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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歌曲)에서 말씀을 만나다

[ 가곡에서 말씀을 만나다 3 ] 아무도 모르라고 (김동환)

by 사무엘 posted Apr 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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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에서 말씀을 만나다 

 

아무도 모르라고(김동환)

 

분명 누군가 발견했을 숲속의 샘물이었지만,

그는 거기에 발견자의 이름을 써 붙이거나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원래의 모습을 지켜주었습니다."

 

 시인 김동환님의 '아무도 모르라고'라는 시는 작곡가 임원식님에 의해 가곡으로 알려지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 혼자 마시곤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

 

 "여러분은 이 시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이기적이라고 말하시는 분이 더러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봄이 오면', '남촌' 등의 서정적인 시를 쓰신 분이 이기적인 마음을 시로 담았을 리 없고, 그런 시가 가곡이 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면 시인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흔적 남기기 : 흔적 지우기

 

 심리학적 메커니즘 중에 '자기 고양 편향(Self-serving bia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교사는 "내가 잘 가르쳤다"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줄줄이 대학에 떨어지면 "학생의 노력 부족"이라며 혀를 찹니다. 성공의 요인은 자기에게 돌리고, 실패의 요인은 남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사람은 세상일을 자기 자존심이 훼손되지 않는 쪽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장점만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편향의 대표적인 모습은 '내 흔적 남기기'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머물던 곳에 흔적을 남기려고 합니다. 어쩌면 보편적인 인생의 목적이 자신의 흔적을 이 세상에 남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 공부하고, 흔적을 남기기 위해 출세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자신에 대한 편견'은 먼저 나를 속이고, 결국 남까지 속이게 되어 나와 상대방에게 지울 수 없는 나쁜 흔적을 만들게 됩니다. 나를 보호하려는 데서 시작한 것이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은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들의 풀도, 나무도, 새도, 짐승도 창조의 질서를 어기지 않고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시인 김동환님의 '아무도 모르라고'에서 중요한 힌트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입니다. 분명 누군가 발견했을 숲속의 샘물이었지만, 그는 거기에 발견자의 이름을 써 붙이거나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원래의 모습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래서 시인도 그 샘을 발견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고, 앞선 발견자가 한 것처럼 그것을 그대로 두고 내려온 것입니다. 더 큰 기쁨은 내 이름 석 자 남기려는 유혹을 이기고 숲을 내려오는 자신의 모습에 있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그 샘물'을 나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하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것입니다. 이 위대한 대업(?)에 나도 동참한 뿌듯함으로 말입니다.

 

 

 지는 꽃의 아름다움

 

 중학생이었던 큰 딸이 한번은 거금(?)을 들여 아이리스 한 다발을 사 왔습니다. 화병에 꽂아둔 아이리스는 그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 가정에 며칠 동안 행복을 선사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도 못 되어 그 아름다운 꽃은 시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꽃잎 끝부터 조금씩 자신을 말아 올리며 서서히 그 황홀한 자태를 감추더니, 마침내 자신을 낳아준 땅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화려하던 색깔은 하나둘 공기 중에 날려 보내고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는 그 모습은 참으로 숭고했습니다.

 

 이름을 내고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일생을 사는 복잡한 인간에 비해 아이리스는 너무나 단순했습니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들의 은혜를 감사함으로 누리며 사는 것을 '화려하게 핀 꽃의 아름다움'에 비유한다면, 은혜 베푸는 이로 돌아가기 위해 내 화려한 흔적을 지워 나가는 것은 '지는 꽃의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어느 누가 지는 꽃을 아름답다고 말하겠습니까? 그러나 활짝 핀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마지막 모습도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것만 취하고 힘들고 어려운 끝마무리는 피하려 하는 우리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아이리스의 교훈이었습니다.

 


 예수의 흔적 남기기

 

 자신의 자랑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려 했던 사람이 마침내 그것들을 배설물로 여기고,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자랑하는 삶을 살겠다고 고백합니다. 바로 사도 바울입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의라" (빌립보서 3:7-9)

 

 우리 크리스천은 이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사는 사람입니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6장 17절에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고 고백했습니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찬양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삶'의 가사가 우리 신앙의 고백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 마음에 주를 향한 사랑이,
나의 말엔 주가 주신 진리로,
나의 눈에 주의 눈물 채워 주소서.

내 입술에 찬양의 향기가,
두 손에는 주를 닮은 섬김이
나의 삶에 주의 흔적 남게 하소서.

하나님의 사랑이 영원히 함께하리,
십자가의 길을 걷는 자에게,
순교자의 삶을 사는 이에게.

조롱하는 소리와 세상 유혹 속에도
주의 순결한 신부가 되리라.
내 생명 주님께 드리리
."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쓴다 해도, 그것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 된다면 불행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그 지식이 나와 상대방에게 예수의 흔적으로 남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내려놓을 때, 그것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으며, 원처치의 신학적, 정치적 등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원처치 저자 박성열 목사

profile

박성열 목사는 뉴질랜드 남십자성어린이예술단 음악감독으로 8년 간 봉사했으며, 뉴질랜드 시온합창단(성인혼성) 지휘자로 또 8년 간 봉사했다. 또 뉴질랜드 오페라단 단원으로 12년 간 활동했다.  오클랜드 장로합창단 지휘자로 13년 째 봉사하였으며,  현재 오클랜드 오라토리오코랄 운영위원장으로 13년 째 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 예수찬양교회 시니어 목사로 20년 째 사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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