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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歌曲)에서 말씀을 만나다

[ 가곡에서 말씀을 만나다 6 ] 그대 있음에

by 원처치 posted Jul 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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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에서 말씀을 만나다

 

그대 있음에

 

"예수님의 제자는 주님과 함께 그 험한 십자가의 길을 나란히 걷는 사람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그 옛날 제자들에게 던져진 예수님의 물음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을 그저 빛바랜 역사 속 한 구절로 흘려보낼 수 없습니다. '만일 지금 이 순간, 주님께서 내 삶의 한복판에 찾아오셔서 바로 나에게 던지시는 질문이라면, 나는 과연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은 내비게이션/AI가 아니다


 몇 해 전, 큰 딸이 영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이었습니다. 그동안 교회 행사 등으로 미루어 두었던 가족들만의 소중한 시간을 갖기 위해 함께 밖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차를 몰아 북쪽으로 방향을 틀자, 아내가 공항 쪽으로 가자고 권했습니다. 일단 집을 나서 시티 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공항 근처에 있을 어느 좋은 공원을 기대하며 내비게이션을 켰습니다.
 너무나 착한 내비게이션은 정직하고 신속하게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주었고, 어느 길로 가야 가장 빠른지 실시간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집안의 유일한 남자인 나는, 묘한 자존심을 부리며 내가 잘 아는 길로 핸들을 꺾었습니다. 착한 네비게이션은 결코 짜증을 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경로를 수정합니다.’라며 새로운 길을 안내해 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며 가던 중, 우리는 결국 처음 목적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오클랜드의 ‘원 트리 힐(One Tree Hill) 공원’으로 흘러 들어가 버렸습니다. 성실했던 내비게이션은 처음엔 저에게, 그리고 마침내 우리 온 가족에게 외면을 당한 채 쓸쓸히 종료되었습니다.
 문득 우리의 기도가 이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쉽고 급할 때는 간절하게 내비를 찾듯 하나님을 구합니다. 하지만 이내 그분의 안내를 무시한 채 내 고집대로, 제멋대로 걸어갑니다. 그러다가 너무나 쉽게 본래 목표했던 본질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생각해보면 그 옛날 사람들이 이 내비게이션을 보았다면 필시 ‘하나님을 만났다’고 소리쳤을지도 모릅니다. 천리안의 눈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의 모든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해 주면서도, 단 한 번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않으니까요.


 "오늘날 우리는 예수님을 그저 내 삶을 편리하게 인도해 주는 ‘내비게이션’ 정도로 여기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요?" 그토록 기독교가 융성했던 유럽과 이곳 뉴질랜드가 이토록 가파른 영적 쇠퇴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하나님을 대신할—아니, 그보다 더 유능하고 매력적인—좋은 기계와 문명을 손에 쥐게 되니, 더 이상 하나님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만약 지금 내가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겨우 내비게이션이 가진 기능적인 편리함 때문이라면, 우리는 결코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는 주님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마치 어느 날 한적한 길가에서 내비게이션이 느닷없이 나에게 반문을 던지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주인님, 당신은 나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견해와 고백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먼저 "주변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물으셨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전자가 타인들의 ‘견해’를 묻는 것이라면, 후자는 견해를 넘어선 단 하나의 ‘고백’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중매로 결혼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처음 누군가를 소개받고 몇 번의 만남을 가질 때, 타인에게 그 상대를 설명하는 것은 단순한 ‘견해’입니다. 그러나 마침내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배우자를 소개할 때는 그것이 견해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이 됩니다.
 고백은 그 사람과 내가 삶으로 부딪치며 만들어 낸 거룩한 충돌의 흔적입니다. 제삼자의 객관적인 논리가 아니라, 오직 두 사람만이 아는 절절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내게 하신 질문 역시 타인의 세련된 견해가 아니라, 바로 ‘나의 고백’을 듣고 싶으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아름다운 고백 한 편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류시인 김남조 님의 명시, ‘그대 있음에’입니다.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참으로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 ‘언어의 결’ 속에서 감동과 기쁨을 느끼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의 어떤 요소가 우리 영혼에 이토록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것일까요?"
 감동의 이유를 메마른 이성으로 분석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지만, 양해를 구하고 한 가지만 짚어보고 싶습니다. 학창 시절 영어 시간에 우리를 가장 먼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개념이 바로 ‘인칭(Person)’이었습니다. 1인칭, 2인칭, 3인칭이라는 말은 어린 마음에 참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세월이 흘러 삶으로 그 인칭을 이해하게 된 제가, 여러분께 두 가지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첫째, “1인칭, 2인칭, 3인칭을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정답은 쉽습니다. 차례로 the first person, the second person, the third person입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입니다. “이 인칭들을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바로 ‘대화’입니다. 첫 번째 사람(1인칭)과 두 번째 사람(2인칭)은 마주 앉아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입니다. 반면 세 번째 사람(3인칭)은 이 대화의 울타리 바깥에 있는, 대화하지 않는 제삼자입니다. 그런데 만약 방에 세 사람이 있다가, 늘 바깥에 있던 세 번째 사람이 다가와 말을 섞기 시작했다고 합시다. 그 순간 다른 두 사람은 그를 더 이상 ‘그(He)’나 ‘그녀(She)’라고 부르지 않고, 고개를 돌려 ‘너(You)’라고 부르게 됩니다. 대화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3인칭은 무조건 2인칭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2인칭과 3인칭은 대상의 차이가 아닙니다. 내 곁에 숨 쉬는 대상이 내 삶의 대화 속으로 들어올 때, 3인칭이었던 ‘그 사람’은 비로소 ‘너’ 혹은 ‘당신’이라는 2인칭이 됩니다. 즉, 대상 자체가 인칭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유무’가 인칭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인칭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시 ‘그대 있음에’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저 멀리 떨어져 있던 3인칭의 ‘그’를 대화와 관계를 통해 2인칭인 ‘그대’로 불러세웠습니다. 의미 없는 사물이나 스쳐 지나가는 몸짓에 불과했던 ‘그’가, 어느 순간 내 삶에 ‘그대’라는 눈부신 꽃으로 피어난 것입니다. 사물이 존재로 뒤바뀐 경이로운 순간입니다.
 그러나 이 시는 단지 3인칭이 2인칭으로 바뀐 것만을 노래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2인칭인 ‘그대’가 있음으로 인하여, 비로소 1인칭인 ‘나’가 온전히 존재하게 된다는 역설입니다.
 대개의 보통 사람들은 ‘내(I)가 있어야 너(You)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중심이 되어 상대를 규정하려 듭니다. 그러나 김남조 시인은 그 흐름을 뒤집어, ‘너(You)로 인하여 비로소 내(I)가 존재한다’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물’과 ‘존재’의 깊은 차이를 마주하게 됩니다. ‘사물론자’는 세상을 바라볼 때 내가 주인이 되어 상대를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사물로 취급합니다. “부모가 있어야 자녀가 있는 것”이라며 권위를 내세웁니다. 반면 ‘존재론자’는 세상을 “너가 존재해야 비로소 내가 있다”는 겸손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태어났기에 비로소 나라는 사람이 ‘부모’라는 고귀한 존재의 의미를 덧입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사물론자는 “너는 나 때문에 존재하는 거야”라고 오만을 부리지만, 존재론자는 “당신이라는 존재 덕분에 내 삶의 의미가 비로소 드러납니다”라며 고개를 숙입니다.

 실상 ‘나’라는 존재는 관계 안에서만 온전히 인식됩니다. 저는 ‘아빠’입니다. 하지만 ‘아빠’라는 호칭은 내 사랑하는 ‘자녀’가 없다면 결코 불릴 수 없는 이름입니다. 저는 ‘남편’입니다. 이 역시 내 곁을 지켜주는 ‘아내’가 없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이름입니다.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아빠’와 ‘남편’은 나 스스로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대상의 존재로 인해 비로소 완성되는 단어들입니다. 상대가 없다면 결코 불려질 수 없는 신비로운 이름들입니다.


 이제 우리 영혼을 향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사물론자이기를 원하실까요, 아니면 존재론자이기를 원하실까요? 반대로, 그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지금 나는 사물론자입니까, 존재론자입니까?'
 그저 하나님을 3인칭 사물에서 2인칭 존재로 내 삶에 잠시 불러들이는 것에 만족하는 삶은 평범한 종교인들의 방식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렇게 귀하게 불러들인 2인칭 ‘존재’를, 이내 나의 유익을 위한 ‘사물’로 다시 전락시키고야 맙니다. 2인칭 ‘당신’과 ‘그대’는 상대가 온전한 존재일 때만 성립하는 인칭입니다. 그분이 살아 계신 존재가 될 때 비로소 ‘그대’가 되며, 그 ‘그대’가 계시기에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숨을 쉽니다. 그래서 2인칭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존재인칭’입니다.


 성경 속 한 율법사가 예수님께 나아와 질문을 던집니다. “내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겠다며,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참으로 기특하고 진지한 질문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는 단지 3인칭의 누군가를 나의 이웃(2인칭, You)의 영역으로 슬그머니 불러들였을 뿐입니다. 율법사는 그렇게 불러들인 이웃을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기 통제와 의로움 아래 둘 ‘사물’로 묶어두려 했습니다. 그는 이웃 때문에 내가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존재해야 이웃이 있다고 믿었던 철저한 ‘사물론자’였습니다.
 슬프게도 이런 마음으로는 결코 이웃을 진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랑한다고 착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을 뿐입니다. 3인칭인 ‘그’를 2인칭 당신으로 끌어내려 놓고는, “나 아니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그 귀한 존재를 다시금 나의 사물로 짓밟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차가운 이기심을 향한 예수님의 명쾌한 반문은 무엇이었습니까?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우리의 폐부를 찌르는 준엄한 사랑의 답변이었습니다. 주님은 “나에 의해서 규정되는 이웃”이 아니라, “이웃의 아픔에 의해서 비로소 증명되는 나”로 율법사의 질문 틀을 완전히 뒤바꿔 놓으셨습니다.
 나(I)라는 필터로 이웃(You)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당하는 이웃(You)을 통해 내(I)가 해석되어야만 비로소 진짜 이웃 사랑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빠져버린 모든 구제와 불우이웃돕기는 사랑이 아니라, 도리어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부끄러운 쇼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제자입니까?


 다시 서두의 논지로 돌아가 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제자란 과연 무엇입니까? 어떤 이들은 사회에서 제법 성공하여 잘나가는 젊은이를 보며, “내가 예전에 주일학교에서 가르쳤던 내 제자야”라고 어깨를 으쓱입니다. 혹은 성공한 어떤 이가 찾아와 옛 스승을 향해 “선생님의 제자입니다”라고 고개를 숙이기도 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참된 의미의 제자는 아닐 수 있습니다. 참된 제자란, ‘선생님과 같은 길 위에서 같은 방향을 보며 걷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주님과 함께 그 험한 십자가의 길을 나란히 걷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주님 앞에 거창한 고백을 늘어놓기 전에, 적어도 내가 주님의 참된 제자가 맞는지 삶의 발자국을 먼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과연 나는 주님과 함께 그 좁은 길을 제대로 걸어본 적이 있는가? 주님께서 방향을 꺾으실 때, 내 고집을 꺾고 제자로서 묵묵히 그 뒤를 따랐는가? 아니면 내 삶의 여정 속에서 단 한 번이라도 주님과 같은 길 위에 서 본 적이 있기는 한가?'

 오늘도 주님은 내 편의를 위해 켜고 끄는 내비게이션 같은 사물이 아니라, 우리 삶의 주관자이자 영원한 존재로서 내 영혼의 깊은 곳을 향해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대 있음에 내가 있나니...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으며, 원처치의 신학적, 정치적 등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원처치 저자 박성열 목사

profile

박성열 목사는 뉴질랜드 남십자성어린이예술단 음악감독으로 8년 간 봉사했으며, 뉴질랜드 시온합창단(성인혼성) 지휘자로 또 8년 간 봉사했다. 또 뉴질랜드 오페라단 단원으로 12년 간 활동했다. 오클랜드 장로합창단 지휘자로 13년 째 봉사하였으며, 현재는 오클랜드 오라토리오코랄 운영위원장으로 13년 째 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 예수찬양교회 시니어 목사로 20년 째 사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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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소장의 AI 목회 목회자에게 AI는 무엇일까? "AI는 목회자의 대체자가 아니라, 가장 유능한 비서입니다." 1주차: AI, 써야 하는가? 요즘 목회자들 사이에서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목사님, AI 써도 됩니까?" 혹은 조금 더 조심스러운 표현으로는 ...
    Date2026.02.12 Category백 소장의 AI 목회 Repl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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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 가곡에서 말씀을 만나다 1 ] 청산에 살리라 

    ©Stockcake 가곡에서 말씀을 만나다 청산에 살리라 "'청산'은 하늘을 닮고, 하늘을 담은 산에 살겠다는 결의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과 하나님의 모양으로 지으셨습니다. ‘Then God said, "Let us make man in our image, i...
    Date2026.02.05 Category가곡(歌曲)에서 말씀을 만나다 Repl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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