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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누이, 낮은마음 이야기

시선, '낯선'

by 낮음 posted Mar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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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낯선'

 

"그 첫 만남은 그들에겐 세상으로 열린 작은 소통의 창구를...

우리에겐 그리스도의 사역에 참여하는 첫발을 허락하게 하였다"

 

“어디서 왔다고?”

 

“몰라, 지난주부터 보이던데.”

 

낯선 동양인에 대한 시선이 이곳 라누이에선 유난히도 무겁게 느껴지곤 한다. 나는 그 낯선 시선의 무게를 무턱대고 찾아간 첫 방문 이후로도 한동안이나 지속하며 느끼곤 했는데, 이는 그간 경험한 오타후후와 타카니니등의 타 지역 캐라반 빌리지 에서는 그리 강하게 느껴보지 못한 특이한 경험 이었다.

 

도시의 이면으로 저만치 물러나 있는 캐라반 빌리지들의 시작은 뉴질랜드 곳곳에 위치한 캐라반 파크와 동일한 휴가 목적의 여행객들을 위한 휴양시설이었다. 하지만 도시의 빈민들이 자신의 주거지를 잃어가는 과정에서 지금은 부득이하게 그 용도가 임시주거시설로 바뀌어 일종의 왜곡된 주거의 형태로 남아 있다.

 

여전히 운영의 주체는 그 땅을 가진 사업주이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더 이상 휴가지를 찾는 여행객이 아닌 도심의 집 한 칸이 없어 헤매는 가난한 이웃들의 자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유래를 모르고 이곳을 방문한 외지인들은 이곳 대단위 숙박 시설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아닌 개인 사업 이라는 것에 공통적으로 놀라움을 표시하곤 한다.

 

그 중 이곳 라누이 (Ranui)에 있는 캐라반 빌리지는 오클랜드 서부 산자락 밑 기차의 마지막 종착역인 스완슨 (Swanson)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어느 중간인가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을 벗어나면 이제 유명한 피하 비치 (Piha Beach)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산과 숲으로 이루어진 와이타케레 산림 보호지역 (Waitakere Regional Park)의 어느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도시의 마지막 한구석에 위치한 라누이는 그렇기에 이들의 삶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외견상 크게 구분 되어 지지는 않지만 아일랜더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클랜드 남쪽 지역과는 다르게 이곳 라누이는 마오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분포를 차지한다.

 

이 땅의 주인이었으나 17-18세기 서구 열강들의 지속된 영토확장으로 그 땅의 주권을 넘겨 주게 된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열등과 가난이었다. 시대를 이끄는 주도적 문화의 주체가 바뀌면 기존의 토착 문화는 하위문화 혹은 전시문화로 전락하게 되고 만다. 식민지를 경험한 대부분의 민족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땅 마오리들의 삶도 그 방향을 잃고 흔들리고 만 것일까? 이 땅의 가난을 경험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마오리 인 것은 그렇기에 그들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듯 아슬해 보인다.

 

처음 이곳 캐라반 빌리지에 들어와 그들의 공동체 식사를 함께 도우며 시작된 어색한 동거는 이와 같은 낯선 시선과 함께였다. 이것은 아마도 예고 없는 이방인의 출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스스로를 고립시키는데 익숙했던 그 마을의 준비되지 않은 소통의 시작 때문 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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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왜 세상의 중심 밖 한 켠으로 밀려난 갈릴리를 그 사역의 중심으로 삼으셨을까?”

 

이 단순한 호기심은 나로 하여금 그 시간을 거슬러 지금 이 땅의 세상 밖 한 켠으로 밀려난 공동체를 향한 사역의 첫발을 내딛게 하였다. 마가의 공동체에서 그리스도의 사역을 기억하며 수없이 언급한 갈릴리의 무리와 군중 (오클로스 / ochlos)들은 세상 가운데 소외와 억압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생계를 위한 지속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물질적 가난으로부터 벗어 날 수 없는 당시 식민 사회 구조 속 피지배계층 이었을 뿐 아니라, 당시의 폐쇄적인 율법 시스템에 조차 속할 수 없었던 철저히 소외된 이들 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표면적으로 보여진 경제적 가난보다 더 그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그들이 속한 세상의 구조적 소외가 만들어 낸 그들의 ‘종교적 가난,’ ‘인간다움의 가난,’ 그리고 ‘자유의 가난’ 이었을 것이다.

 

이 시대 이 땅이 경험하는 가난의 원인이 모두 그와 같다 주장할 수는 없겠으나, 가난은 언제나 시대를 초월해 그 결과적 형태를 공유하곤 한다.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가난을 경험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여전히 수 천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서 경험된 민중의 가난을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압박으로 시작된 가난은 비인간화를 매개로 끊임 없이 새로운 가난의 굴레를 만들어 가며 그 가난의 고리에 속한 모든 관계를 파괴한다. 그들이 고통 받는 소외는 이처럼 그들이 경험하는 물질적 가난과 함께 철저히 파괴된 관계 속에서 그 생명력을 더하며 그 분리된 관계를 먹이 삼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습관처럼 경험된 그들의 소외는 그렇기에 그리 쉽게 낯선 이의 방문을 허락할 수 없었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외지인 아무개가 아닌 그들 자신 조차 온전히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온전히 발견해 내지 못한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잦은 실패를 겪는 이유와 같은 것이리라.

 

그 낯선 시선과 함께 시작된 이 어색한 동거는 그 외지의 공동체는 물론이고 그들 속에 거하시는 그리스도와 동행하길 소망하는 낮음 공동체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첫 만남은 그들에겐 세상으로 열린 작은 소통의 창구를 그리고 우리에겐 그리스도의 사역에 참여하는 첫발을 허락하게 하였다.

 

 

원처치 저자 이익형 간사

profile

레이드로 대학 (Laidlaw College)에서 각각 성서연구 (Biblical Study)와 공공신학 (Public Theology)으로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오클랜드 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나눔공동체 낮은마음(Lowly Heart Charitable Trust / 이하 “낮음”) 의 대표간사로 일하고 있다. 성도와 사역자 그리고 교회가 함께 섬기고 있는 “낮음”의 사역 안에서 교회와 세상의 연대를 통해 이루시는 하나님 나라에 비전을 두고 세상의 낮은 곳에서 일함을 즐거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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