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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 - 어머니의 '거룩한 협박'

by AIC posted Mar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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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다시.jpg

 

하나님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

 

어머니의 ‘거룩한 협박’

 

은혜의 태

—“아들을 주시면 하나님의 종으로 바치겠습니다”

 

나는 1958년 경주 인근의 조그만 마을에서 2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어머니 김성조 권사님은 3대째 내려오는 믿음의 집안에서 자란 독실한 크리스천이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철저하게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사신 분이다. 어머니는 자식 중에서 목회자가 나오기를 간절히 소망하셨다. 

 

그래서 연속으로 딸 넷을 낳았을 때, 아들을 주시면 주의 종으로 바치겠다고 하나님 앞에 서원했다. 나를 낳은 후, 어머니는 은혜 ‘은(恩)’, 태 ‘태(台)’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다. 은혜의 태, 즉 하나님의 은혜로 얻은 아들이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다.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너는 커서 목사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 받는 다”라는 거룩한 협박을 받으며 자랐다. 어른이 되면 당연히 목사가 되어야 하는 줄 알았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우리 집도 몹시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해서 출세해야 한다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철저히 신앙 중심으로 자녀들을 교육하셨고, 매일 새벽 기도를 다니시며 자식들이 믿음 안에서 바르게 자라도록 기도하셨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나는 그야말로 천둥벌거숭이처럼 지냈다. 엿장수에게 고물을 갖다 주면 엿과 바꾸어 먹을 수 있었는데 그 재미에 푹 빠졌던 나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은 교실에 던져 놓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물을 주으러 다녔다.그러다 보니 성적은 언제나 바닥이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가난하고 못생기고 공부까지 못했던 나는 학교에서 왕따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나를 야단치거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으셨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고 하나님을 삶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점만 강조하셨다. 그때 어머니는 십 리나 떨어진 옆 마을 교회를 개척해서 섬기고 계셨다. 복음을 들어 보지 못한 집들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전도해서 세운 작은 교회였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교인들에게 나눌 떡을 만들어서 머리에 이고 십 리 길을 걸어가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셨고, 매일같이 예배를 인도하고 돌아오셨다. 목회자가 된 나조차도 그때 어머니가 보이신 신앙과 믿음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칠남매는 어머니의 신앙 교육 안에서 성장해 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와 달리, 형은 공부를 잘했다. 형은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서울에 올라가서 고학했고 명문 대학에 입학했다. 형은 신문 배달과 과외를 하면서 동생들을 서울로 데려와서 공부시켰다. 나중에는 가족 전체가 서울로 오게 되었다. 

 

그때 나는 중학교 1학년을 마친 상태였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 워서 바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쉬고 있었다. 그리고 1년 후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 학습능력은 떨어졌지만 하나님을 향한 믿음만은 아주 확고했다. 매일 새벽 기도에 참석했고 주일학교 교사로도 봉사했다. 전도를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내가 맡았던 주일학교 아이들 수가 마흔 명이 넘었다.

 

어렵게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됐지만, 워낙 기초가 부족해서 성적은 늘 하위권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꼴찌를 겨우 면하는 정도였다. 마음을 잡고 공부하려 했지만 기초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공부를 하나 안 하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결국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학업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고등학교 졸업을 1년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했는데 세 번 만에 겨우 합격했다. 

 

그때 얼마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지 폭삭 늙었다. 어딜 가도 실제 나이보다 열살은 많게 보았다. 한번은 나보다 열세 살 많은 형 친구가 우리 집에 왔다가 나를 보더니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영문도 모르고 나도 같이 인사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형인 줄 알고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모른다. 그때 늙어 보이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아직도 내 나이보다 다들 열 살은 많게 본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스물세 살에 대학 입학시험을 치렀다. 또래 친구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였다. 독학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성적이 신통치 않아 야간대학에 지원했다. 그런데 1차에 낙방했고 2차도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대입에 실패하면 군대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다 시 오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절박해졌다.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야간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대학 지원 마지막 날, 아침부터 눈치작전을 펼쳤지만 가능성이 있는 학과는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지원율이 가장 낮은 학과 에 원서를 넣었다. 그게 바로 ‘의상학과’였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남자가 의상학과에 다닌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군대에 가야 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이곳 역시 떨어지고 말았다. 며칠 동안 낙담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한 명이 등록을 하지 않아서 결원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어찌나 기뻤는지 모른다. 

 

입학은 했지만 여자들과 함께 바느질을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의상학과에 남학생이 네 명이나 있었다. 그 친구들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들은 모두 ‘앙드레 박’, ‘앙드레 최’ 가 되기 위해 청운의 꿈을 품고 온 학생들이었다.

 

그 후로 나는 밤마다 재봉틀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항상 작품을 만들지 못해서 쩔쩔맸고 과제 마감 때는 여학생들이 버린 실패작들을 주워 제출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 생활이 힘들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2학년 때는 영문학과로 전공을 바꿀 수 있었다.

 

어머니의 믿음, 내 삶의 재산

—“일평생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주일 성수해야 해”

 

이 책을 쓰는 동안,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훌륭한 사람들 뒤에는 대부분 훌륭한 어머니가 있고, 그 어머니가 했던 유명한 말들이 있죠. 목사님의 어머니께서는 어떤 말씀 을 하셨나요?” 그 사람은 아마도 성경 구절이나 멋진 잠언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평소에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은 안타까움이 섞인 경고 였다. “너, 목사 안 되면 벌 받는다.” 어머니의 그 말씀은 정말 옳았다. 물론 매를 많이 맞은 후에 주의 종이 되기는 했지만,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축복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아들로 평생 살았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라”라는 말 대신, “일평생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주일 성수를 해야 한다”, “하나님을 떠나서 살면 안 된다”라고 가르치셨다. 그만큼 어머니는 세상에서의 출세에는 관심이 없으셨고 오로지 자녀들이 하나님 뜻대로 살기만을 바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경제적으로 부요한 것도 아니고 남편이 다정 다감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어머니는 그런 어려운 삶 속에서 신앙 하나로 자녀들을 키웠다. 사랑으로 주위 사람들을 섬겼고, 일평생 참된 크리스천이 되기 위해 노력하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십 리 길을 전도하러 다니셨고, 교회를 개척한 후에는 교회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아끼지 않으셨다. 

 

지금도 많은 농어촌 미자립 교회들이 그렇지만, 그때 어머니가 개척했던 교회도 교인들이 많지 않았다. 사람을 키워도 청년들은 다 도시로 가버렸기 때문에 어머니가 감당해야 했던 사역은 너무 외롭고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교회를 사랑했고 교회를 위해 깊이 헌신하셨다.

 

어머니께서 농촌 교회를 개척하신 후 수십 년이 지났을 때, 울산에서 큰 교회를 맡고 계시는 목사님 내외가 어머니를 찾아온 일 이 있었다. 사모님은 청년 때 그 농촌 마을에서 어머니가 전하는 복음을 들어 크리스천이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수천 명이 모이는 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어머니를 통해 복음을 접하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해서 은혜를 갚으려고 어머니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우리 칠 남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바르게 자랄 수 있었다. 세상 눈으로 보면 공부도 제대로 못 시키고 뒷바라지도 넉넉하게 해주지 못한 무능력한 어머니일지도 모른 다. 하지만 철저한 기도 생활을 바탕으로 가정을 꾸려 나가셨던 어머니의 굳은 믿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와 우리 형제들이 하나님 안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어머니는 가장 값지고 귀한 보물을 물려주셨다. 어머니의 믿음은 내 평생의 가장 큰 재산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듣지 못한 것이다. 어머니가 쓰러지셨을 때 나는 뉴질랜드에 있었고, 소식을 듣자마자 급하게 귀국했지만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어머니는 당신이 일평생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셨던 그 새벽 기도 시간에 가장 평안한 모습으로 하나님 품에 안기셨다. 나에게 우리 어머니는 내 평생 닮아 가야 할 믿음의 본이시며 고귀한 분이시다.

 

 

원처치 저자 이은태 목사

profile

어머니의 서원을 무시하고 세상 속에 살다가 교통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은혜를 체험했다. 뉴질랜드 유학 중 가진 돈은 다 떨어지고 절망의 나락에 있었으나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체험했다. 하나님으로부터 세 개의 빌딩을 받고, 크리스천 영어학교를 세워 매년 200여 명의 기독청년에게 장학금을 주며 훈련을 시키고 있다. 뉴질랜드 최대 선교센터를 세워 17개 국제선교단체 지원, 다니엘 크리스천 캠프, 노인 나눔센터 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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