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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코드 원’, 나의 하나님 Ⅲ

by AIC posted Jun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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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

 

"나의 ‘코드 원’, 나의 하나님"

 

국방부 원대 복귀
—“공군본부로 보내 줘요”


 원대 복귀를 증명하는 서류를 들고 병원 문을 나서는 발걸음은 참 가벼웠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서류에는 내가 복귀하는 곳이 국방부라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또다시 주일 성수 때문에 길고 긴 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렇다고 돌아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일단 국방부로 가서 중대장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다. 몸이 안 좋은데 공군본부로 돌아갈 수는 없는지 물었더니, 지금은 운전병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군본부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끊어 오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진단서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었지만 일단 공군본부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정형외과를 찾아가 허리에 통증이 있으니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진단서를 끊어 달라고 했더니 의사가 “지금 나보고 허위 진단서 만들라는 거냐”라며 소리를 질렀다. 낙심해서 병원 화단에 앉아 있는데 내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야, 너 국방부 갔던 놈 아니냐” 하며 나를 알아보았다. 공군본부병원 수송대를 담당하던 상사였다.

 

 “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아, 제가요. 사실은…….”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국방부로 원대 복귀하게 된 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상사가 기다려 보라고 하고는 병원으로 들어가서 2주짜리 물리치료 진단서를 가지고 나왔다. 너무 기뻐서 인사를 하고 당장 국방부로 달려갔다. 하지만 진단서를 본 중대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야, 이거 가지고는 공군본부 못 가. 몇 개월도 아니고 겨우 2주잖아. 그냥 여기서 왔다 갔다 하면서 치료 받아. 이런 건 위로 올라가도 결재가 안 나.”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나는 그 중대장과 함께 수송대 대대장에게 가서 원대 복귀했다는 보고를 하게 되었다.

 

 “이은태 이병,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퇴원해 국방부로 원대 복귀하였습니다. 그런데…….”


 보고가 끝난 줄 알았는데 중대장이 계속 중얼거리며 보고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은태 이병은 몸이 매우 안 좋고 심각한 상태라 공군본부 병원에서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빨리 치료받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순간 나는 성령께서 그의 입술을 주장하고 계심을 느꼈다.

 

 “아니, 죽을 애를 왜 데려왔어? 빨리 공군본부로 복귀시켜!”


 대대장의 명령에 중대장은 내가 공군본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서류를 준비해서 국방부 인사과로 데려갔다. 원대 복귀 허가서를 제출했는데 서류를 검토하던 인사 담당 중위가 대위인 중 대장에게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운전병이 70명이나 부족한데, 공군 본부로 원대 복귀라니요!”
 “얘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럼 행정병으로 바꿔서 근무시키든가 하세요!”


 계급이 법인 군대에서 중위가 대위에게 명령을 하다니, 인사과의 힘이라는 게 대단하긴 한 모양이었다. 소리를 지르던 중위는 급기야 서류를 집어던졌다.


‘이제 다 끝났구나.’


 공군본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꿈으로 부풀었던 나는 땅에 떨어진 서류를 보며 낙심했다. 그런데 갑자기 중위 옆에 앉아 있던 한 군무원이 벌떡 일어났다. 가죽점퍼를 입은 풍채 좋은 아저씨였는데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야, 너 얘가 누군지 알아?”

 

 군무관이 갑자기 중위에게 소리를 꽥 질렀다.


 “얘, 곧 죽을 애야. 알기나 해? 제대로 치료 못 받고 죽으면 네가 책임질 거야? 이 자식이 어디서 싸가지 없게…….”


 평소 중위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는지 군무관은 쉴 새 없이 퍼부었다. 계속되는 군무관의 질책에 기세등등하던 중위도 풀이 죽어 결국은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섬주섬 주웠고, 원대 복귀를 허가하는 도장을 찍어 주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중위를 야단치던 그 사람이 누군지, 왜 나를 도와줬는지 지금까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항공의학연구원 수송대 발령
—“하나님, 항의원으로 보내 주세요!”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많은 이들을 움직이셔서 나를 공군본부로 보내셨다. 은혜와 기적 속에 공군본부로 돌아와 보니, 내가 가고 싶어 했던 본부 병원 수송대 인원이 이미 꽉 차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수송대에서 대기만 하고 있었다. 그때 공군 법무관인 대령을 모시고 사흘간 운전할 일이 생겼다. 원래 운전을 하던 운전병은 그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러 갔기 때문이었다.

 

 그 법무관은 인품이 참 훌륭했는데 알고 보니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는 분이었고 공군본부 교회의 집사님이었다. 사흘 동안 저녁마다 나를 관사로 데리고 가서 사모님이 하신 밥을 대접해 주셨다. 그러고는 하나님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 같다며 대령 운전병으로 근무하면 참 좋겠다고 하셨다. 그분의 호의는 감사했지만 하나님 앞에 서원한 것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꼭 근무를 해야 한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그리고 도와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법무관은 내가 품은 전도의 마음을 보시고 도와주겠다며 흔쾌히 약속하셨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졸이며 발령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송대 감독관실에서 나를 찾았다. ‘전에는 국방부로 가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항의원으로 가는구나’ 하며 신나서 감독관실 문을 여는데, 어디선가 주먹이 날아와 얼굴을 후려쳤다.

 

 “이 자식이! 졸병 주제에 어디 벌써부터 청탁을 하고 난리야. 한번만 더 그러면 죽을 줄 알아!”


 실컷 얻어맞고 나니 눈물이 쏟아졌다. 그때 교회로 달려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울면서 기도하고, 피아노 치며 찬양하고, 또 엎드려 기도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교회에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시간이 되어 터벅터벅 식당으로 걸어가는데, 나를 발견한 고참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너 찾는 방송이 수백 번도 넘게 나왔는데 못 들었어?”
 “빨리 백사한테 가봐.”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부리나케 수송대 감독관실로 달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백사가 나에게 소원대로 항의원 수송대로 발령이 났으니 가라고 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발령이었다.

 

믿음의 시련
—“박 병장 제대하는 날이 네 제삿날이야”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공군 병원에서 만나 나에게 진단서를 끊어 준 병원 수송대 책임자 강 상사가 내가 백사에게 얻어터지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사정이 궁금했던 강 상사는 백사에게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백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형님. 그렇게 병원에 오고 싶다는데 좀 가게 해주지, 왜 그렇게 애를 잡습니까? 내가 다 책임질 테니 그냥 데려가게 해주세요.”


 친분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잘 알지도 못하는 강 상사가 나를 왜 그렇게 감쌌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저 하나님의 은혜고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나는돌고 돌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근무지, 항의원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급차를 운전했다.

 

 병원 수송대 내무반에 들어가 보니 이곳 또한 쉬운 곳은 아니었다. 그곳에는 제대를 앞둔 박 병장, 그리고 나보다 두 달 먼저 입대한 일병이 두 명 있었다. 그런데 몇 명 되지 않는 내무반에 살기가 돌았다. 박 병장이 밤마다 두 일병을 불러내서 두들겨 팼기 때문이다. 박 병장은 나보다 나이가 어렸는데 눈에 독기가 흘러서 존재만으로도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박 병장에게 다가가 전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밤마다 영어를 가르쳐 주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이다. 예수님을 믿게 된 박 병장은 나와 함께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믿음이 깊어지고 나서는 엄동설한에도 새벽 기도에 빠짐없이 참석하였다.

 

 복음의 힘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독기와 폭력, 욕으로 가득하던 그의 삶에 말씀과 찬양이 자리 잡게 되었고 구원의 기쁨이 넘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매일 밤 행사였던 구타도 사라졌고 두 일병도 편안하게 군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평화롭기만 할 줄 알았던 내무반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박 병장이 변화돼서 군 생활이 편해졌으니 내게 고마워할 것 같았던 두 일병이 오히려 나를 미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졸병 주제에 병장과 친하게 지내고, 달게 자고 있으면 새벽에 교회 간다고 부스럭거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주일만 되면 병원에 있는 환자들을 구급차에 태우고 교회에 가는 것도 거슬린다고 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다. 두 일병은 병장이 나와 함께 교회에 다니니 뭐라 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이를 갈았다.

 

 “박 병장 제대하는 날이 네 제삿날인 줄 알아.”
 “박 병장 제대하면 교회 다니는 것도 끝이야.”


 두 사람은 이렇게 나를 협박했다. 그들은 박 병장이 제대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금도 그 날짜를 기억하는데 6월 30일이었다. 나는 그날이 다가오는 게 두렵고 떨렸다. 반대로 이 두 일병 은 이를 갈며 그날만을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본인들의 제대 날짜보다도 그날을 더 기다렸던 것 같다.

 

 

원처치 저자 이은태 목사

profile

어머니의 서원을 무시하고 세상 속에 살다가 교통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은혜를 체험했다. 뉴질랜드 유학 중 가진 돈은 다 떨어지고 절망의 나락에 있었으나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체험했다. 하나님으로부터 세 개의 빌딩을 받고, 크리스천 영어학교를 세워 매년 200여 명의 기독청년에게 장학금을 주며 훈련을 시키고 있다. 뉴질랜드 최대 선교센터를 세워 17개 국제선교단체 지원, 다니엘 크리스천 캠프, 노인 나눔센터 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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