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관리하기 5] 뉴질랜드 집은 왜 이렇게 곰팡이가 많을까
집 관리하기
뉴질랜드 집은 왜 이렇게 곰팡이가 많을까
"문제는 청소보다 습기였다"
뉴질랜드에 처음 와서 집을 구한 사람들이 가장 당황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집에서 곰팡이를 본다는 점이다. 창문 아래 검게 올라온 자국, 욕실 천장 모서리의 얼룩, 커튼 뒤 벽면에 생긴 점 같은 곰팡이들이다. 심지어 겉으로 보기엔 깔끔하고 멀쩡한 집에서도 이런 문제는 의외로 흔하다.
한국에서는 보통 오래되고 관리 안 된 집에서나 곰팡이를 떠올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청소를 제대로 안 했나 보다”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오랫동안 현장을 다녀본 내 경험으로는, 곰팡이는 청소 문제 이전에 집 구조와 습기의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다.
실제로 깨끗하게 관리되는 집에서도 곰팡이는 생긴다. 오히려 너무 깔끔하게 사는 집인데도 반복적으로 습기 문제를 겪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걸 보면서 느낀 건 뉴질랜드 집은 한국과 근본적으로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 나라의 집들은 대부분 목조 구조다. 오래된 집들은 단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창문 구조나 환기 시스템도 집마다 차이가 크다. 거기에 뉴질랜드 특유의 기후가 더해진다. 비가 자주 오고, 겨울에는 공기 자체가 습하다. 낮과 밤의 온도 차도 크다. 그러다 보니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로 결로가 쉽게 생긴다. 아침에 창문에 물이 맺혀 있는 모습을 흔히 보는 이유다.
문제는 그 습기가 계속 반복된다는 데 있다. 벽이나 창틀, 천장 같은 곳에 수분이 오래 머물면 결국 곰팡이가 시작된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곰팡이를 보면 단순히 얼룩으로 보지 않는다. 집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신호처럼 본다. 특히 자주 문제 생기는 공간들은 거의 비슷하다. 욕실 천장, 세탁실, 햇빛이 잘 안 드는 남향 방, 붙박이장 뒤 벽면, 창문 아래쪽이다. 이런 공간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공기가 잘 돌지 않고 습기가 오래 머문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곰팡이를 발견하면 일단 락스로 닦는다. 물론 그렇게 하면 표면은 깨끗해진다. 하지만 몇 달 뒤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노스쇼어의 한 렌탈 하우스 작업을 갔을 때였다. 집주인은 “페인트를 새로 했는데도 곰팡이가 다시 생긴다”고 말했다. 처음 사진만 봤을 때는 단순 재도장 문제처럼 보였다. 그런데 직접 가서 확인해보니 욕실 환풍기가 거의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샤워 후 습기가 빠지지 못했고, 천장 안쪽까지 눅눅한 상태가 반복되고 있었다.
기존 작업도 문제였다. 이전 업체가 기존 곰팡이를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덧칠을 해버린 것이다. 겉은 새하얘졌지만 안쪽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결국 천장을 다시 샌딩하고 곰팡이 처리를 한 뒤, 습기에 강한 프라이머와 전용 페인트로 다시 작업했다. 동시에 환풍기도 교체했다. 그 뒤로는 상태가 훨씬 안정됐다.
그 일을 하면서 다시 느꼈다. 뉴질랜드 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물과 습기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보통 페인트를 색이나 인테리어 정도로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페인트는 습기와 계속 싸우고 있다. 특히 외벽과 욕실, 창틀 주변은 더 그렇다. 그래서 어떤 제품을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왜 습기가 생기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렌탈 하우스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자주 반복된다. 세입자마다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집은 환기를 거의 안 하고, 어떤 집은 겨울 내내 빨래를 실내에서 말린다. 난방을 충분히 안 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생활 패턴들이 쌓이면 집 안 습도가 계속 올라간다. 그리고 그 결과가 벽과 천장에 남는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 Healthy Homes 기준이 계속 강조되는 것도 결국 같은 이유다. 단열, 환기, 난방이 단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집 상태 자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현장을 다니다 보면 집에 들어가는 순간 공기 느낌으로 상태가 느껴질 때가 있다. 벽은 멀쩡해 보여도 공기가 무겁고 눅눅한 집들이 있다. 그런 집들은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문제를 반복한다. 창틀이 약해지고, 페인트가 들뜨고, 카펫 냄새가 심해지고, 결국 목재까지 손상되기 시작한다.
뉴질랜드 집 관리의 핵심은 결국 물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비가 어디로 들어오는지, 습기가 어디에 머무는지, 공기가 제대로 순환하는지. 이걸 놓치면 아무리 좋은 페인트를 써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그리고 대부분의 큰 수리는 아주 작은 습기 문제 하나에서 시작된다.
다음 회차에서는 집주인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외벽 보수 비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왜 뉴질랜드에서는 단순 외벽 공사가 생각보다 훨씬 커지는지,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현실적으로 풀어보겠다.
SLP 송명진 대표는 원처치 소개로 온 고객에 한하여 전체 수입의 5%를 원처치 선교헌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으며, 원처치의 신학적, 정치적 등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원처치 저자 송명진 대표
송명진 대표는 SLP 대표이자 오랜 경력과 다양한 경험을 지닌 전문 페인터로, 개인 주택과 상업용 건물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공 경력을 갖추고 있다. 풍부한 현장 노하우와 정직한 시공으로 고객의 신뢰를 받아왔으며, 모든 작업에 10년 워런티를 제공한다. 또한 뉴질랜드 마스터 페인터(Master Painter) 자격을 보유한 전문가로서, 품질과 책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공을 이어가고 있다.
원처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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