는 사람들은 삶 자체가 불안하다. 이곳에서 함께 신학을 공부했던 동료들은 영주권이 있어서 학비도 저렴했고 정부로부터 학생 수당을 받아 생활했다. 영주권이 없던 나는 그들이 안정되게 사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그때는 뉴질랜드 정부가 막 이민 문을 열던 때라 영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조차 되지 않았다. 내가 졸업한 대학이 한국에서는 교육부가 인정하는 4년제 대학인데 이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학력 점수에서 일류 대학들이 15점을 받을 때 내가 졸업한 대학은 8점밖에 못 받았다. 그런 점수로는 도저히 영주권을 받을 수 없었다.

 

 취업 비자 만료일은 다가오고 영주권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는 뉴질랜드의 이민법 자체를 바꿔 버리셨다. 어떤 대학을 졸업했든지 뉴질랜드 정부가 인정하는 대학교는 무조건 10점을 주고, 국제 영어 시험 능력(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IELTS)을 쳐서 5점 이상을 획득하도록 한 것이었다. 아시아 사람들에게 영주권을 쉽게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나이 든 동양인이 대학 입학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운 이민법은 내가 영주권을 받을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서 뉴질랜드 이민법을 바꾸셨다고 고백한다.

 

 “그는 때와 계절을 바꾸시며 왕들을 폐하시고 왕들을 세우시며 지혜자에게 지혜를 주시고 총명한 자에게 지식을 주시는도다”(단 2:21).

 

 하나님께서는 이  IELTS 시험에 통과시키시려고 5년 동안 신학교 공부와 영어 학교 일로 나를 훈련하신 것이다. IELTS 시험이 무척 어려웠지만 한 번에 좋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러나 영어 점수만으로는 영주권을 받을 수 없었다. 나이와 경력, 재산과 학력에 대한 점수가 전부 충족되어야 했다. 뉴질랜드 이민성이 내가 다닌 대학을 인정해 주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는데, 내 영주권을 담당한 변호사가 호주 이민성이 인정하는 대학이라는 자료를 첨부해 주어 신청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3개월에서 6개월이면 영주권이 나왔는데, 우리 가족은 1년이 지나서야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다.

 

 영주권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고통스러웠다. 뉴질랜드로 온지 5년 만에 영주권을 받던 날, 우리 가족은 하나님께 눈물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갈 바를 모르고 불안해하던 나그네 삶에서, 뉴질랜드 땅에서 역사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는 소망의 삶으로 변화된 전환점이었다.

 

 아들의 학생 비자도 하나님 손에
—“영수증을 왜 이제 보여줘?”

 

 취업 비자로 아들의 학비를 감면받기 위해서는 아들의 비자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하나님은 아들의 학생 비자를 받을 때도 놀라운 은혜로 다스리셨다. 당시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유학생이라 일 년 학비가 5,000불이었다. 내 학비도 3,000불인데 초등학생 학비가 한국돈으로 400만 원이나 되니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학비를 내지 않으면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없고 그러면 학생 비자도 받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교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분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아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교장선생님은 비자 문제는 이민성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고맙게도,‘이 학생이 우리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주었다.

 

 학비도 지불하지 않고 어떻게 비자를 받나, 반신반의하며 아내와 나는 이민성에 갔다. 우리 서류를 찬찬히 살펴보던 이민관이 학비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나는 교장 선생님의 편지를 보여 주면서 우리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이민관이 1년 학생비자를 내주는 것이 아닌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의 나라에서 학비도 내지 않고 학생 비자를 받다니! 너무 기뻐서 그 길로 학교에 갔다. 교장 선생님은 잘 되었다면서 비자를 받아 왔으니 그냥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렇게 1년은 무사히 잘 넘어갔다.

 

 1년 후, 아들의 학생 비자가 만료될 즈음 다시 교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랬더니 감사하게도 아들 이름으로 낸 기부금 100불(일반적으로 뉴질랜드 학생들의 부모가 학교에 기부하는 금액)에 대한 영수증을 첨부해서 1년 전과 동일한 편지를 써주었다. 나와 아내는 그 서류를 들고 이민성으로 갔다. 하지만 서류를 검토하던 이민관은 학비를 낸 영수증을 가져오라면서 서류에 빨간 줄을 그었다. 

 

 나도 학생 비자를 받아야 했기에 다시 시도하기로 마음먹고, 아내와 나는 두 시간 동안 간절히 기도했다. 순서가 다가오고 어떤 이민관에게 가면 잘 해결될까 싶어서 창구의 이민관들을 쭉 살펴보는데, 원주민(마오리)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할머니한테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면 비자가 나올 것 같아서 ‘저 할머니에게 비자 신청하게 해주세요’라고 속으로 기도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놀랍게도 많은 이민관 중에서 그 할머니에게서 비자 신청을 하게 되었다. 내 학생 비자 서류와 아들의 서류를 함께 넣었더니, 역시 학비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나는 영수증은 없지만 교장 선생님이 써준 편지가 있다, 비자를 먼저 받아 오라고 했다, 라고 하며 차근 차근 설명했다.

 

 그런데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 이민관은 우리가 준비해 온 서류를 집어던지며 신경질을 내고 동양인을 비하하는 발언까지 했다. 얼마나 모욕적이던지,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있던 100불짜리 기부금 영수증을 꺼내면서 “영수증 여기 있다”라고 소리쳐 버렸다. 할머니 이민관은 영수증을 받더니 종이가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짧은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되었다.

 

 “영수증을 왜 이제야 보여 주는 거야?”

 

 이 한마디로 아들의 1년 학생 비자가 재발급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그 영수증에는 분명히 ‘기부금 100불’이라고 써 있는데, 왜 학비 영수증으로 착각했을까. 하나님께서 그 할머니의 눈을 멀게 하신 게 분명했다. 아니면 100불을 만 불로 보이게 하셨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당한 것은 마음 아팠지만, 비자가 발급됐을 때의 감사함과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원처치 저자 이은태 목사

profile

어머니의 서원을 무시하고 세상 속에 살다가 교통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은혜를 체험했다. 뉴질랜드 유학 중 가진 돈은 다 떨어지고 절망의 나락에 있었으나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체험했다. 하나님으로부터 세 개의 빌딩을 받고, 크리스천 영어학교를 세워 매년 200여 명의 기독청년에게 장학금을 주며 훈련을 시키고 있다. 뉴질랜드 최대 선교센터를 세워 17개 국제선교단체 지원, 다니엘 크리스천 캠프, 노인 나눔센터 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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