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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이야기

silent epidemic (침묵적 유행)

by mihye posted Feb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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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ent epidemic (침묵적 유행)"

 

 

몇 년째 정신 건강을 주제로 하는 칼럼도 쓰고 세미나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는 것을 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까지도 이 단어가 불러 일으키는 가장 흔한 정서적 반응이 ‘서먹함’과 ‘두려움’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와 뉴질랜드 교민 사회 내에서도 그렇지만 교회 내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과연 교회 내에서는 정신 건강의 문제가 없어서 일까요? 

 

모든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도 요즘 코로나19바이러스 소식을 매일 접하게 됩니다. 사실 최근 몇 일간 한국에서는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며 공포감도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역 확산을 거쳐 결국 대유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위해 조심해야 하고 우리 모두 예방법을 잘 알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이미 유행하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는, 혹은 인식 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침묵적 유행silent epidemic이 있습니다. 바로 정신 건강의 문제입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016년 한해에만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정신적 질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에, 걸려도 알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가 있기에, 또 알고 있어도 잘 드러내려 하지도 않고,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도 않기에,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한 정신건강의 문제는 많은 고통과 아픔을 주고 있음에도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계속 퍼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 공동체 내에서는 더더욱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습니다.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요? 가장 큰 두려움들은 이해, 공감, 동행 이렇게 세 가지의 문제로 추려집니다.

 

우울증이나 공황 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질환들이 예능, 드라마, 뉴스 등에서도 적잖이 언급되지만 아직도 잘 못 알려진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예를 들어 조현병에 대한 오해가 그렇습니다. 조현병을 가지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직장을 다니며 본인이 원하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대중의 인식 속에 조현병은 과격한 행동이나 폭력적인 범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서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환자 본인과 가족이 받는 충격은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지, 친구에게 이런 건강의 문제를 말하는 것은 대단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고립과 치료의 장벽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본인과 가족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특히 교회와 같이 친밀함과 공동체성이 강조되는 곳에서는, 이런 편견과 오해와 차별로 인해 받게 되는 소외감과 고통이 오히려 더 강화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두려움은 환자와 가족이 경험하지만 그들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가 야기하는 것이며 그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 투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혹여 개념적이고 논리적인 측면에서 이해를 받더라도, 정서적인 공감을 받지 못할 까봐 두려움을 같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2015년 한국에서 시행된 대국민 정신건강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를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 조사에서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 ‘정신질환은 치료가 가능하다’ 라는 등의 질문에는 거의 4명중 3명 꼴로 긍정적인 대답을 보였지만 정신과 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을 ‘지인 직장에 추천할 수 있다’ 혹은 ‘결혼 상대자로 소개시켜줄 수 있다’라는 질문 등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숫자는 4명 중 1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즉 사실에 기반한 개념적인 사실로서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건강의 문제에 정말 공감하며 바로 옆에서 함께 공존하며 동행하는 것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와 함께 눈물 흘리고 동행하신 분이 예수님입니다.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격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렇듯 존중 받고, 이해 받아야 할 대상이고 또한 우리가 함께 공감하며 동행해야 할 나의 형제와 자매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할 때에 비로소 그렇게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분들이 나서서 이야기 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치료와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이 칼럼을 통해서도 계속 이해, 공감, 동행의 이야기를 이어가려 합니다. 

 

그리고 지금 혹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가 얼마전에 한 젊은 청년으로부터 들은 본인에게 해 줄 수 있는 짧지만 중요한 한 문장을 여기 전합니다.

 

“너무 애쓰지 마!”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힘들 때는 쉬어가도 됩니다.막연히 더 열심히, 더 애쓴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해 지기 위해 노력하고 발버둥치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좌절감과 실망, 자신을 향한 분노와 자책감을 호소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도움을 받는 것, 특히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한 때에는 혼자 더 노력한다고 되는 일만은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본인에게 쉬어 가라는 이 한 마디가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내 가족에게, 내 친구에게, 내 의사에게, 내 심리치료사에게 내가 짊어진 그 짐을 내려놓고 이해받고, 공감받고, 동행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원처치 저자 김아람 장로

profile

오클랜드 의대를 졸업, 메시대학에서 인지행동심리치료 준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경력을 쌓고, 영국왕립정신과협회와 호뉴정신과협회 정회원 자격을 취득, 모성, 영유아, 교차문화 정신건강의학 분야 등에서 전문의로 활동해 왔다. 오클랜드 대학에서 명예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칼럼과 세미나, NGO단체 활동 등을 통해 교민 및 지역 사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노스쇼어 한인교회 장로와 뉴질랜드장로교단 목회자후보생선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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