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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천국’ 신혼 시절

by AIC posted Jul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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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사랑의 매와 기적들

 

‘가난한 천국’ 신혼 시절

 

우리 가정의 시작
—“판자촌에서라도 함께 살 수만 있다면”


 믿음만 보고 나를 선택한 아내는 군대 간 나를 3년이나 기다렸다. 그러나 내가 제대한 후에도 우리의 앞날은 막막했다. 가진 것도 없고 능력도 없던 나는 아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남대문에서 콩나물 장사를 하고, 판자촌에서 살더라도 같이 살 수만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그런 얘기를 나눴지만 현실은 막막하기만 했다. 우리의 이런 간절한 마음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긍휼을 베풀어주셨다. 아내를 끔찍이 아끼던 할머니의 마음을 움직이신 것이다. 할머니는 첫 손녀인 아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셨다. 몸이 약했던 아내가 장충동에서 군자동까지 학교 다니는 걸 보고 군자동에 집까지 사주신 분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선을 보라고 해도 아내가 나만 바라보고 있으니 이분이 답답해서 우리 누나를 찾아오셨다.


 “둘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결혼시킵시다. 먹고살 것이 없으면 보태주면 되지. 공부 마칠 때까지 내가 도와줄 테니 결혼 허락합시다.”


 할머니 덕분에 우리는 결혼을 허락받았다. 하지만 막상 허락을 받고 나니 현실이 얼마나 초라한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나는 이제 막 제대해 야간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친형이 사업에 실패해서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운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결혼하겠다고 하니 어머니는 물론이고 처가 쪽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중학교 교장 선생님인 장인어른은 사위가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라 속상해하셨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와 둘이서 결혼 준비를 해야 했다. 교회에 가서 날짜를 잡고, 신혼살림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장만했다. 패물은 생각도 못하고 금반지 두 돈으로 우리의 결혼을 기념했다. 처가에서 보내 준 10만 원으로 나 혼자 백화점에 가서 회색 양복과 밤색 구두를 사 신었다. 

 

 당시에는 신랑들이 대체로 감색 양복을 입고 결혼을 했다. 나는 결혼식에서 어떤 양복을 입는지 몰라 중년 신사처럼 회색 양복을 입고 결혼식을 치렀다. 거기다 전체적인 조화는 고려하지 않고 형의 고동색 넥타이를 빌려 맸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날 정도로 당시 나는 그야말로 촌뜨기 신랑의 모양새였다.

 

 결혼식 당일에도 내가 아내를 미용실에 데려다 주고 교회까지 데려올 정도로 신경 써주거나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결혼식도 가족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치렀다. 토요일에 결혼식을 하고 다음 날 함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월요일 아침에 고속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다녀온 게 신혼여행의 전부였다.

 

 우리는 여관에 머물면서 시내버스를 타고 설악산 주위를 돌아다녔다. 남들은 신혼여행에서 찍은 사진만 따로 모아 놓은 앨범이 있지만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 몇 장이 전부다. 그 사진도 모두 차렷 자세로 찍어 어색하기 그지없다. 아내가 얼마나 절약을 했는지 여행 경비 10만 원에서 3만 원을 남겨서 우리 어머니께 드렸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시작은 참으로 미약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을 찾으며 전능하신 이에게 간구하고 또 청결 하고 정직하면 반드시 너를 돌보시고 네 의로운 처소를 평안하게 하실 것이라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5-7).


어려운 신혼생활
—“장롱 한 짝이 다 안 들어가”

 

 결혼은 했지만 내가 아직 학생 신분이고 직장도 없었기 때문에 아내가 동생과 함께 피아노 학원을 운영해서 신혼살림을 꾸려 나갔다. 그 학원도 우리 어머니가 교회에서 결혼 자금으로 빌려 오신 150만 원에 아내의 할머니가 보태준 돈으로 차린 것이다.

 

 우리는 피아노 학원 안에 딸린 조그만 방에 신혼 방을 차렸다. 장롱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장롱 반 짝과 텔레비전만 간신히 넣었다. 그렇게 초라한 시작이었지만 나에게는 그곳이 천국과 같았다. 나는 행복했지만 아내에게는 많이 미안했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자가용을 타고 학교에 가고, 학교를 마치면 방송국에 가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녹화할 만큼 유복하게 자랐다. 

 

 그런 아내가 월세 집에서 연탄을 때고 좁은 부엌에서 살림을 하고 있으니 내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부엌이 좁아서 아내는 일어날 때마다 붙박이 찬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다. 석유곤로에 불을 붙이다가 머리와 눈썹을 태운 적도 많았다. 변변찮은 신혼살림을 꾸리면서도 나를 챙기느라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미안함과 고마움이 크다.

 

 학생이긴 했지만 가장이었기에 나도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해보려고 애썼다. 능력도 없었지만 학교 공부 때문에 시간이 맞지않았다. 결국 결혼 후 1년 동안은 아내가 학원에서 버는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 갔다. 그런데 학원의 학생 수가 줄어서 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시 127:1).


직장을 찾아서
—“젊은 사람이 대단하네요”

 

 그때 미군 부대에서 경비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 3교대로 고된 일이었지만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지원했다. 1차, 2차 시험은 순조롭게 통과하고 미군 장교와 한국인 감독관 앞에서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그런데 가끔은 주일에도 근무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나이가 지긋한 한국인 감독관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


 “다른 날에는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크리스천이라 주일 성수를 해야 하니 시간을 좀 조정해 주십시오.”

 “내가 장로입니다. 존경스럽네요. 젊은 사람이 그렇게 주일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대단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주일에도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몇 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그 말을 한 게 후회스러웠다.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어디서 이런 좋은 직장을 구하나?’

 

 사탄이 내 마음을 자꾸 흔들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마음이 더 불안해져서 결국 장로라고 했던 그 감독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줄 수 없겠습니까?”


 그랬더니 아까는 나를 존경한다고 했던 그분이 “지금 장난하냐!”라며 화를 냈다. 내가 믿음을 지킬 때는 존경을 받았지만, 구차하게 기회를 빌자 비난만 받고 초라해진 것이다. 나는 나의 믿음 없음을 자책했다.

 

원처치 저자 이은태 목사

profile

어머니의 서원을 무시하고 세상 속에 살다가 교통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은혜를 체험했다. 뉴질랜드 유학 중 가진 돈은 다 떨어지고 절망의 나락에 있었으나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체험했다. 하나님으로부터 세 개의 빌딩을 받고, 크리스천 영어학교를 세워 매년 200여 명의 기독청년에게 장학금을 주며 훈련을 시키고 있다. 뉴질랜드 최대 선교센터를 세워 17개 국제선교단체 지원, 다니엘 크리스천 캠프, 노인 나눔센터 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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