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누이 교회이야기] (5) 새로운 환경, 새로운 경험
왕가누이 교회 이야기 (5)
새로운 환경, 새로운 경험
"때로는 신선했고 때로는 당혹스러웠다.."
2004년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이후, 필자는 줄곧 한인교회 또는 한국교회에서 사역해왔다. 외국인 교회에 몸담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뉴질랜드에서 생활한 18년의 세월 동안 키위 교회에 발을 디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만큼 무지했고, 무관심했다. 하지만 2024년부터 사역을 시작하면서 키위 교회를 접하게 되었고, 그 경험은 때로는 신선했고 때로는 당혹스럽기도 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새롭게 겪은 몇 가지 에피소드를 나누고자 한다.
파트타임 사역을 시작하며 세인트 앤드류 교회 당회에 초대받았다. 이 교회는 매달 첫 번째 주 화요일 저녁에 당회를 교회에서 연다. 지금껏 경험한 당회는 늘 무겁고 긴장되는 자리였다. 정장을 입어야 했고, 예배를 드린 후 장로님들의 날카로운 토론 속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집을 나서기 전, 정장을 챙기려다.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세미정장을 입고 참석했다. 제일 먼저 도착해 테이블을 세팅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장로님들이 하나둘 도착하셨다. 두 분은 반팔에 반바지, 샌들을 신고 오셨다. 마치 운동하다가 바로 오신 듯한 복장이었다. 충격이었다.
출처: MBC 무한도전 캡쳐
다른 분들도 특별히 차려입은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회의 분위기 역시 복장만큼이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날 선 논쟁은 없었고, 각자의 의견을 정중하게 나누는 자리였다. 들어갈 땐 무척 긴장했지만, 나올 때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 이후로도 필자의 복장은 달라졌을까?' 아직도 과거의 영향 때문인지 여전히 세미정장을 입고 참석한다.
세인트 앤드류 교회에서의 첫 6개월 간의 사역은 주로 목회 심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교회는 지난 3년 동안 목회자가 공석이었고, 그 사이 교회는 유지되었지만 심방은 거의 중단된 상태였다. 그래서 연세 많으신 분들을 중심으로 심방을 시작했다. 100세 여성도님을 시작으로 90세 이상 어르신들이 거의 20명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92세이신 분이 젊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어르신들을 만나며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경험이 두 가지 있다. 한 번은 은퇴하신 장로님을 심방하러 갔다.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이제 기도로 마무리하려 할 때, 내가 기도하려는 순간 장로님께서 먼저 기도를 시작하셨다. 젊은 목회자를 위해 사랑으로 기도해주신 것이다. 기도를 마치신 후 내가 기도를 이어가려는 순간 기도를 끝내셨다. 그렇게 기도의 기회를 빼앗긴 채(?) 심방이 마무리되었다. 마치 내가 심방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성도와 목회자라기보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만남처럼 느 껴졌다.
출처: PNGtree
연로하신 성도님들 중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교회 출석이 어려운 분들이 많았다. 이분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정에서 성찬을 나누는 성찬 심방을 시작하게 되었다. 간소한 방식으로 집에서 성찬식을 드리는 것이었는데, 필자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매우 뜻깊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필자를 당혹스럽게 만든 일도 있었다. 매달 한 번씩 있는 Board of Managers 모임이 있었다. 집사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교회 관리 위원회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모임 중 한 집사님이 늦게 오셨는데, 손에 저녁 식사가 담긴 그릇을 들고 계셨다. 그리고 식사를 하시면서 회의에 참여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이렇게 자유로울 수도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느낀 것들을 다 이야기하자면, 올해 남은 칼럼 전부를 할애해도 부족할 것이다. 물론 한인교회와 완전히 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점도 있다. 우선, 어디를 가나 성도들에게는 선호하는 자리가 있다. 한인이든 키위든 본인이 늘 앉는 자리에 앉는다. 참 신기하다. 이들이 바라는 목회자상도 비슷하다. 물론 지역, 교단, 성도 연령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섬기는 교회 성도들이 기대하는 목회자의 모습은 한인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들도 기도에 중심을 둔다는 것이다. 키위 교회는 자유주의적이고 기도하지 않고 복음을 잃어버렸다는 편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세인트 앤드류 교회는 그렇지 않다. 이 교회는 60년 넘게 치유 기도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또 10년 넘게 매주 수요일 새벽마다 부흥을 위한 기도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교회뿐 아니라 왕가누이 지역의 많은 교회들이 기도에 힘쓰며 연합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반드시 부흥의 불씨가 될 것이라 믿는다.
출처: 원처치
며칠 전, 신대원 동기가 연락을 해왔다. "뉴질랜드에서 부흥운동이 일어났느냐?"는 질문을 해왔다. “아직 부흥운동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 조짐은 보인다”고 필자는 답했다. 그가 말했다. “요즘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뉴질랜드를 주목하고 있더라.” 그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기록으로만 봤던 부흥을 실제로 경험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다음 주 이야기: 합병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다...
원처치 칼럼은 저자의 주장이 담긴 글입니다. 정치적, 신학적 의도나 방향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원처치 저자 임경헌 목사

임경헌 목사는 Laidlaw College(B.Min)와 장신대 신대원(M.Div)을 졸업했다. 오클랜드 온누리교회 및 금호중앙교회 등 부목사를 역임하고, 현재 왕가누이한인교회와 St Andrew's 장로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임경헌 목사는 사랑스런 아내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빠이고, 뉴질랜드 1.5세대 목회자이다.
원처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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