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석의하기(10)

 

창세기에 나타난 베리트

 

"하나님과 언약 백성인 우리"

 

 

1. 언약의 정의

 

언약을 나타내는 히브리어 ‘ברית’(베리트)는 ‘동의, 협정’등을 뜻한다. 이 단어는 ‘함께 빵을 먹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바라’에서 유래한다. 이것은 언약 당사자들이 협정을 체결한 후에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한편, 아카드어 ‘비리투’, 즉 ‘족쇄’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언약 당사자들이 계약 조건에 의하여 구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신약성경 70인역은 ‘ברית’를 ‘디아데케(diatheke)’라 번역했다. 이는 언약을 의미하는 ‘유언, 계약’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언약은 양자나 혹은 다수가 상호 간의 권리와 의무를 정하여 협약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정의한다. ‘ברית’의 동사어근은 히브리어에서는 분명치 않고 아카드어 baru(속박하다, 의무를 지우다: fetter, bind)에서 찾는다.

 

‘언약’이란 용어가 내포하고 있는 성격상 의미는 광범위 할 수밖에 없고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 “언약의 정의를 묻는 것은 어머니의 정의를 묻는 것과 같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약이 성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여 그 의미가 무엇인지 학자들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2. 성경적 의미

 

구약에서 ‘ברית’는 법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의무를 말한다. 보스는 ‘의무는 종교적 제제가 첨가됨으로써 언약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ברית’를 ‘여호와 앞에서의 언약’(삼상 20:8, 23:18 하나님을 증인으로 삼음. 창 31:50)이라고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언약에 그러한 특징을 부여하지 않았음을 시사해 준다.(삼상18:3) 이러한 점에서 바인벨트(M. Weinfeld)는 구약의 ‘ברית’의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후기 상황에서는 의식적인 식사 또는 이스라엘 희생들이(창 15:9, 26:30, 31:54, 출24:8-11) 어떻게 구두 맹세들로 대치되 있는가에 대하여 말한다(창25:28, 대하15:15). 즉, 맹세와 언약을 번갈아 사용 하였다. 다른 경우 맹세가 ‘ברית’에 부가된 요소로서 나타나게도 한다(수9:15,20). 또한 맹세는 ‘ברית’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곳에서 나타나기도 한다.(삼상 3:17, 25:34)

 

이와 같이 구약에서 언약 체결의 태도는 아주 다양하다. 다만 원시적인 예식이 행해지던 특별한 흔적들이 있으나 사람 사이의 협약으로서 ‘ברית’가 갖고 있는 구속적 성격도 분명히 들어 있다. ‘ברית’란 말이 구약에서 대다수의 경우에 사용되고 있는 내용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다. 이런 의미에서 ‘ברית’는 종교적인 언약이라 할 수 있다. 언약을 발의하시는 분은 항상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종교적인 언약은 어떤 의미에서 일방적이다.

 

제이콥은 야웨 하나님의 이스라엘의 계약 체결에 대하여 다음 3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로 언약은 하나님이 그의 백성에게 주는 은총의 선물이다. 둘째로 하나님은 언약을 기지고 그의 백성과 관계를 형성하고, 친교의 결합을 창조한다. 셋째로 언약은 율법이라는 구체적 형체를 가지고 책임을 강조한다. 이스라엘 하나님과의 계약을 통해 그들의 특권과 책임을 인식하게 됨으로 이스라엘 백성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게 되었다.

 

3. 창세기에 나타난 ‘ברית’의 의미 연구

 

성경에 나타난 단어	나타난 의미
언약	언약
	계약
	표증
	맹세
계약	계약
동맹	동맹

 

▷ 창세기에 나타난 ‘ברית’ : 언약 - 언약

 

하나님이 가라사대 내가 나와 너희와 및 너희와 함께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영세까지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라 (9장 12절)

내가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의 세상과의 언약의 증거니라 (9장 13절) (9:9, 9:11, 9:15, 9:16, 9:17, 17:2, 17:4, 17:19)

 

하나님이 사람의 죄악으로 인해 사람들과 모든 육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물로 심판하셨다. 그리고는 언약을 세우신다. 9장 12절에서의 언약은 다시는 물로 모든 혈기 있는 사람을 멸하지 않겠다고 하는 언약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타나 있는 언약은 “내가... 세우는..”이라 나와 있고, 7절에서는 “내가... 세웠던..”이 나와 있는데 이 둘을 비교해 보면 이 관계절이 언약의 증거가 아니라 언약 그 자체를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12절에 나타난 ‘언약’은 언약자체로 볼 수 있다.

 

13절도 역시 홍수 이후에 나타난 하나님의 언약을 나타내고 있다. 무지개로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으시겠다는 하나님의 언약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13절의 언약은 12절의 언약과 마찬가지로 언약의 증거가 아닌 언약 자체를 나타내고 있다. 9장 17절은 12절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12절에서 나타난 언약을 그리고 ‘땅에 있는 모든 생물’에게 하시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보장에 대한 재 진술로 끝맺고 있는 것이다. 즉, 17절의 언약 역시 12절의 언약과 같이 언약의 증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언약 자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19절에서는 이삭과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약속하신 후손들의 영원한 언약을 세울 것이라 하심을 말한다. 그리고 그 초점이 이삭에게 맞추어 진다.

 

19절에 나타난 언약은 하나님이 사람과 하는 약속을 말한다. 즉, 하나님께서 노아와 아브라함에게 하셨던 언약을 이삭에게도 동일하게 하신다는 것을 말씀하고 있다. 따라서 19절에 나타난 언약은 하나님과 사람과의 약속으로 말할 수 있다.

 

창 17:4-9까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그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두 번째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이 큰 민족의 아비가 “열국”의 아비가 될 것이라고 약속을 하신다. 셋째는 하나님께서 그들 대대 후손의 하나님이 되실 것을 보증하신다. 아브라함의 언약의 특징을 살펴보면 그 어디에도 어떤 동의(agreement)나 협정(contract)의 여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부분 역시 언약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렇게 하시겠다는 것을 나타내는 약속으로 볼 수 있다.

 

▷ 창세기에 나타난 ‘ברית’ : 언약 - 동맹

 

도망한 자가 와서 히브리 사람 아브람에게 고하니 때에 아브람 아모리 족속 마므레의 상수리 수풀 근처에 거하였더라 마므레는 에스골의 형제요 또 아넬의 형제라 이들은 아브람과 동맹한 자더라(14장 13절)

 

아브라함과 동방 왕들 간의 전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동방 왕 들이 소돔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잡아가 아브람의 조카 롯까지도 같이 데려 갔기 때문이다. 이 전쟁에서는 세 번의 전쟁이 일어나는데 결국 아브람은 동방의 왕들을 패배 시키고 포로들을 구출한다. 그래서 아브람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소돔 왕(14:21)과 아브람이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멜기세덱의 태도와 자신이 구출해 낸 사람들에 대한 아브람의 관대함(22~24)과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13절에서 ‘ברית’는 “동맹한 자들”로 나타나고 있다. 이곳에서만 이 문구가 나오는데 여기서 나타난 ‘ברית’는 창세기 6장 18절에서 먼저 나타났다. 여기서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흔히 계약의 견지에서 본다. 그래서 6장18절의 “내 언약을 세우다”는 것은 신의 의무는 지고한 것이며, 하나님은 노아와의 특별한 관계를 유지 하실 것임을 시사한다. 아브라함은 블레셋 사람들(창22:22-34)과 헷 사람들(창23)과는 “협정”을 맺는다. 그러나 마므레와의 관계에 대해 아브라함이 사용한 “동맹”은 아브라함과 동맹국가가 하나님과 노아와의 관계와 유사한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창세기에 나타난 ‘ברית’ : 언약 - 맹세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땅에 대한 언약을 하신다. 그런데 여기서 나타나고 있는 언약은 다른 언약과 다르게 하나님께서 무조건적으로 주신다는 맹세와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즉, 이 언약은 하나님께서 홀로 행하신 약속을 담은 맹세이다. 봐인펠트는 이러한 형태와 유사한 것은 왕들이 충성스런 신하에게 왕실의 토지를 하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본문에서 나타난 언약은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맹세의 의미를 담고 있다.

 

▷ 창세기에 나타난 ‘ברית’ : 언약 - 계약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와 네 대대 후손에게 너의 우거하는 이 땅 곧 가나안 일경으로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17장 7절), 너희는 양피를 베어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17장 11절) (17:9, 17:14, 21:27, 21:32, 31:44)

 

7절에서는 왕권에 대한 중대한 언약에 약속을 덧붙이신다. 이 언약은 아브라함의 후손들 간의 언약이 된다. 아브라함까지 언약은 있었지만, 후대 까지 확대된 것은 이 본문이 처음이다. 또한 이 본문은 노아와의 언약과 연결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을 선택하셔서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고, 아브라함과 자손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언약의 핵심을 표현 한다. 7절의 언약은 계약으로 보인다. 하나님이 이 언약을 지키며 후대까지 지키게 하라고 말하며 대신 후손의 하나님까지 됨을 언급하는 것이 보여 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7절에서 나타난 언약은 “계약”을 나타내고 있다.

 

11절은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아야 함을 진술한 후 법의 특정한 세부 사항을 설명한다. 그런데 할례를 통해 언약을 나타내는 표징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여기선 할례를 표징으로 삼는 “계약”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사람과 한 언약은 서로 징표를 세워 서로가 조건을 제시하여 한다. 따라서 계약으로 볼 수 있다. 26장 28절은 ‘ברית’가 계약으로 번역 되어 나타났고 그 의미도 확실하게 계약임을 알 수 있다.

 

▷ 창세기에 나타난 ‘ברית’ : 계약 - 계약

 

그들이 가로되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았으므로 우리의 사이 곧 우리와 너의 사이에 맹세를 세워 너와 계약을 맺으리라 말하였노라(26장 28절)

 

이 본문에서만 ‘ברית’가 계약이란 단어로 해석되어져 있다. 그러나 언약이란 단어가 계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어진 것과 유사하게 계약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본문의 앞뒤 구절들을 살펴보면 하나님이 이삭과 함께 하고 계심을 알 수 있다. 즉, 아비멜렉은 이삭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임을 감지하고는 아비멜렉이 알고는 군대장관 비골과 더불어 이삭에게 온다. 여기서 언약은 규정을 정하고 서로 지키자는 계약이다. 즉, 쌍무적 의무를 부담 하므로 의무가 없는 보호 조약, 또는 담보 조약에 의해서 상호 원조의 의무를 약속하는 국가 간의 일시적 결합과도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 창세기에 나타난 ‘ברית’ : 언약 - 징표

 

너희 중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희 후손 사이에 지킬 내 언약이니라(17장 10절)

너희 집에서 난 자든지 너희 돈으로 산 자든지 할례를 받아야 하리니 이에 내 언약이 너희 살에 있어 영원한 언약이 되려니와(17장 13절)

 

10절에서는 언약을 지키라는 명령이 반복된다. 언약은 아브라함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모든 사람들 중 남자들에게만 주어진다. 그래서 할례도 남자에게 제한된다. 10절에서는 할례를 받으라고 하면서 이 할례가 ‘언약’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바로 할례로 인해 증거 한다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따라서 10절에서는 언약을 “증거”로 사용 되었다.

 

13절은 아브라함의 집의 모든 남자는 할례를 받아 언약의 표징을 삼으라고 하는 말씀이다. 그런데 그 표징이 “너의 살에 있어... 영원한 언약이 되려니와...”라고 말한다. 이것은 13절에서 할례가 살에 행하는 것임으로 표징이 살에 나타나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그래서 언약의 증표가 살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13절의 언약도 “표징”으로 알 수 있다.

 

4. 나가는 말

 

우리는 지금까지 언약의 정의와 특징들을 알아보고 창세기에 나타난 ‘ברית’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아보았다. 이 ‘ברית’는 신학적으로 여러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성경에서는 대부분 약속에 대한 의미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하나님은 여러 상황 중에서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약속을 하시면서 그 약속을 이행해 나아가고 계신다. 지금도 그 언약을 이행하고 계신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의 언약 가운데 사는 언약백성이다.

 

창세기의 중요 핵심인 언약은 나타난 부분마다 통일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노아에게선 언약 자체를 나타내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14장에서는 언약이 동맹으로 나타나 사람과 사람과의 ‘ברית’로 나타났다. 또한 할례에 관한 내용이지만 ‘ברית’는 계약, 약속, 징표 등으로 각각 다른 의미를 나타낸다. 이렇게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ברית’가 사용되는 상황이나 표현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ברית’는 때에 따라 주체가 다르다. 다만 대부분이 하나님과 선택된 백성과의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사이에 사용될 때는 대부분에서 “계약”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언약은 일반적으로 하나님이 하시는 언약이 있은 후 그 대가로 사람들은 그 언약의 징표를 나타내고 있는 형태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이 일방적인 언약이여서 명령과 유사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언약을 연구하면서 한 가지 단어인 ‘ברית’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한글로 번역될 때는 사람과의 관계의 언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일하게 ‘언약’으로만 번역 되어있다. 그러므로 언약이라 해도 뜻이 동일한 언약이 아닌 유사한 언약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