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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넥트, 다시-연결

현실을 넘어서

by 원처치NZ posted Jun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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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페.jpg

여러 한인 교회 청년들과 함깨했었던 라누이 지역사회를 위한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필자가 섬기고 있는 리커넥트는 대부분 1.5세대 한인 이민자 청년들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 참여 단체이다. 보통 이민자라 하면 전체 구성원 중 비교적 소수 집단이기 마련이고, 뉴질랜드 내에서  한인은 이민자 중에서도 소수민족이다. 또한, 1.5세대라는 어중간한 숫자는, 겨우 정착에는 성공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탄탄한 기반을 이루지는 못한 미생과 같은 우리의 오늘을 설명한다. 물론, 필자는 아직 그 어중간함마저 쟁취하지 못한1세대 이민자로써 오늘도 정착과 생존을 위해 씨름하고 있다.

 

이렇게 부대끼는 매일이 우리가 지나온 어제이고, 부딪히는 현실이다. 낯선 땅, 다른 문화, 통하지 않는 언어와 생경한 풍경. 이민 1세대의 출발선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뒤쳐져 있었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쳤다. 이런 우리의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 온 몸 가득한 생채기와 흉터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겠지. 운동선수에게 부상이 으레 일어나는 일이 듯, 이민자의 삶에 상처는 너무나 익숙한 일이고, 어디 한 두 군데 후유증이 남은 정도로는 하소연하기에도 민망하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뉴질랜드 한인 교회들은 참 많은 홍역을 치렀다. 채 30년이 안되는 짧은 이민역사 속에서, 우리는 참 많이 싸웠고, 울었으며, 상처입었다. 부디 오해하지는 마시라. 이 글은 절대 어느 누구의 잘못을 지적하고자 함도, 어떤 누구를 원망하고자 함도 아니다. 버거웠던 매일, 그 어떤 인격자도 자비와 긍휼을 장담하긴 어려웠으리라. 영화 기생충의 사모님이 부자여서 착할 수 있다는 아픈 대사처럼, 처절하고 힘겨웠던 우리의 지난날을 정죄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아프고 버겁던 지난 날을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영주권 또는 생계와 같은 당장의 절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만 있으면, 이 문제만 해결되면 그래도 일말의 안정이 있겠지. 그래도 오늘 생존 할 수 있고, 자식들에게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나은 교육과 환경을 줄 수 있겠지. 졸업할 때 까지만. 결혼할 때 까지만. 그런 간절한 소망과 생존에 대한 일념이 우리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터널을 뚫고, 달 없는 새벽을 견디게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것만 있으면, 지금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 지는 걸까? 영주권이, 내 집 마련이, 졸업이, 결혼이 해결되고 나면, 우리는 정말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걸까? 이 타는 목마름과 불안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걸까? 모르겠다. 어쩌면 핏발 선 치열함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파도가 치듯, 끊임없이 밀려오는 물결이 쉼 없이 우리를 젖게 할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플리마켓.jpg

홈리스들이 많이 있는 라누이 캐러벤 파크에서의 플리마켓

 

‘사회활동? 그래, 좋은 것이지. 교회 생활도 열심히 하면 좋지. 다 좋은 일 하는 거니까. 하지만 그건 학생 때나 할 수 있는 일이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장의 생계가 걸려있고, 영주권에 인생이 저당 잡혀 있는 처지에 무슨 봉사는 봉사야. 살아야 신앙도 지키는 거고, 살아야 봉사도 하는 거지. 그래 나중에,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 때 생각해 볼 게.’

 

필자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는게 바빴고, 용량은 이미 꽉 차 있다고 생각했다. 공동체 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상처에 조차 눈을 감았고, 문제가 눈에 뻔히 보여도 해결은 내 몫이 아니었다. 사실 리커넥트에 들어온 것도 ‘하나님은 우리를 교회 안에서만 겨우 살게 하시려고 부르신 게 아니다. 우리는 세상에 침투하고 승리하여야 한다.’라고 뱉은 말이 있어 책임지려는 시늉이라도 하려고 들어왔지, 대단한 결심을 하고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하나님의 계획하심이었는지, 분명 단순 봉사자로 신청하였는데 어느새 보니 리커넥트 멤버가 되어있었고, 그렇게 바쁘고 여유 없는 본인이 어느새 단체의 핵심 중 하나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순종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부르심이 찾아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필자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엉겁결에 여러 프로젝트의 책임을 지고, 환경과 정신건강, 구조적 가난 등 여러가지 사회 문제를 위해 뛰기 시작했다.

 

어린이 프로그램.jpg

매주 라누이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어린이 프로그램

 

물론, 쉽지 않았다. 아니, 힘들고 어려웠다. 그 이전에도 이미 여유가 없었고, 누가 보아도 본인 앞가림 이상을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혹자는 미련한 짓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만두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취미나 휴식은 언감생심. 잠자는 시간까지도 줄여야 했고, 주말과 퇴근은 또 다른 업무의 연장이었다. 프로젝트는 어느 하나 순탄히 흘러가는 것이 없었고, 고생에 비해 눈에 보이는 성과는 미비했다. 그렇다고 나 개인의 인생이 풀리는 것도 아니었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매번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마음 같지 않은 상황과 씨름해야 했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한계에 부딪히고, 할 수 있는 것이 사라지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그 때, 바로 그 때에 비로소 일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보아도 가능하지 않은 순간,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일하시는 하나님. 공고히 보이는 현실과 시끄러운 세상의 생각을 뛰어 넘으시는 하나님. 고칠 수 없는 상처를 매만지시며 끊어진 관계를 회복시키시는 하나님.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갈등과 찢겨진 교회를 합치시는 하나님. 그리고 과거의 상처를 뛰어넘어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던 우리의 나아갈 방향까지.

 

하나님은 지금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내일 또는 모레, 최소한 오늘보다는 여유 있는 미래의 어느 날이 아닌,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어차피 그날은 오지 않는다. 우리의 욕심에는 끝이 없고, 상황은 끊임없이 변하지 않는가? 심지어 그 여유가 있다 한들, 우리의 능력은 사명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랑할 만한 시간이란 오지 않고, 우리의 능력으로는 사랑할 수 없다.

 

smile.jpg

캐러벤 파크에서 사는 어린이들과 함께 그린 초크 아트. 'Smile'이라는 글을 보고 어른들은 눈물을 흘렸다.

 

물론, 이해한다.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힘든지. 고된 하루와 황량한 어제를 지나 최선을 다한 매일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얼마나 마음이 무너지는지. 생각지도 못한 전염병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그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착마저 허락 받지 못한 삶은 필자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삶이기에,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인생이기에, 그래서 필자는 더욱 믿을 수 있고 도전하고 싶다. 천지를 창조하시고 만유보다 크신 하나님은 우리의 문제보다 더욱 크시다. 우리의 삶을 던지고 태울 때, 하나님은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시고 언제나 함께하신다. 그래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뜻을 구할 때, 우리는 비로소 비루한 욕심에서 벗어나 이 땅에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를 체험할 수 있다.

 

어디에, 어느 곳에, 어떤 모양으로 있든지 상관없다. 죄로 인해 끊어졌던 그 어떤 관계라도 연결시키고자 발버둥 치고 있다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비록 같은 곳은 아닐지라도, 우리 리커넥트 또한 당신과 같이 이 사역에 몸부림 치고 있다. 바라건대 부디 그 마음에 하나님의 평강이 함께하길, 우리 리커넥트의 연약한 몸부림이 당신의 고독에 위로가 될 수 있길 마음이 상하도록 소원한다.

 

 

원처치 저자 리커넥트, 윤복

profile

리커넥트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사회를 섬기는 자선 단체이다. 사회 이슈들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사회 참여의 장을 마련하는 플랫폼 메이커이다. 현재는 노숙인들을 위한 자립 활동 프로그램과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리커넥트에 함께하고 있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사회를 섬기면서 들었던 생각과 품게된 마음들을 칼럼에 담았다. 삶의 예배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고민을 각 멤버의 시선에서 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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