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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이야기

Q&A로 풀어보는 정신건강 이야기 시리즈 3편

by 아람 posted Jun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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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2.jpg

 

 

 

<질문>

약물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나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와 관련하여 많이 하시는 질문이고,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대답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같은 우울증이라도 발병의 원인이 다르고, 발현의 형태도 다르며, 증상의 경중에 따라 약물 치료가 우선되어야 할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략한 답을 먼저 드리자면, 약물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복용하는 약물은 근본적인 치료의 일환입니다.

 

그러나 보통 이 질문을 하시는 경우 가지시는 궁금증 혹은 오해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 트라우마나 부정적 경험, 스트레스나 관계의 문제 등으로 인해 우울이나 불안 증세 등이 왔는데 약물 치료가 과연 어떻게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이런 오해의 배경에는 이원적인 관념이 존재합니다. 즉, 정신건강은 ‘심리적’인 영역이기에 ‘물리적’ 치료의 영역인 약물치료는 근본적인 치료의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오해입니다.

 

그러나 감정적, 심리적, 관계적 원인으로 정신 건강의 문제가 촉발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은 실제 물질적인 변화 - 뇌 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미치는 변화 - 로 이어집니다.

 

지금의 우리 세대는 그동안 쌓여온 많은 연구를 통해 거의 모든 정신 질환이 뇌 구조나 뇌 기능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심각한 트라우마가 특정 유전자 스위치를 켜거나 끌 수도 있고 반대로 장의 유산균이 뇌의 활동과 감정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는 것도 증명되었습니다.

 

결국 몸과 마음은 각각 다른 영역이 아니며 흔히 ‘마음의 병’으로 설명하는 정신질환은 사실상 몸의 병이기도 합니다.

 

성장하며 겪은 가정의 불화나 왕따의 경험, 직장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 가족 혹은 가까운 지인과의 이별, 이민의 스트레스 등 어떤 특정한 이유로 질환이 시작되거나 악화되었다 하더라도 약물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의 일환이 될 수 있음은, 이런 모든 것들이 실질적으로 우리 뇌와 몸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우리의 감정, 생각, 행동 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약물 치료는 그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 부분을 바로 잡아 줄 수 있기에 분명하고도 근본적인 치료입니다.

 

약물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의 밑바탕에 있는 또 다른 큰 오해는 약물 치료로 인해 얻는 효과가 ‘일시적’이고 ‘인위적'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흔히 신경안정제로 불리는 항불안제나 수면유도제 등의 약들은 불안이나 수면 장애라는 특정 증상을 거의 즉각적으로 완화시켜 주기는 하지만 약효가 몇 시간 안에 사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기의 약들은 대부분의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서 다른 약물이나 치료를 보완해 주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특히 이 두 부류의 약물들은 중독성을 지니고 있어서 되도록 2~4주 이상 지속적인 복용은 피하도록 처방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약물과는 달리 항우울제, 기분안정제, 항정신병제 등의 약물은 장기간 복용 할 수 있고, 장기 복용이 권고되는 약물로써 중독성이 없는 ‘근본적인’ 치료 약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의 경우 항우울제를 통한 약물치료가 이루어졌을 때 뇌 기능이 건강했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고, 인지와 사고의 형태도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양상에서 벗어납니다.

 

우울증이 호전되면서 다시 행복감과 기쁨을 느낀다는 의미는 우울증으로 인해 경험하지 못하고 느낄 수 없었던 것을 약물 치료를 통해 되찾는 것이지 약으로 인한 쾌감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끊고 증상이 재발했던 직간접적인 경험에 의해 결국 약물의 효과가 일시적이고 인위적으로 증상을 숨기는 정도라고 치부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질병이 재발하며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은 치료가 되지 않았거나 약물이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항암약물요법(항암화학요법)을 성공적으로 다 마치고 나서도 때로는 차후 암이 재발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존에 받았던 항암약물요법이 증상만 완화했고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못했다며 기존에 받은 항함약물요법의 효능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며 정신건강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들을 계속 풀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에 남겨 주세요. ^^

 

 

원처치 저자 김아람 장로

profile

오클랜드 의대를 졸업, 메시대학에서 인지행동심리치료 준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경력을 쌓고, 영국왕립정신과협회와 호뉴정신과협회 정회원 자격을 취득, 모성, 영유아, 교차문화 정신건강의학 분야 등에서 전문의로 활동해 왔다. 오클랜드 대학에서 명예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칼럼과 세미나, NGO단체 활동 등을 통해 교민 및 지역 사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노스쇼어 한인교회 장로와 뉴질랜드장로교단 목회자후보생선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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